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월 32K 규모 투자서 ViP 비중 불분명
비전옥스가 지난주 IT용 8세대 OLED 라인 기공식에서 FMM을 사용하지 않는 'ViP' 기술을 부각했다. ViP 방식 OLED는 이론적으로 기존 FMM 방식 OLED보다 개구율과 효율이 높지만 양산성이 검증되지 않았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비전옥스가 전체 IT용 8세대 OLED 라인 투자에서 최소 4분의 1은 ViP 방식으로 구축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반면, 결국 FMM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비전옥스는 지난 25일 열린 IT용 8.6세대(2290x2620m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V5 라인 기공식에서 파인메탈마스크(FMM)를 사용하지 않는 ViP 기술, 그리고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박막트랜지스터(TFT), CoE(Color Filter on Encapsulation), 탠덤(Tandem) 등을 부각했다. 비전옥스는 지난 8월 말 8.6세대 유리원판 투입 기준 월 3만2000(32K)장 규모 IT용 OLED 라인 구축에 550억위안(약 10조4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비전옥스가 직접 부담하는 투자 비중은 20%다.
기공식에는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와 야스, 일본 캐논토키와 선익시스템 등 증착기 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AMAT과 야스는 FMM을 사용하지 않는 ViP 방식 증착기, 캐논토키와 선익시스템은 기존 FMM 방식 증착기 납품업체 후보로 거론된다. AMAT은 이미 일본 JDI에 'e립'용 증착기를 공급한 바 있다. e립은 ViP와 비슷한 기술이다.
비전옥스가 기공식에서 ViP를 재차 강조했지만, 전체 월 32K 규모 IT용 8세대 OLED 라인에서 ViP 라인을 얼마나 구축할 것이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기공식에 서로 다른 기술 방식 증착기 업체가 모두 초대된 것을 두고,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비전옥스가 아직 기술 방식을 결정하지 못했고, 가능성은 모두 열려 있다는 정도로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그럼에도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비전옥스가 IT용 8세대 OLED 투자 명분이 됐던 ViP를 포기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아직 우세하다. 전체 월 32K 규모 라인에서 최소 4분의 1은 ViP로 구축해야 투자 명분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FMM 방식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가 특허로 장벽을 구축했기 때문에, 비전옥스는 새로운 ViP 방식 OLED 라인을 구축해야 OLED 시장에서 차별화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지방 정부도 같은 이유 때문에 새로운 방식 OLED 투자를 권유한다"고 덧붙였다.
생산수율이 관건이다. 비전옥스의 6세대 파일럿 라인에서 만들고 있는 ViP 생산수율은 여전히 '제로'(0)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ViP와 비슷한 기술인 JDI의 e립 생산수율도 10% 내외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재료업계에선 재료 특성 때문에 ViP는 양산이 어려운 기술이란 평가를 받는다"며 "ViP는 양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전옥스는 전체 월 32K 규모 투자 중 1단계에 해당하는 월 16K 규모 투자에 대해선 올해 말까지 기술 방식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1단계 투자에 ViP 방식이 포함될 것인지도 현재로선 불확실하다.
한 관계자는 "비전옥스가 연말까지는 1단계 투자에 대한 기술 방식을 결정하겠지만, 현재는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비전옥스가 ViP 방식을 포기하고 모두 FMM 방식으로 OLED 라인을 구축하려면 허페이 정부에 다시 투자 관련 기안을 올려야 하는데, 이 경우 전체 일정이 몇 개월 늦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공식에도 이런 고민들이 반영됐다. 25일 열린 기공식 규모는 당초 계획보다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도 25일 오후나 저녁에 열릴 예정이었는데, 기공식 전날인 24일 저녁으로 앞당겨졌다. 삼성디스플레이와 BOE는 모두 IT용 8세대 OLED 라인을 FMM 방식으로 구축·투자하고 있다.
한편, 비전옥스 ViP는 적색(R)과 녹색(G), 청색(B) 재료를 증착한 뒤 그 사이사이 노광 공정으로 RGB OLED를 만든다. R 재료 증착-노광, G 재료 증착-노광, B 재료 증착-노광 공정 등을 차례로 거친다. 노광 공정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 FMM 방식 RGB OLED보다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구현이 가능하고, 개구율(픽셀에서 빛이 나오는 부분 비율)도 높일 수 있다. 그만큼 소비전력은 낮아지고 수명도 늘어난다.
비전옥스는 ViP를 탠덤 방식으로 쌓으면 효율이 높아진다고 밝혀왔다. 이론적으로 ViP 방식 RGB OLED 개구율이 FMM 방식보다 높은데, 이를 잘 쌓으면 효율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올해 출시된 애플 OLED 아이패드 프로가 FMM 방식 RGB OLED를 2개층으로 쌓은 탠덤 방식 제품이다.
LTPO TFT는 전자이동도가 빠른 LTPS TFT에 누설전류를 줄이는 옥사이드 TFT를 결합한 기술이다. 현재 하이엔드 스마트폰 OLED 등에 LTPO TFT가 사용된다. BOE도 IT용 8세대 OLED 라인 TFT를 LTPO로 설계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IT용 8세대 OLED 라인 TFT를 옥사이드로 택했다. 옥사이드 TFT는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다.
CoE는 OLED에서 편광판을 컬러필터로 대체하고, 일반 PDL(Pixel Define Layer·화소정의막)을 블랙 PDL로 바꾼 기술이다. 편광판을 빼면 패널이 얇아지고 빛 투과율이 높아져 소비전력을 낮출 수 있다. CoE는 현재 폴더블폰 OLED에 적용 중이다.
디일렉=이기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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