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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 협력사에 '제로 발주서' 발급 논란
현대로템, 협력사에 '제로 발주서' 발급 논란
  • 양태훈 기자
  • 승인 2021.08.04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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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사에 부품·자재 공급받고서 '0원' 발주
자재 공급받은 뒤 수개월 뒤에 '늦장 결제'
현대로템 경기 의왕 본사.
현대로템 경기 의왕 본사.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로템이 하청업체들을 대상으로 ‘제로 발주서’를 관행적으로 발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로 발주서’는 부품·자재를 공급받는 계약을 맺으면서 거래단가를 ‘0원’으로 기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청업체들은 거래단가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부품·자재를 공급한 뒤 수개월이 지난 후에야 늦장 결제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국내에서 수주받은 전동차 등 철도차량 제작 과정에서 부품·소재 공급을 맡은 하청업체들에 제로 발주서를 발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동차 제작에 필요한 내·외장재, 모듈 등을 협력사에 발주하면서 최초 거래단가를 ‘0원’으로 기재하는 식이다.

이렇게 제로 발주를 하고 난 뒤, 현대로템은 하청업체들로부터 부품·자재를 공급받고서 짧게는 3~6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거래단가를 협의한 뒤 대금을 결제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A업체 관계자는 “(현대로템의) 제로 발주는 오래된 관행”이라며 “과거에는 제로 발주를 한 뒤 길게는 1년 뒤에 결제를 해줬다면, 그나마 지금은 많이 나아져서 3~6개월 후에는 결제를 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 (사진=현대로템)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 (사진=현대로템)

현재 현대로템의 주요 협력사는 한국화이바 등이 있다. 한국화이바는 지난해 12월 반도체 장비 부품 업체인 뉴파워프라즈마가 인수했다. 이 회사를 제외하면 현대로템의 철도사업 부문 하청업체는 대부분 비상장 중소기업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로 발주가 가능할 수 있는 것도 영세한 협력사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제로 발주의 부당함에도 하청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철도차량 분야에서 현대로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국내 전동차 및 철도차량 제작업체로는 현대로템, 다원시스, 우진산전 등 3개사가 있다. 이들 3사가 코레일, 서울지하철공사 등 지자체 산하 공기업의 입찰물량 대부분을 나눠 수주한다.

이 가운데 현대로템의 수주 비중은 압도적이다. 국내 발주물량의 70% 이상을 가져간다. 2015년 이후 다원시스, 우진산전이 관련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전까지는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지난해 현대로템 전체 매출 중 철도사업 비중도 52%(매출액 1조4520억원)로 방산(30%), 플랜트(17%)에 비해 월등히 높다. 

(자료=현대로템)
(자료=현대로템)

업계에선 현대로템의 제로 발주가 국내 철도차량 입찰의 구조적 문제를 하청업체에 전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코레일, 지방 공기업들은 전동차, 경전철 등을 발주할 때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진행한다. 해당 계약을 수주하려면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을 써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줄어드는 마진을 제로발주를 통해 메우려 한다는 얘기다. 

관련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재무통인 이용배 사장이 지난해 현대로템 CEO로 취임한 이후 저가수주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국내 시장에선 저가 수주에 따른 부담을 제로 발주로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현대로템은 “회사의 공식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면서 "전자발주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어 제로 발주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현대로템 최대주주는 현대차(33.77%)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모비스' 등 3~4개의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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