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가 특허 괴물로 불리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의 타깃이 되고 있다. 최근 5년 사이에만 8개의 NPE가 현대차와 기아를 상대로 9건의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 따르면 올해 5월 미국 NPE인 '마이크로페어링 테크놀로지스(MicroPairing Technologies, 이하 마이크로페어링)'는 현대차와 기아를 상대로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 지방법원에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 관련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마이크로페어링은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시장에 출시한 제네시스 등에 자사 특허를 무단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로직 회로를 이용한 차량 오디오 애플리케이션 관리 시스템 ▲차량 오디오 시스템을 동적으로 구성하는 장치 ▲차량 소프트웨어 시스템에 대한 액세스를 제한하는 방법 ▲구성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갖춘 관리 시스템 ▲보안 환경에서 가상 컴퓨터를 다중 태스킹하는 방법 ▲오디오 장치 관리를 위한 장치 등의 특허다.
마이크로페어링 측은 소장을 통해 "현대차는 특별한 의도를 갖고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마이크로페어링은 현대차에 로열티 및 특허침해에 대한 손해배상 등을 청구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특허침해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마이크로페어링은 구체적인 손해배상액을 밝히지 않았지만, 현대차와 기아가 패소할 경우 부담해야 할 금액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와 기아가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제네시스를 앞세워 전년동기 대비 48.1% 증가한 80만4944대의 최대 판매량 기록을 경신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페어링에 앞서 관련 특허를 보유했던 미국 NPE 'EHH(Eagle Harbor Holdings)'는 2015년 포드에 차량당 90달러 이상의 로열티를 포함해 2억8500만달러의 손해배상을 요구하기로 했다. 마이크로페어링은 2017년 EHH로부터 해당 특허를 매입했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 관계자는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됨에 따라 각종 센서 추가, 모바일 기기 연동 및 인공지능 탑재 등으로 인포테인먼트 관련 기술범위가 확장되고 있다"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시장규모 확대에 따른 NPE의 적극적인 소 제기 활동이 예상, 이에 따른 대응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대차는 2007~2012년까지 특허 괴물로 불리는 미국 NPE '오리온 IP'로부터 각종 특허침해 혐의로 피소돼 1150만달러를 배상했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NPE로부터 지속적인 특허침해 소송에 휘말리는 이유로 소프트웨어 경쟁력 부재를 꼽았다. 전문 소프트웨어 회사들과의 수평적인 협력보다는 자동차 산업 특유의 수직 계열화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부품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인포테인먼트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도 하드웨어처럼 원청(현대차)이 스펙을 정하면, 하청(현대오토에버 등)이 이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방식을 유지 중"이라며 "현대차와 기아가 NPE와의 특허분쟁에 대응하기 위해선 차량용 소프트웨어 전반의 생태계를 육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