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업계 "내년 상반기 장비업체 선정 기대"
ViP 투자규모 관심...트럼프 2기 출범도 변수
비전옥스의 IT 8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 장비투자 시기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비전옥스가 차별화 요소로 부각 중인 '비(non)-파인메탈마스크(FMM)' 방식 'ViP' 기술 양산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 외에, 내년 1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 비전옥스의 자금조달 능력 등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5일 복수의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관계자는 비전옥스가 이르면 내년 1분기나 2분기에 IT 8세대 OLED V5 라인 장비업체를 선정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들은 V5 라인용 장비 공급을 놓고 비전옥스와 논의 중인 장비업체 소속이다.
현재 비전옥스는 여러 장비업체와 사양, 가격 등을 놓고 협상 중이다. 일부 장비는 우위를 점한 곳이 드러났고, 또 현재 흐름을 뒤집으려 노력 중인 업체도 있다.
이들이 예상하는 V5의 1단계 라인 장비 반입 예상시점은 2026년 상반기다. 8세대 유리원판 투입 기준 전체 월 3만2000(32K)장 규모로 계획된 V5의 1단계 라인 규모는 이의 절반인 월 16K다. 2026년 상반기에 장비를 반입하려면 2025년 상반기에는 장비업체를 선정하고 발주해야 한다. 비전옥스가 지난 9월 V5 라인 기공식을 열었지만 아직 공장은 짓지 않았다.
비전옥스가 부각 중인 ViP 방식 OLED 라인 투자 규모는 지금도 불확실하다. 국내에선 비전옥스가 전체 월 32K로 계획한 V5 라인에서 4분의 1인 월 8K 이상을 ViP 라인으로 구성할 것이란 관측이 여전히 우세하다. 비전옥스는 이달 초순 ViP 품평회도 개최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전옥스의 V5 투자 집행의지는 강하다"며 "ViP 라인도 작게나마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선 비전옥스가 V5 일부를 ViP 방식으로 구성한 뒤, 양산이 어렵다고 판단하면 해당 라인을 대형 화이트(W)-OLED 방식으로 바꿀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이는 비전옥스가 ViP란 차별화 기술로 지방정부 투자 유치 명분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 접근이다.
비전옥스가 V5 일부를 ViP 방식으로 구성하면, 나머지 라인은 FMM 방식으로 구성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디스플레이와 BOE는 모두 IT 8세대 OLED 라인을 FMM 방식으로 구축·투자하고 있다.
비전옥스 입장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도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월 취임 후 중국산 패널에 대한 관세 부과 등을 결정하면 비전옥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전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이 절대적이란 현실을 미국 정부가 받아들이고, 일부 중국산 패널에 선택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면 비전옥스에는 기회가 된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 현재 비중이 큰 BOE 물량을 줄이면 공급처 다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비전옥스는 액정표시장치(LCD) 라인은 없고 OLED 라인만 보유하고 있다.
비전옥스의 V5 라인 고객사 확보는 이러한 대외변수와 관련이 있다. 비전옥스보다 IT 8세대 OLED 라인에 먼저 투자한 BOE도 해당 라인 고객사가 아직 없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중국 정부가 여러 업체에 투자를 신중하게 집행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밝혔다.
비전옥스의 자금 조달능력을 변수로 꼽는 관측도 있다. V5 라인 구축에 필요한 550억위안(약 10조4000억원) 중 비전옥스가 직접 부담하는 투자 비중은 20%(110억위안, 약 2조800억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전옥스가 자신들이 부담해야 하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자금 조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장비 발주 시기는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비전옥스 V5 기공식에는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와 야스, 일본 캐논토키와 선익시스템 등 증착기 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AMAT와 야스는 ViP 방식 증착기, 캐논토키와 선익시스템은 FMM 방식 증착기 납품업체 후보로 거론된다.
ViP 방식 OLED는 노광 공정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FMM 방식보다 개구율(픽셀에서 빛이 나오는 부분 비율)과 효율이 높지만 양산성을 검증해야 한다. ViP는 적색(R)과 녹색(G), 청색(B) 재료를 증착한 뒤 그 사이사이 노광 공정으로 RGB OLED를 만든다. R 재료 증착-노광, G 재료 증착-노광, B 재료 증착-노광 공정 등을 차례로 거친다. AMAT가 삼성디스플레이에 연구개발(R&D)용으로 공급할 예정인 '맥스 OLED 솔루션'도 FMM 대신 노광 공정으로 RGB OLED를 패터닝하는 기술이다.
한편, BOE는 B16의 1단계 라인용 장비를 내년 초부터 순차 반입한다. 선익시스템이 만들고 있는 증착기는 내년 초 파일럿 테스트를 거쳐 5월 중하순 B16 라인에 입고될 예정이다. 2단계 라인용 장비 입고일은 1단계 라인용 장비 입고일보다 1년여 뒤로 잡혀 있다.
디일렉=이기종 기자 [email protected]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전장·ICT·게임·콘텐츠 전문미디어 디일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