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 주력하면 기회 있을지도"
화웨이가 개발 중인 자체 모바일 운영체제(OS)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1~2년 내 OS를 만드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활성화에 필요한 생태계 구축, 보안에 대한 우려를 떨쳐내지 못하면 실효성 있는 성과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 미국 CNBC 등이 점쳤다.
생태계 형성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다양한 앱, 이를 뒷받침하는 개발자가 있어야 OS가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 이는 단기에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 설명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의 닐 샤(Neil Shah) 연구원은 "화웨이 OS가 구글 안드로이드 및 애플 iOS와 경쟁하려면 앱 스토어에 앱 수백만개를 확보해야 하고, 개발자들이 화웨이 OS에 맞게 앱을 리라이팅(Rewriting)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체 OS인 윈도폰을 2017년 포기했던 큰 이유도 개발자 참여 부족이었다. 노키아(심비안), 블랙베리(블랙베리 OS)도 같은 전철을 밟았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필립 레비스(Philp Levis) 부교수는 "오프소스 환경에서 화웨이 같은 기업은 1년~1년 6개월 뒤에 안드로이드나 iOS에 근접하진 못해도 사용 가능한 OS를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기술력이 OS 정착을 약속하진 않는다. 파이어폭스 OS 개발을 이끈 모질라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 안드레아스 겔(Andreas Gal)은 "(생태계 구축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레비스 교수는 "화웨이가 안드로이드 시스템 위에 OS를 구축하면 개발자들이 앱을 손쉽게 구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완전히 새로운 체제라면 개발자들이 많은 것을 바꿔야 하는데, 안드로이드 OS를 활용하면 이러한 수고가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보안도 문제다. 샤 연구원은 "화웨이가 사용자와 앱 개발자에게 OS 안전성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제껏 화웨이폰이 사용하는 안드로이드에 대해서는 구글이 보안 패치와 업데이트를 제공해왔다.
화웨이가 중국 시장에 집중하면 자체 OS가 성공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IT 매체 슬래시기어는 화웨이가 34% 수준인 자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연말까지 50% 이상으로 올리고, 정부 지원으로 중국 IT 대기업이 화웨이 OS를 쓰도록 권장하면 또 다른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 더욱이 유튜브와 지메일 같은 구글 앱을 사용하지 못하는 중국 환경에선 사용자 경험이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샤 연구원은 "모든 중국 업체가 통합된 OS를 개발해 사용한다면, 화웨이가 단독 개발하는 것보다 안드로이드나 iOS와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확산 중인 화웨이 아크(Ark) OS 구동하면 이미지에는 '안드로이드 그린 연합'(Android Green Alliance)이 표기돼 있다. 이는 텐센트와 알리바바 같은 중국 기업 연합을 뜻한다.
화웨이는 지난달 중순 미국 상무부의 제재 명단(Entity List)에 포함된 뒤, 구글이 화웨이에 안드로이드 OS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혀 사업 불투명성이 커졌다. 당장은 90일의 유예기간을 적용받아 8월 19일까지 구글의 기술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앞서 화웨이는 2012년부터 자체 OS를 뜻하는 플랜B를 준비해왔다. 화웨이는 리눅스(Linux) 기반의 '훙멍' OS를 개발해왔고, 아크(Ark) OS 상표권을 독일 특허청(DPMA)에 출원(신청)했다. 지난달 화웨이는 안드로이드 등을 완전히 사용할 수 없게 되면, 자체 OS를 중국에서 올해 4분기까지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 출시 시점은 내년 1~2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