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3 현존 최고 용량인 24GB 제품 개발…고객사 검증중
D램 단품 칩 12개 수직으로 적층해 고용량·고성능 구현
상반기 양산 준비 완료…"최첨단 D램 시장 주도권 강화"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12단 적층 구조의 HBM3 제품을 개발했다. 현재 고객사 검증을 진행 중이며, 올 하반기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미국 엔비디아 등이 주 고객사로 추정된다. HBM 분야에서 50%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이번 12단 HBM3 양산으로 관련 시장을 발빠르게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HBM(고대역폭메모리)은 차세대 D램으로 주목받는 제품이다. D램 단일 칩을 수직으로 쌓아올려 데이터 처리속도를 대폭 향상시킨 게 특징이다. 최근 챗GPT 등 생성형AI 시장이 커지면서 고용량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HBM이 더욱 주목받고 있는 추세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D램 단품 칩 12개를 수직 적층한 HBM3 신제품을 개발하고 고객사로부터 성능 검증을 받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차세대 메모리다. HBM3는 4세대 제품에 해당한다. 기존 HBM3의 최대 용량은 D램 8개를 수직 적층한 16GB이었으나, SK하이닉스의 12단 HBM3는 이를 뛰어넘는 24GB를 구현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HBM3를 양산한 데 이어, 이번에는 기존 대비 용량을 50% 높인 24GB 패키지 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며 "최근 AI 챗봇 산업이 확대되면서 늘어나고 있는 프리미엄 메모리 수요에 맞춰 하반기부터 시장에 신제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기술진은 이번 제품에 어드밴스드(Advanced) MR-MUF와 TSV 기술을 적용했다. 어드밴스드 MR-MUF 기술을 통해 공정 효율성과 제품 성능 안정성을 강화했고, TSV 기술을 활용해 기존 대비 40% 얇은 D램 단품 칩 12개를 수직으로 쌓아 16GB 제품과 같은 높이로 제품을 구현할 수 있었다는 게 SK하이닉스의 설명이다.
MR-MUF는 반도체 칩을 쌓아 올린 뒤 칩과 칩 사이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공간 사이에 주입하고, 굳히는 공정이다. 칩을 하나씩 쌓을 때마다 필름형 소재를 깔아주는 기존 방식 대비 효율성 및 방열성이 높다. TSV는 D램 칩에 수천 개의 미세한 구멍을 뚫어 상층과 하층 칩의 구멍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전극으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SK하이닉스는 다수의 글로벌 고객사에 HBM3 24GB 샘플을 제공해 성능 검증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주요 고객사 중에는 미국 엔비디아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엔비디아는 올해 하반기 출시를 앞둔 차세대 GPU인 'H100'에 SK하이닉스의 HBM3를 적용하기로 공식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12단 HBM3 양산으로 차세대 D램 시장 주도권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금도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의 선두주자다. 지난해 챗GPT 구동에 쓰이는 엔비디아의 A100 칩에 HBM 칩을 대량 공급하는 등 기술적으로도 가장 앞서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현 시점에서 HBM3를 '양산'하고 있는 유일한 업체다. 삼성전자, 마이크론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트렌드포스는 내다봤다. 트렌드포스는 SK하이닉스의 올해 HBM 시장 점유율은 53%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38%), 마이크론(9%)을 크게 앞서는 수준이다.
트렌드포스 측은 "미국과 중국의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를 중심으로 서버용 칩 출하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 AI 서버 출하량은 전년대비 15.4% 증가하고, 2027년까지 연평균 12.2%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일렉=장경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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