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합의 나설 듯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10일(현지시각)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EV)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최종판결을 내렸다. SK이노베이션에게 10년간 미국에서의 생산과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다만 SK이노베이션과 계약한 완성차 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포드는 4년, 폭스바겐은 2년간의 유예기간을 허용했다.
ITC 결정은 미국 대통령이 60일 이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효력이 발휘된다. 지금까지 영업비밀 침해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이 나온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가능성이 크지 않다. SK이노베이션이 먼저 손을 내밀어 원만한 합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유예기간을 뒀어도 LG에너지솔루션의 승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이어질 민사소송 재판 주도권도 LG에너지솔루션 측으로 넘어가게 됐다. 지난해 4월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소송 재판이 재개될 전망이다. 통상적으로 미국 법원은 영업비밀 침해에 대해서 ITC 결정을 따르게 돼 있어 SK이노베이션에게 불리하다. 떠안아야 할 배상액이 과거·미래 피해금액과 징벌적 손해배상 금액을 합쳐 최대 수조원이 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이 포드의 전기픽업트럭 'F-150'에 납품하는 배터리와 배터리셀, 배터리 모듈 및 팩을 4년 동안 수입을 허용했다. 폭스바겐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도 2년간 허용한다고 밝혔다. 납품불발로 인한 배상문제는 해소한 셈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만 약 20조원 이상의 배터리를 수주한 상황이라 최대 4년간의 유예기간은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약 5조원 이상을 투입해 건설한 조지아 배터리 공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입장문에서 "이번 ITC 결정은 소송의 쟁점인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실질적으로 밝히지 못한 것이어서 아쉽다"면서도 "포드와 폭스바겐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도록 유예 기간을 둔 것은 다행"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지아 공장이 미국 정부가 추진중인 친환경 자동차 산업에 필수적이며, 수 천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 등 공공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ITC 최종 판결을 환영했다. "이번 판결은 SK이노베이션의 기술 탈취 행위가 명백히 입증된 결과"라면서 "이번 판결로 배터리 산업에 있어 특허뿐만 아니라 영업비밀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 인식됐다"고 밝혔다. 향후 양사 합의 가능성에 대해 "SK이노베이션 측이 이제라도 계속적으로 소송 상황을 왜곡해 온 행위를 멈추고, 이번 ITC 최종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부합하는 제안을 함으로써 하루빨리 소송을 마무리하는데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양측은 국내와 미국에서 소송, 맞소송을 벌여왔다.
저작권자 ©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디일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