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등 불참으로 반쪽 행사
게임사 부담덜고 이용자 중심의 소통 행사로 변모해야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가 막을 내렸다. 올해 전시회는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돼 대략 21만5000명이 방문한 것으로 추산됐다. 볼륨만 놓고 보면 3359부스로 역대 최대 규모다. 현장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 성황을 이뤘다. 게임 이용자들의 높은 관심이 반영돼 열기가 높았다.
현장의 함성과 달리 속내를 들쳐보면 아쉬운 측면이 있다. 먼저 게임사들이 지스타를 마케팅 수단으로만 간주하는 모습이다. 넥슨코리아와 크래프톤, 넷마블, 펄어비스 등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참여했으나 엔씨소프트와 카카오게임즈, 스마일게이트, 네오위즈 등 게임산업의 한축을 담당하는 주요 회사들은 불참했다. 사실상 반쪽짜리 행사다. 이유는 당장 공개할 신작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특별히 대중에게 보여줄 게 없어 참여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게임 이용자들은 미공개 신작도 좋지만 기존 라이브 게임을 중심으로 소통하는 시간 역시 무척 중요하게 여긴다. 최근 이용자들은 개발사와 커뮤니케이션을 요구하는 성향이 매우 짙다. MZ세대 이용자는 자신이 아끼는 게임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한다. 담당 PD와 콘텐츠를 논하고 대중들의 의견이 개발에 반영되길 바란다. 지스타 역시 시대에 발맞춰 마케팅 관점이 아닌 이용자 참여의 눈높이로 달라질 필요가 있다. 이슈와 화제몰이보다 신·구 게임과 팬덤이 함께하는 장이 올바르다. 협회는 게임사들이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보여주기 식에서 벗어나도록 정책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또, 지스타에서 드러난 중견 게임사의 부재는 아픈 대목이다. 어떤 산업이라도 중·소업체들이 바닥을 다지는 구조가 건강하다. 참신하고 새로운 작품은 밑에서 시작된다. 중소 게임사는 게임산업을 떠받치는 허리다. 지스타에서 자취를 감춘 중견 게임사들의 모습은 안타까운 부분이다. 게임시장이 위축되면서 중견 회사들의 지스타 참여는 꿈도 못 꿀 지경에 이르러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협회가 나서 통 큰 지원을 했어야 했다. 이같은 회사들은 지스타가 아니면 얼굴을 내밀 공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와중에 해외 PC플랫폼 스팀이 한국 인디게임들에 부스를 마련해 숨통을 틔웠다. 지향해야 할 지스타의 모습이 해외 게임사의 도움으로 작게나마 구현됐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게임에 대한 진심은 제2전시장 스팀 부스 내에 가득했다. 반가우면서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지스타는 달라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 대부분의 게임사들은 지스타 참여를 꺼린다. 비용이 많이 들고 준비에 소모되는 리소스가 적지 않다. 신작의 경우 개발 일정은 당연히 연기되며 정식 출시 역시 미뤄야 한다. 행사 부스들 사이에서 눈에 띄기 위한 경쟁적 이벤트 역시 크게 펼쳐야 한다. 아무리 큰 회사라도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없다.
다수의 게임사들이 각자 개별 행사를 별도로 개최한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가리지 않고 이용자들과 소통의 자리를 자주 가진다. 게임사들은 무엇이 게임 이용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요소인지 파악하고 있다. 지스타 스스로 가치를 증명하지 않으면 불참을 선언하는 게임사들은 늘어날 것이다. 협회는 위기감을 가지고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내년에는 한 단계 도약된 지스타를 기대해 본다.
디일렉=김성진 전문기자 [email protected]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전장·ICT·게임·콘텐츠 전문미디어 디일렉》
저작권자 ©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디일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