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허가 관리 품목 1027개도 하나씩 확인 필요
중국 정부가 '제2의 화웨이' 사태를 막기 위해 수출통제 관련 법안과 규칙을 속속 발표하는 가운데 중간에 낀 한국기업 피해가 우려된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1일부로 수출통제법을 발효하고 세부 규정을 속속 발표 하고 있다. 22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온라인으로 전략물자관리원과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반도체협회 등과 함께 '중국 수출통제 동향 설명회'를 공동 개최했다.
지난 9일 중국 상무부는 '외국 법률·조치의 부당한 역외적용에 대한 대응 규칙'을 공포했다. 이날부터 역외적용 대응 규칙은 효력이 발생했다. 외국 법령의 역외적용이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이를 승인·이행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역외적용이란 영토 밖에서 일어나는 행위에 대해서도 자국법을 적용하여 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을 뜻한다. 미국산 품목을 일정 비율 이상 포함한 외산품목을 재수출할 경우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중국 상무부가 공포한 역외적용 대응 규칙을 적용하면 '제2의 화웨이' 사례는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 경우처럼 수출금지 조치가 내려지면 이 대응 규칙에 따라 수출금지를 지키지 않도록 중국 정부가 강제할 수 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손해배상과 강제집행을 할 수 있도록 법제화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 2019년 화웨이에 반도체 등 부품과 장비를 공급하려면 사전에 수출 면허를 취득하도록 하는 규제를 도입해 지속적으로 압박했다. 이로 인해 화웨이의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이 급락하는 등 큰 피해를 겪고 있다.
하지만 중국 상무부가 발표한 역외적용 대응 규칙에 의해 한국 기업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채수홍 전략물자관리원 정책연구실장은 이날 발표에서 "이번 대응 규칙으로 파운드리 기업이나 반도체 완성품 생산 기업들이 미국의 수출통제 준수를 위해 화웨이에 납품을 중단할 수 없게 됐다"면서 "해당 업체들이 납품을 중단할 경우 납품 중단을 금지하는 명령을 발동할 수 있게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외적용 대응 절차로 금지명령이 내려질 경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손해배상이나 손실보상을 해야한다. 법원 판결 불이행시 강제집행이 결정된다. 만약 한국 기업이 미국의 수출통제조례(EAR)를 준수하려고 납품을 중단했을 경우 중국의 역외적용 대응에 해당돼 손해배상 판결로 이어질수도 있다.
채 실장은 "중국의 시민 또는 법인은 금지 명령 준수의 면제를 신청할 수 있다"면서 "역외 적용이 '부당'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를 구비해 신청하면 30일 이내 결정이 나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실제 적용 사례가 나오지 않아 어떤 범위 내에서 적용이 될지 미지수다.
한국 기업은 앞으로 중국 기업과 함께 사업을 할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채 실장은 "한국 기업이 미국 재수출통제를 준수하려고 중국 기업과 거래를 중단했을때 중국 기업에게 손해 배상 청구를 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판결을 통해 면책되더라도 손실을 보상 청구를 받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중국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한국 기업은 필요시 면제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상무부가 작년말 새롭게 개정해 이달 1일부터 발효한 '이중용도 물품 및 기술 수출입허가 관리 목록'도 유심히 확인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수출허가 891개, 수입허가 136개 관리품목을 지정했다. 이 품목에는 핵, 생화학무기 외에도 암호화품목, 무인기 등도 포함된다.
류세희 전략물자관리원 제재분석실장은 "예를 들어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희귀가스의 경우 중국에서 제시한 화학식과 일치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면서 "수출입허가 품목 1027개에 대해 분석이 끝나는대로 전략물자관리원 홈페이지에 게시할 예정이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앞으로 중국 정부가 발표할 추가 수출통제품목도 중요하다. 임채욱 선임연구원은 "앞으로 발표될 수출통제법 추가 통제 품목을 주시해야 한다"면서 "명확한 통제 범위를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어서 지속적으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