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실무 책임자가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과 관련된 견해를 밝혔다.
윤석희 SK하이닉스 장비부품팀장(수석)은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가 19일 한양대학교에서 개최한 추계학술대회 발표 연사로 나와 "간혹 언론이 대기업 장비부품 국산화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국산 장비를 '못' 쓰는 이유는 기술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간 학계와 후방 산업계에선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이 20% 이하라면서 이 수치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 혹은 비판을 간헐적으로 해왔었다.
윤 팀장은 "국산화는 곧 가격 경쟁력을 뜻한다"면서 "공정 난도가 낮았을 때는 가격 경쟁력이 높은 국산 장비도 많이 썼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회로선폭이 좁아지고 난도가 높아져 (국산 장비를 대량 도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어려운 공정,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공정용 장비는 전부 외산"이라고 밝혔다.
윤 팀장은 "외산 장비는 그 하나로 다양한 공정을 수행할 수 있다"면서 "반면에 국산 장비는 특정 공정에만 활용할 수 있어 구매 확대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조사업체 자료를 보여주며 글로벌 상위 장비 업체 중 국내 기업은 세메스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는 특정 기업(삼성전자)에 한정돼 있다"면서 "한국에 세계적 장비 업체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비 경쟁력이 곧 소자 업체 경쟁력인데 국내 업체들과 이런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후방 산업계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온 적이 있다. 이현덕 원익IPS 대표는 지난 8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이 주최한 후방 산업계 경쟁력 강화 토론회에서 "국내 장비 업계 매출액 대비 R&D 지출 비율을 보면 글로벌 톱 회사의 10분의 1 수준도 채 안 된다"면서 "기술은 점점 어려워지는데 R&D 투자가 적다 보니 미래를 내다보기 힘들다. 이 때문에 대기업이 (국내 장비사를) 설비 이원화를 위한 파트너 정도의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윤 팀장은 "(미국) 램리서치가 용인에 연구개발(R&D) 센터 세운다던데, 결국 외산장비 의존도는 더 높아질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는 "반도체 생태계는 어느 한 기업이 열심히 한다고 구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기업과 정부, 학계가 서로 역할을 제대로 하면서 생태계 최적화를 이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