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5월 사이노라의 미국 특허 81건 매입
미국 특허의 패밀리 특허는 320여건...한국 특허 57건
"직접 사용하기보다는 전략적으로 활용할 것" 전망
"LGD가 특허 인수하지 않은 것엔 이유가 있다" 의견도
삼성디스플레이가 독일 사이노라에서 사들인 OLED 특허는 300~400건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당장 평가는 어렵지만, 사이노라 특허가 삼성디스플레이에 '전략적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동시에 사이노라에 함께 투자했던 LG디스플레이가 사이노라 특허를 매입하지 않은 것을 두고 기술 상용화 기대감이 높지 않다는 점을 방증한다는 의견도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사이노라에서 전세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특허를 300~400건 매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5월 사이노라에서 미국 특허 81건, 6월 한국 특허 57건을 사들였다. 미국 특허 81건에 대한 패밀리 특허는 모두 320여건이다. 국가별로 각각 출원(신청) 또는 등록됐지만 같은 기술을 패밀리 특허라고 부른다.
이들 패밀리 특허 320여건에는 한국 특허 57건 중 일부와, 유럽·중국 등 세계 각국에 출원·등록된 특허도 포함된다. 특허 중에서도 핵심인 미국 특허의 패밀리 특허가 320여건이란 점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이노라에서 사들인 전세계 특허는 300~400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이노라는 고효율 청색 OLED 소재를 개발해온 업체다. 현재 상용화된 OLED에서 적색과 녹색은 내부발광효율이 100%인 인광소재를 사용 중이지만, 청색은 내부발광효율이 25%인 형광소재 적용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여러 업체가 청색 OLED 소재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인광 또는 열활성지연형광(TADF) 방식 OLED 소재를 연구하고 있다. 사이노라는 TADF 방식 소재를 개발해왔다.
이번 특허 매입에 대해 업계에선 삼성디스플레이가 직접 사용하기보다는, 향후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결정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가 상용화를 위해 개발 중인 청색 OLED 소자에는 인광과 TADF 방식 기술이 모두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TADF 기술에서는 사이노라보다 일찍 기술 개발에 뛰어든 일본 큐럭스가 앞선다는 평가가 있다.
이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가 향후 큐럭스와 벌어질 수 있는 특허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사이노라 특허를 매입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동시에 향후 OLED에 TADF 소재를 사용하는 패널 업체를 상대로도 삼성디스플레이가 분쟁을 제기하며 위협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삼성디스플레이 재무상황이 나쁘지 않다면 이번 특허 매입은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지난 2016년 미국 UDC가 독일 바스프(BASF)의 OLED 인광 소재 특허를 매입할 당시 OLED 인광 소재가 지금처럼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적었다"고 말했다. 당시 UDC는 바스프 OLED 인광 소재 특허 500여건을 9600만달러(약 1200억원)에 매입했다. 이 가운데 미국 특허는 172건이었다.
이때 UDC는 OLED 인광 소재 핵심인 이리듐 관련 핵심 특허를 보유한 상황에서 바스프 특허를 사들이면서 보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적색과 녹색 OLED 인광 소재에서도 핵심인 도판트(발광체) 공급은 UDC가 독점하고 있다. OLED 발광층은 도판트(발광체)·호스트(발광층)·프라임(보조층) 등으로 구성된다.
반면, 사이노라에 과거 삼성전자 계열회사인 삼성벤처투자 등과 함께 투자했던 LG디스플레이가 사이노라 특허를 매입하지 않을 것을 두고 "사이노라 특허 상용화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이란 풀이도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당초 사이노라 특허 매입에 소극적이었다고 보는 이들도 같은 전제를 가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번 특허 매입에 사용한 금액은 8000만~9000만달러(약 1000억~1200억원)로 전해졌다. 지난주 외신을 통해 특허 매입 소식이 알려진 뒤 업계에서 나온 매입 추정액은 700억원에서 1000억원 중반대(1억달러 초반)까지 다양했다. 이후 며칠이 지난 현재 특허 매입액은 1억달러(약 1300억원) 미만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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