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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대제 회장 "미·중 사이에 낀 K반도체, 위기 아닌 기회"
[인터뷰] 진대제 회장 "미·중 사이에 낀 K반도체, 위기 아닌 기회"
  • 장경윤 기자
  • 승인 2021.11.04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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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반도체공학회-디일렉 공동기획] 반도체 미래를 그리다①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회장 인터뷰
"한국 반도체, 미·중 사이에서도 충분한 경쟁력 갖췄다"
"중국의 반도체굴기, 한국 기술력 따라잡기 쉽지 않을 것"
"비메모리 활성화 등 균형있는 반도체 생태계 키워야"
미·중 경제패권 전쟁이 확전 양상이다. 트럼프 집권 이후 벌써 5년 넘게 두 경제대국의 주도권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바이든 시대에서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공급망을 두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압박, 그런 미국에 맞서려는 중국의 대응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미·중 패권전쟁은 대한민국을 먹여살리는 핵심 산업인 반도체, 이른바 K반도체에도 중대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K반도체는 위기를 맞을까, 아니면 기회를 찾을 것인가? <디일렉>은 한국반도체공학회와 공동으로 우리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짚어보는 릴레이 인터뷰를 시작한다. 첫 주자는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회장이다. 진대제 회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기틀을 다진 반도체 전문가다. 삼성전자 사장, 정보통신부 장관을 거쳐 2013년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를 창업했다.  진 회장이 바라보는 K반도체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았다. 대내외 환경은 녹록지 않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꿔낼 경쟁력과 잠재력을 충분히 갖췄다고 평가했다.  진 회장은 "전세계 반도체 시장의 절반을 미국이 차지하고 있다면 한국은 20%다. 그만큼 한국이 반도체 산업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있고, 반도체 장비나 소재를 구매하는 데 있어 구매력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추구한다고 하지만, 반도체는 단순히 돈을 쏟아붓는다고 한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진 회장은 향후 K-반도체 전략의 방향에 대해서는 "메모리만이 아닌 비메모리 쪽에도 역량을 투자해 한국 반도체 생태계 규모를 균형있게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와 인력, 중소 벤처기업을 양성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아래는 진대제 회장과의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Q.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한국의 위치를 묻고 싶습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가운데 끼어 있는 한국의 반도체 산업 역량은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A. 일단 숫자적으로 비교를 해보시면 4500억 달러의 반도체 시장 규모에서 반은 미국이 차지하고 있고, 두 번째로 큰 나라가 한국입니다. 메모리 위주이긴 하지만 한 20% 수준이죠. 나머지는 유럽이 10%, 일본 10%, 중국 및 대만이 각 5% 정도입니다. 중국하고 미국 사이에 끼어있긴 하지만, 한국이 그만큼 반도체 전체 산업에서 상당한 주도권을 가지고 있죠.

특히 메모리 시장의 70% 쯤을 생산해서 공급하고 있으니, 반도체 장비나 소재를 구매하는 데 있어 구매력이 상당합니다. 예를 들어 삼성이나 SK하이닉스가 장비나 소재를 구매할 때 한국에서 조립을 해 달라, 한국에서 생산을 해 달라 하면 거의 100% 말을 들어줍니다. 그만큼 한국에 상당히 주도권이 있는 겁니다. 중국은 전체 산업의 제조 대국이지 않습니까. 그야말로 제조시장의 50%를 장악하고 있는데, 그런데 불행히도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 및 소재는 해외 의존도가 너무 높습니다. 반도체는 80%나 되죠. 중국 정부도 해외 의존도를 빨리 줄이고 싶을텐데, 이에 2025년까지 제조 대국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포함한 부품 소재를 내재화하겠다고 하는 거죠. 그럼 전 세계는 다른 제조를 할 수 없게 됩니다. 이게 어떻게 보면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의 기폭제가 된 거죠. 또한 중국은 2015년에는 반도체 굴기를 하겠다면서 300조원의 돈을 집어넣었습니다. 이 300조원이 어떻게 나왔냐면, 삼성전자가 1983년부터 2015년까지 투자한 돈이 약 300조원입니다. 그러니까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투자한 돈을 일거에 집어넣어서 삼성전자를 따라잡겠다는 전략인 거죠. 하지만 5~6년이 지난 지금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평가해보면 여러가지 이유로 잘 안되는 것 같습니다. 80~90년대 잘 앞서가던 회사를, 혹은 국가를 따라잡던 때하고 비교하면 지금의 반도체 산업은 많이 다릅니다. 뭐가 다르냐면 첫째는 기술이 너무 어려워졌어요. 기술이 미세화되면서 적당히 단편적으로 보는 정도로는 따라갈 수 없습니다. 반도체 기술 발전이 근본적 한계에 부딪혔다는 이야기가 20년도 넘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앞으로 가고 있으니 얼마나 어려운 기술을 하고 있겠어요. 그러니 돈을 200조원, 300조원 넣는다고 해서 단순하게 따라잡을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게다가 무역 마찰로 미국이 자국의 지적 자산이 들어간 장비를 중국이 가져갈 수 없게 만들었죠. 또 중국이 여러 반도체 회사를 적극적으로 M&A 해왔는데, 이제는 이 길도 막혔습니다. 

Q. 지금 미국 정부가 반도체 기업들에게 정보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많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정보를 달라고는 하지만 반도체 생산 기술 정보를 달라는 건 아닐 겁니다. 그보다는 적대적인 중국의 반도체 수급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서 어느 고객 또는 나라에 어느 정도의 규모로 판매를 하고 있는가를 알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반도체 수급 상황에 대한 장악력을 키우기 위한 대중국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죠. 전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이 반도체니까 반도체 생산을 미국에서 하고, 또 기술을 장악해야 되겠다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유치에도 적극적이죠.

Q. 여기에 인텔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A. 인텔도 사업을 영위하기가 참 어려워졌습니다.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일반적인 성능을 가진 CPU인데, 이 칩을 쓰던 아마존이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인공지능이 특화되면서 이제는 자체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모바일 AP도 퀄컴에 의존하다가 애플이나 삼성이 자체개발에 뛰어들었죠. 시장이 변한겁니다. 이처럼 구글, 아마존 같은 기업들이 자체개발에 뛰어들면서 TSMC만이 칩을 만들어주기는 힘든 환경이 됐습니다. 인텔도 자기 팹이 있고 시스템LSI를 만드는 기술이 있으니 파운드리에 뛰어들 능력이 있는데, 이에 따른 자연스러운 투자인거죠.

Q. 한국의 시스템반도체 팹리스들이 굉장히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고부가가치 시장이다보니 과거 많은 업체들이 생겼는데, 실적은 상당히 어려운 것 같아요.

A. 이들 업체가 어려워진 이유가 여러가지 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휴대폰에 들어가는 칩이 100개라면 그 중에 일부를 몇개 생산해서 납품할 수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AP가 모든 기능을 다 맡고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지적자산이 한 데 모여 큰 칩이 됐죠. 기존 1~2개의 지적자산 가지고 장사를 하던 업체들이 다 흡수합병 됐습니다. 이렇게 되니 작은 팹리스 업체들이 설 시장이 없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밥솥, 전기담요와 같은 작은 시장의 칩은 중국이 다 만들고 있습니다.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칩을 중국에서 대부분 만드는거죠. 그래서 중국에는 그런 칩을 만들어주는 팹리스 업체가 한 3000개 있다고 합니다. 국내는 100개도 안 돼요. 시장이 달라졌습니다.

Q. 시장이 변화하면서 한국에서는 팹리스 스타트업이 나오기 굉장히 힘들어졌다는 말도 나옵니다. 

A. 스타트업이 나오기 쉽지 않습니다. 스타트업이 어떠한 시스템이나 시장을 목표로 하고 여기에 맞는 반도체를 설계할텐데, 이 시스템을 잘 모릅니다. 시스템을 하는 회사가 많이 있어야 칩을 만드는데, 지금 한국에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SK, 한화 등을 제외하면 완성품 업체가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부품 업계도 함께 쇠퇴됐죠. 예를 들어 2000년대에는 휴대폰 업체가 40개쯤 됐습니다. 지금은 1개잖아요.

그래도 4차산업이 많은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나 IoT, 자율주행, 웨어러블 등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있어요. 이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게 중요한데, 세트 쪽이나 시스템 쪽의 정보를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대학을 나와서 반도체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세트 쪽에서 일을 하다가 나와서 창업을 하는 게 수월합니다. 예를 들어 해외 글로벌 기업에서 일을 하다가 인공지능과 관련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 사람들은 실리콘밸리에 창업을 많이 합니다. 국내에서도 이렇게 뛰어든 곳이 몇 군데 있는데, 돈도 많이 들고 하다보니 스타트업이 어렵죠. 대신 구글, 아마존, 자동차 업체들이 칩을 자체개발하면서 설계 인원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는데, 이 부분을 도와주는 업체들이 제법 규모가 크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설계의 파운드리 업체인거죠. 

Q. 한국에 소부장 기업들이 꽤 많이 있는데, 이들 업체들의 경쟁력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A. 나쁘지 않습니다. 배터리나 태양광 분야도 잘 했었는데, 반도체 쪽의 장비·소재 업체들도 잘하고 있습니다. 해외 ASML을 따라잡지는 못하더라도 삼성이나 SK하이닉스가 필요한 각종 반도체 장비를 조달하는 데는 충분합니다. 소재 쪽도 최첨단 소재는 아니더라도 보편적인 소재는 국내에서 다 만들어낼 수 있죠. 불화수소도 초고순도의 경우 시장이 워낙 작아 일본에 의존하는 거지, 굳이 국내 기업이 다 할 필요는 없습니다. 국산화가 좋기는 하지만 시장 상황을 고려해야죠.

자동차, 배터리처럼 국내에서 잘하고 있는 사업에 해당하는 소부장 업체들은 다 잘하고 있습니다. 시스템의 경우 세트 쪽이 강해야 소부장 업체도 다 잘되는 건데, 소부장 잘 되라고 기도하고 중국에다 파는 걸 기대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정부에서 소부장 육성한다고 할 때를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소부장을 잘 만들면 중국에 팔 수 있을까요? 아마 비싼 한국 제품을 굳이 쓰지는 않을 겁니다. 소부장 육성은 훨씬 위의, 상위의 개념들이 잘 되지 않고는 안 되는 겁니다.

Q. 그렇다면 정부가 시행 중인 K-반도체 전략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A. 정부는 물론 기업들도 270조 규모의 막대한 투자를 한다고 하죠. 이번에 반도체의 중요성을 깨닫고, 앞으로 메모리 뿐만 아니라 메모리 아닌 쪽에도 역량을 쏟아부어서 한국의 반도체 산업 전체 규모를 키웠으면 합니다. 미국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수급 관련해서 전략적 회의를 하는데, 국내에서도 유사한 회의를 열어 비메모리 활성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가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고 있다고 봅니다. SK하이닉스가 메모리와 시스템LSI, 파운드리에 모두 투자를 하겠다고 하는데 이를 아주 좋게 보고 있습니다. 삼성 혼자만으로는 어렵죠. 외국의 비싼 장비를 사는 기업들이 지금은 삼성, TSMC, 인텔, SK하이닉스 등입니다. 이 업체들이 최첨단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는데 여기에 투자를 해야 합니다. 정부도 마찬가지겠죠. 해외에는 5~10년 뒤의 필요성을 미리 보고 연구를 하는 국제연구소가 많습니다. 한국도 반도체 생태계를 균형있게 발전시키려면 기본적인 기술을 연구하는 곳이 있어야 합니다. 인력과 중소 벤처도 키워야하는 등 역할이 많습니다.

Q. 인력을 채용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합니다. 인력 부족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또 대학의 역할은 어떤게 있을지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A. 인력 부족은 오랜 숙제죠. 정부와 대학이 신경을 쓰긴 하지만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사실 너무 어렵습니다. 정부가 어떤 지원 정책을 펼쳐도 배출되는 인력이 직장을 가질 수 있어야 하는데요. 반도체 산업을 보면 20~30년 전과 비교하면 사람이 잘 안옵니다. 취직할 데도 별로 없죠. 삼성전자의 경우 사람이 많아서 승진도 쉽지 않다보니,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어지죠. 이렇다보니 지원자가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한동안 컴퓨터공학과가 미달되다가 인공지능, 블록체인 기술 나오면서 다시 지원하는 사람이 늘었어요. 20년 전에는 사람들이 지원을 안 한다 했었는데, 이게 다 시장과 산업의 발달과 같이 가는 겁니다.

물론 반도체가 성숙 산업으로 진입하긴 했지만 인력이 많이 필요한 건 사실이죠. 그런데 기업들은 당장 일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원하는데, 대학에서 반도체를 실용적으로 가르치기에는 너무나 어렵습니다. 둘 사이에 간극이 있죠. 복잡한 문제인데 우선 사람을 구하기 어려우니 이공계 쪽에서 반도체, 소프트웨어, 물리수학을 잘하는 사람이 많이 배출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Q. 학생들이 반도체 쪽에서 최고의 엔지니어로 크기 위해서는 뭘 준비해야 할까요?

A. 좋은 질문인데요. 대학생들이 30년 뒤에 자기가 회사 대표이사가 될 생각으로 뭘 준비할까를 고민하는데, 그러면서 회계나 법, 무역 등 온갖 것을 알려고 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대학에 다닐 때에는 기본적인 코딩이나 물리수학과 같은, 그 시점에서만 배울 수 있는 과목에 충실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그래야 어떠한 일에 부딪혀도 힘을 발휘하지, 여러가지 부가적인 걸 알아봐야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몇 년 전입니다. 제가 교육 관련 토론회를 준비하기 위해 수능을 치른 적이 있습니다. 이후 전문가들 앞에서 "당신들이 수능에 대해 뭘 알고 있느냐"고 물어봤는데, 아무도 모릅니다. 수능 시험, 대학 때 배웠던 많은 것들이 사회에서 써먹을 데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2차방정식을 잘 아는 전문가도 이걸 어디에 활용할 수 있는지 물어보면 대답을 못 합니다. 중요한건 2차 방정식의 원리를 아는거죠. 그저 현상만을 알고 있으니 문제인 겁니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 교육 하에서는 건물은 지을 줄은 아는데, 건물을 설계할 줄은 모릅니다. 베베 꼬인 문제를 빠르게 풀기만 하려고 하지, 설계도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죠. 특히 반도체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외에도 물리, 화학, 설계 등 종합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합니다. 이런 다양한 문제를 풀려고 하면 근본적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죠. 학교는 물리나 수학과 같은 기본적인 소양을 이해하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반도체 산업에서 사람이 없다고 하는 건 단순히 현상이 아니라 근본을 이해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런 사람을 육성해야 해요.

Q. 대학생들이나 20대의 젊은 친구들에게 인생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A. 지금 젊은 세대가 좌절을 많이 하고 있는데, 저희가 대학을 다닐 때는 환경은 어려웠지만 희망이 있었습니다. 노력하면 성취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연봉이 올라도 집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보니, 뭔가를 해보겠다는 생각들이 조금 줄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젊은 세대는 BTS 데뷔처럼 굉장히 창의적입니다. 한국 사람 고유의 능력이라고 볼 수 있을텐데, 다양한 생각들을 하고 그런 부분은 좋습니다. 다만 좌절하지 마시고 꿈과 상상력을 길러서 도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창의성은 꿈과 의욕이 있어야 만들어지는 거니까, 이게 꺾어지면 안 되죠. 돈이 척도가 아니라 자기가 하는 일에서 보람을 찾고, 기술적인 성취에서 즐거움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대학교 때는 기본에 충실하면 참 좋겠습니다. 어떤 산업에 뛰어들던 근본적으로 사용되는 건 물리와 수학이고, 재료나 기본적인 과학기술적 지식 등이 필요합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앞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남들이 시키는 것만 하기보다는 어떠한 문제를 설정하고, 해결방법을 제시하고, 실제로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볼 수 있죠.

Q. 마지막 질문인데, 최근 삼성 출신 OB들로부터 삼성전자가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들이 좀 나옵니다. 지금 삼성에 대해 회장님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A. 삼성이 매출 300조원을 기록했다고 하는데, 전 세계에 매출 300조원이 되는 회사가 몇 군데나 있겠습니까. 이익도 많이 나고 있고, 외형적으로 보면 잘하고 있고 내부에 훌륭한 인재들도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문제가 없죠.

다만 OB들이 걱정하는 것은, 지금까지 이병철 회장이나 이건희 회장과 같은 총수가 문제를 직접 해결했는데 지금은 이런 것들이 좀 결여가 된다는 측면 같습니다. 이게 위기이기도 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 것도 확실한데, 전문경영인들이 잘 하고 있기 때문에 갑자기 위기가 찾아오지는 않을 겁니다. 스마트폰이나 TV 사업을 하면서 이를 뒷받침해줄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이 잘 갖춰져 있기도 하죠. 소프트웨어는 다소 부족하더라도 하드웨어로 차별화를 이뤄낼 수 있는 만큼 다른 회사들보다 훨씬 강한 회사다. 애플보다 더 오래갈 수 있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진대제 회장은...

미국 휴렛팩커드, IBM 연구원을 거쳐 1985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사장 자리에까지 오른 경영인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임원으로 근무하면서 세계 최초로 64메가·128메가·1기가 D램을 개발하는 등 큰 성과를 냈다. 삼성전자를 나온 뒤 2003년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다. 대기업과 관료의 경험을 살려 2013년 사모투자 전문회사인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를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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