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개선 주력” 주문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구매팀 담당임원 박진영 상무는 이달 초 협성회 반도체 장비분과 모임 자리에서 “내년 (반도체 투자는) 크게 기대하지 말아달라”며 “각 사별로 체질개선에 주력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13일 전해졌다.
이 발언은 내년 삼성전자 반도체 시설투자가 크게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 구매 임원은 올 상반기까지 복수 협력사에 ‘기다려달라’고 말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대 말라’로 톤이 변한데 이어 ‘체질개선’ 발언까지 접하자 협성회에 포함된 주요 장비 기업은 물론 2차, 3차 협력사까지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메모리 투자 속도를 늦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반기 평택 1라인 2층 D램 증설 계획 물량을 돌연 지연시켰다.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2공장 건설도 1~2개월 가량 늦춰진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선 내년 반도체, 특히 메모리 시설투자가 큰 폭으로 쪼그라들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상승세를 지속해왔던 D램 값은 근래 보합세에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낸드플래시는 하락세에 속도가 붙었다. 이른바 투자 조정시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증설 투자를 늦추면 가격이 적게 떨어지거나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장비 기업은 투자 절벽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SK하이닉스는 이미 내년 투자를 줄이겠다고 공식 발표한 상태다. 올해 투자액(16조원) 대비 30% 안팎, 혹은 그 이상의 삭감이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분야는 반도체보다 더 어렵다. 올해도 이미 '투자절벽' 상황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장비까지 반입한 6세대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신공장 A4를 아직 가동조차 못하고 있다. 이 공장을 가동해야 다음 투자를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LG디스플레이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 1위 장비업체 미국 어플라이드머트리얼즈의 최고경영자(CEO) 게리 디커슨은 지난 8월 개최된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칩 제조사가 시설투자를 억제하고 제조 장비 구매량을 줄일 수 있다고 우회적으로 밝혔다. 일본 도쿄일렉트론, 히타치하이테크놀로지, 아드반테스트 역시 "반도체 칩 업계의 계획된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면서 다음 분기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내년 조정기를 거친 뒤 내후년에는 반전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내년 반도체 장비 시장 매출이 올해 전망치 대비 4%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이듬해에는 20.7%로 대폭 확대된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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