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이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 3억대를 사수하겠다고 밝혔다.
고 사장은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갤럭시노트10 공개 행사 직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올해 스마트폰 3억대 출하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고 사장은 "사업가에게 시장 점유율은 '생명'이고, 수익률은 '인격'과 같다"면서 "생명을 먼저 챙긴 다음에 인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반기에는 시장점유율에 우선순위를 뒀지만, 하반기에는 수익을 챙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 사장의 이 같은 발언은 중국 화웨이의 추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은 하향세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7년 3억1770만대 스마트폰을 출하했다. 그러나 2018년에는 이보다 감소한 2억9230만대 출하에 그쳤다. 리처드 유 화웨이 소비자 제품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나 "빠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 우리는 넘버 원(세계 1위)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시간을 벌어줬지만, 이대로라면 화웨이에 1위 자리를 뺏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회사 안팎에서 나왔다. 고 사장 표현대로 화웨이에 1등을 내주면 생명을 잃게 된다는 위기감이 있다.
삼성전자는 보급형 제품인 갤럭시A 시리즈로 점유율을 늘리고, 5G 전환에 따른 프리미엄 시장 회복으로 연 3억대 판매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상반기 삼성전자는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보급형 갤럭시A 시리즈 사양을 강화했다. 이 탓에 수익성은 나빠졌다.
고 사장은 세계 각국에서 5G 이동통신 서비스가 구축되는 중이어서 5G 전환 수요에 따라 갤럭시노트10 판매량이 전작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구체 판매 목표는 밝히지 않았다. 갤럭시노트10 5G는 상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10보다 출시국이 늘어난다. 갤럭시S10 5G는 국내 170만대, 글로벌 220만대 판매됐다. 시장에서는 갤럭시노트10 판매량을 전작과 큰 차이가 없는 950만대로 예상하고 있다.
9월 출시 예정인 폴더블폰 갤럭시폴드 판매량은 회사 시장 점유율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당초 4월 출시를 계획했을 때 갤럭시폴드 연간 판매량 목표는 100만대였다. 한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 3억대의 0.3%에 불과한 수치다. 더욱이 출시가 5개월 연기돼 100만대 출하도 어려울 전망이다. 고 사장도 출시국이 20여개국으로 제한되면서 최초 판매 목표는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한편 고 사장은 저가폰 시장에서 제조자개발생산(ODM)을 확대할 뜻을 내비쳤다. 제품 경쟁력을 충족하고 회사 브랜드에 문제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ODM을 늘릴 예정이다. 다만 이 경우 국내 부품 생태계에는 부정 영향이 예상된다. ODM 회사가 부품 조달까지 도맡아서 하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의 백색국가 배제 등 수출 규제가 지속되면 스마트폰 사업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봤다. 고 사장은 "백색국가 배제에 대비해 3∼4개월 부품 물량을 확보했기 때문에 갤럭시노트10이나 갤럭시폴드 출시에는 영향이 없다"면서도 "4차 벤더 업체까지 고려하면 3∼4개월 뒤 무슨 일이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 장기화하면 영향이 없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