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권영수 부회장이 지난 2월 중순 일본을 방문해 파나소닉 고위 임원을 만나고 돌아온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이 만남에서 TV용 대형 OLED패널 공급과 관련된 보다 진전된 논의가 오고 갔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당시 권 부회장의 LG그룹내 공식직책은 지주회사 LG의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공동 대표이사였다.
권 부회장의 일본 방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국내에는 일본 TV시장에서의 OLED TV 판매 확대 소식이 적극 소개됐다. LG디스플레이 자체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2000달러(약 230만원)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OLED TV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초 1%에서 2018년말 69%로 늘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TV시장에서 유럽과 일본이 OLED TV 수용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62)은 구광모 대표(회장, 41)를 근거리에서 수행하면서도 그룹내 핵심계열사의 주요 현안에 전방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권 부회장이 지주회사 LG로 옮기기 직전 LG유플러스 대표로서 추진했던 CJ헬로 인수는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공정거래위원회 판단만을 남겨 둔 상태다.
LG그룹 내부에서는 권 부회장이 구 대표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LG유플러스 대표,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LG디스플레이 대표,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 등 LG그룹 핵심계열사를 두루 거친 권 부회장의 현장 경험이 발휘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그룹 관계자는 "대표를 보좌하는 역할"이라고 했다.
권 부회장은 지난달 각사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LG유플러스, LG디스플레이, LG전자의 이사회 의장에 선임됐다. 2017년 LG그룹 총 매출액은 160조원이었다. 권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3사의 같은해 매출을 합하면 101조원가량으로 LG그룹 매출의 63%를 차지한다.
'젊은 리더와 원숙한 조력자' 구도는 낯설지 않다. 가깝게는 전자업계 라이벌인 삼성전자의 '이재용(51)-최지성(68)' 조합이 있었고 멀게는 어린 왕에 대한 왕정시대 수렴청정(垂簾聽政)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다. 의사결정의 횟수와 영향력에 있어서 현대사회 재벌총수는 왕정시대 왕에 비견된다. LG의 2017년말 임직원수는 21만여명이었다.
LG디스플레이 대표시절의 권 부회장에 대해서는, 대형 OLED 투자 성과와 더불어 중소형 OLED 투자 시기를 놓쳤다는 시각이 공존한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생각보다 늦게 열리는 대형 OLED TV시장에 비해 중소형 OLED시장은 애플이 아이폰에 채택하면서 빠르게 열렸다"며 "현재도 중소형 OLED 양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LG디스플레이로서는 뼈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 대표시절 5G통신망에 화웨이 장비를 적극 채택한 일 역시 평가가 갈린다. 권 부회장은 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MWC 상하이 2018'에서 "화웨이 5G 장비가 제일 빠르고 성능이 좋다"고 했었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군용 통신망 등에서 LG유플러스는 앞으로도 화웨이 백도어(backdoor)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LG그룹 관계자는 "주요 경영진의 동선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