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지능형교통체계(C-ITS)를 위한 차량사물통신(V2X)의 기술 표준 지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학계와 산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이 LTE 기반의 V2X 기술을 배제할 경우 시장 경쟁력에 있어서 중국이나 미국 보다 불리해 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5일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5G 포럼이 주관한 '자율 주행 인프라 구축 사업을 위한 V2X 정책 세미나'에서 한국의 V2X 기술 정책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정부는 차량통신망을 2024년까지 전국 주요 도로에 구축하고 2027년까지 레벨4 완전자율주행 차량 개발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기술 표준 채택을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국내 이동통신업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C-V2X(LTE-V2X)를, 국토교통부와 자동차업계는 근거리전용무선통신(DSRC·웨이브)을 각각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막심 플라먼 5GAA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한국이 낙후된 DSRC를 선택하고 LTE-V2X를 배척하면 5G V2X 진화에 어려움을 겪게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5G 기술에 대단한 경쟁력을 가진 한국이 DSRC를 선택하면 산업 경쟁력을 스스로 악화시킬 것"이라며 "이는 한국의 세계 시장 경쟁력에 있어서 중국이나 미국보다 불리함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든 자동차 업계는 4G/5G가 자동차에 필요하다는 데에 만장일치를 보고 있다. 국제이동통신표준화협력기구(3GPP) 기술은 진화하는 기술이 하나의 칩에 구현되므로 4G/5G, LTE-V2X, 5G V2X가 모두 하나의 칩에 담기게 된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는 DSRC/ITS-G5와 4G/5G를 동시에 장착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만약 이런 경우에는 큰 가격 상승을 가져오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용 절감 방향의 기술방식을 따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가별로 선호하는 V2X 기술도 상이하다. 중국은 2018년 C-V2X 기술에 주파수(5.9GHz 대역, 대역폭 20MHz)를 할당했다. 2025년 신차 출시의 50%가 C-V2X 장비를 장착하고 2030년에는 거의 모든 신차가 C-V2X 장비를 장착함을 목표로 한다.
미국 또한 C-V2X를 지지한다. 2020년 11월 미국 주파수연방위원회 (FCC)는 "5.9GHz 현대화"라는 행정명령의 발효에 대한 투표를 시행했다. 투표의 결과로 C-V2X에만 주파수(5.9GHz대역, 대역폭 30MHz)를 할당했다. 기존에 설치된 DSRC는 2년 안에 철거하거나 C-V2X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 현재 이 행정명령의 발효를 앞두고 있다.
상용화 또한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의 포드사는 내년부터 출시되는 모든 신차에 LTE-V2X를 장착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우디는 올해 안에 스쿨버스와 스쿨존에 대한 안전서비스를 LTE-V2X를 이용해 제공한다고 밝혔다.
유럽은 기술방식을 정하기보다는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중립성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기술의 선택은 5GAA와 같은 산업계에 맡긴다고 밝혔다. 따라서 유럽은 주파수할당을 기술이 아닌 서비스에 할당하고 있다. 5.9GHz 대역에 40MHz는 안전서비스, 20MHz는 통상서비스, 그리고 10MHz는 도시 철도서비스에 할당한다.
5GAA는 약 3년에서 5년 사이에 유럽의 기술방식의 경향이 뚜렷하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5GAA는 유럽의 기술 중립을 고려해 듀얼 모드 노변 기지국을 추천하고 있다.
장경희 5G 포럼 교통융합위원장이자 인하대 교수는 "C-ITS와 완전자율주행을 위한 V2X 통신기술방식 결정은 향후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염두해 결정되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타 산업계의 지대한 영향을 고려해 글로벌 산업의 흐름과 부합하는 것이 국가경쟁력 제고에 중요하다"고 강조해 말했다.
이어서 "C-V2X 통신 링크 상의 데이터를 활용해 교통효율을 증가시켜 사회, 경제적인 이점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V2X 통신방식이 결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