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원문>
-BOE 회장 이름이 뭡니까?
“BOE는 천옌순 회장입니다.”
-새로 바뀐 CEO 아닙니까? 한국에 왔었다면서요?
“4월에 방한했는데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를 찾지 않고 중국으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한국에는 왜 왔습니까?
“BOE 같은 패널 업체들은 주기적으로 방문합니다. 협력사에 방문해서 사업계획을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 사람은 매달 오는데 지난달만 안 찾아간 거 아닙니까?
“정기적으로 방문하긴 하는데. 이런 분들이 왔을 경우에는 고객사에 찾아가서 사업계획도 물어보고 요즘처럼 업황이 안 좋을 때 고객사 사업계획에 맞춰서 자기들의 물량 계획도 맞춰보고 재고 파악하고 공장 가동률에 반영해야 되기 때문에 고객사에 가는 게 일반적인데 지난달에는 삼성전자를 찾지 않고 돌아갔습니다.”
-BOE 회장은 나이가 어떻게 됩니까?
“나이까지는 모르겠습니다.”
-나이는 좀 있겠죠? BOE 정도 되는 기업이면 매출이 한국 돈으로 30조~40조원 하지 않습니까?
“전년도인 2021년도에 BOE가 전 세계 패널 업체 중에 1등이었습니다.”
-그러니까 30조원 이상 한다는 얘기죠. 왜냐하면 LG디스플레이가 20조원 중후반, 요즘 조금 떨어졌긴 했지만, 삼성디스플레이도 그것보다 조금 더 많은 수준인데. BOE가 그 정도 매출이면 회장이 그렇게 자주 오진 않겠네요? 실무진들은 많이 와도.
-삼성은 안 갔으면 다른 곳에 간 곳은 있어요?
“장비 협력사들은 간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가 TV 사업부도 그렇고 스마트폰 사업부도 그렇고 BOE 패널을 많이 사다주지 않습니까?
“예전에는 많았는데 삼성디스플레이에서 LCD 사업 철수하고 그렇게 되면서 BOE와도 관계가 안 좋아지긴 했습니다. BOE가 예전보다는 고압적인 자세로 삼성전자를 상대하기도 했고. 그래서 최근 2~3년 동안 BOE (LCD TV 패널) 물량을 삼성전자가 줄여왔습니다. 예전에는 많았는데 CSOT 물량이 늘어나고 LG디스플레이 LCD 물량도 늘어나고. 대만 업체들 샤프, AUO 이런 패널도 받아오고. BOE 비중을 줄이고 있었지만 그래도 BOE 물량이 여전히 두 번째, 세 번째로 많기 때문에 BOE 입장에서 삼성전자는 여전히 주요 고객사입니다.”
-그러면 한국에 오랜만에 왔는지 매달 왔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한국에 왔는데 삼성전자에 들리지 않고 그냥 돌아갔다는 걸 주제로 기사를 쓰셨는데. 물량을 줄여서 기분이 나빠서 안 간 걸까요?
“삼성전자랑 BOE 사이에는 물량을 줄인 것에 대한 문제도 있고 작년에 광고에 필요한 라이선스 비용을 삼성전자가 BOE 쪽에 달라고 한 게 있습니다.”
-쉽게 얘기하면 리베이트 같은 거군요.
“BOE가 우리 패널이 삼성전자 TV에 적용되고 있다고 마케팅 할 때 그걸 사용할 수 있으려면 삼성전자의 허락이 있어야 되고. 비용도 받고 또 그것을 북미 TV 시장에 판매할 경우에 그런(마케팅) 비용을 다 삼성전자가 부담하느냐 또는 BOE 같은 패널 업체가 부담하느냐는 문제가 있는데. 그런 것을 삼성전자가 BOE 측에 요구했는데 그게 안 됐습니다.”
-안 줬습니까?
“BOE가 안 줬고. BOE 패널이, 물론 여러 패널 업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긴 한데. BOE가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TV 패널에서 일부 불량이 생긴 것 같기도 합니다. 그것과 관련해서도 삼성전자와 BOE 사이에 비용에 대해서 논의한다든지 그런 게 많았고. 물량도 여러 가지 쟁점 중 하나였을 겁니다.”
-사고파는 사이인데. 사이가 나쁘다는 게 이해가 안 되는데. 그럴 수도 있죠. 기자님 노트북에 붙어있는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 식별 스티커도 결국 인텔이 돈을 주는 거거든요. 마케팅 비용으로. 애플 같은 경우에는 식별 스티커를 안 붙이고 돈을 안 받겠다고 하긴 하는데. 그런 걸 안 줬나 보군요.
-소송도 있죠? 작년 말에 삼성디스플레이가 BOE 상대로 미국에서 소송 걸지 않았습니까?
“소송은 아니고 소송에 성격과 비슷하긴 한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미국으로 수입돼 판매되는 스마트폰 OLED에 대해서 특허침해조사를 신청한 게 있습니다. 성격은 소송이랑 비슷합니다.”
-그것은 삼성디스플레이가 건 게 아닙니까?
“작년 12월에 걸었고 올 1월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특허침해조사 절차를 시작했습니다.”
-사업부가 다른데. 나(BOE)를 먼저 친 곳은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인데. 내가 한국에 왔는데 (삼성전자) 안 찾아가서 화풀이를 한 곳은 나의 고객이고.
“소송 얘기를 다시 드리면 삼성디스플레이는 BOE에 소송을 제기한 게 없지만, 소송과 비슷한 성격의 특허침해조사를 신청했고. BOE가 최근에 중국 충칭제1중급인민법원에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반도체, 그리고 영업법인 등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중국 현지에서요?
“그래서 아까 말씀하신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패널 물량 그리고 불량 문제. 라이선스 비용 문제 등 이런 게 있을 수 있는데. 최근에 발생했던 소송에 대해서 양측의 관계가 껄끄러워졌고. 그래서 BOE 천옌순 회장이 삼성전자를 방문하지 않고.”
-불편한 속내를 삼성전자를 방문하지 않았던 것으로 살짝 유추한다는 거 아닙니까.
“방문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방문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랬을 수도 있겠네요. ‘오지마’ 이럴 수도 있겠네요.
-방문하지 않았으면 삼성에서 기분 나빠했을 수도 있고. 방문하지 못했으면 삼성이 오지말라고 했을 수도 있는 거네요.
-어찌 되었든 간에 양쪽에 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은 삼성디스플레이가 BOE를 상대로. 지금 BOE가 애플의 OLED 물량을 넣으려고 하고 있으니까 삼성디스플레이가 거기에 견제구를 던진 거 아닙니까. 그거에 대한 대응으로 BOE도 최근에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반도체를 상대로 중국 현지에서 소송도 걸었고. 그래서 양쪽의 사이가 나쁘니까 결국은 한국에 와도 고객사인 삼성전자를 안 만나고 혹은 못 만나고 갔다. 양쪽의 관계가 안 좋아지고 있다는 시그널로 우리가 이해하면 되는 겁니까?
“그런 방향성은 작년부터 계속 관측되어 왔습니다.”
-중국에서 BOE가 삼성을 상대로 소송을 걸면 삼성은 이기기 힘든 거 아닙니까?
“중국 현지에서는 이기기 힘들다고 봐야 하고. BOE가 국영기업이기도 하고.”
-나랏돈도 많이 들어가는 기업 아닙니까.
-소송이라는 건 중국 내 판매물량에 관한 거예요?
“소장까지는 아직 못 봤는데. 소송이 제기된 나라가 중국이기 때문에 중국 특허권을 가지고 중국 시장에서 발생했던 문제에 대해서 다투는 사안이기 때문에 중국 시장 내에서 발생한 일입니다.”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 예전에 마이크론이 대만에 공장이 있잖아요. 마이크론 대만 공장에 있는 직원들이 UMC로 갔다가 UMC에서 푸젠진화라는 곳으로 이직해서 올 때 기술을 갖고 갔는지 어쨌든지 마이크론이 그걸 발견해서 소송을 여기저기 걸었는데. 다른 데는 다 이겼는데 중국에서는 푸젠진화한테도 소송을 걸었죠. 그런데 푸젠진화가 이겼죠. 그래서 약간 결과가 뭔가 이상한... 별도로 걸었는데 푸젠진화는 “저들이 우리 기술을 가져갔다”라는 황당한 주장으로 걸었는데. 푸젠진화의 손을 들어준 걸 보고. 중국에서는 특허소송이나 이런 걸 걸면 이기기 힘들겠다는 생각했는데. 지금 특허 업계에서도 중국의 국영기업이 해외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을 때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는게 정설입니까?
“기술에 따라서 다르긴 합니다. 지난번에 잠깐 말씀드리긴 했는데. 국가차원에서 중요한 기술일 경우에는 대체할 기업이 없을 경우에는 그(중국) 기업에 유리하게 판결을 내려주기도 하지만, 중국에는 각 ‘성’별로 기업들의 경쟁 관계가 치열합니다. 그래서 어떤 특정 기술군, 가전제품이라고 할 경우에 어떤 특정 성의 한 기업이 망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성에 기업이 있을 경우에는 기술을 특허(내용에 충실하게)에 따라서 판결해주기도 합니다. 디스플레이라든지 반도체 이런 쪽은 중국 정부 차원에서 중요하게 육성하고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중요한 기술이라고 봐야 하고. 결국에는 자국 기업에 유리한 판결이 나올 수 있는 산업이라고 봐야 합니다.”
-BOE가 직접 걸었으니까 삼성 입장에서는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일 아닙니까.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중국 내에서 이기기는 힘들지만, 할 수 있는 대응책을 찾아볼 거고. 작년 초부터 삼성디스플레이가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할 때 특허에 대해서 강조를 계속 했습니다. 올해 초에도 했고. 회사에서 그렇게 얘기할 정도면 이미 내부에서는 가능한 전략을 모두 검토해봤다고 봐야 되는 것이고. 대신 중국에서 BOE가 소송을 직접 제기해왔기 때문에 여기에 맞는 시나리오를 차례차례 가동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어차피 중국 내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점유율이 거의 제로 수준에 가깝지 않습니까?
-0%죠?
“1% 미만이고 고객사, 세트 기준으로 봤을 때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잘 안 팔리고 있고.”
-TV도 중국 내에서는 중국 현지 기업들이 대부분 많이 팔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죠.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패널도 많지도 않고.”
-별로 잃을 게 없으면 삼성 입장에서도 제대로 한번 해서 BOE 패널을 탑재한 아이폰이 미국이나 일본이나 독일이나 한국이나 판매가 안되게, 지금 명분도 준 거 아니에요. 먼저 소송을 걸었으니까요.
“삼성디스플레이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특허침해조사를 신청한 건 말씀하신 고객사 사업에 미칠 불확실성을.”
-애플. 애플 눈치는 봐야 하니까 그래도.
“애플의 아이폰 사업에 미칠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삼성디스플레이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특허침해조사 신청하고. 대신 그게 침해조사의 피신청자에 BOE가 쓰여있진 않았지만 결국 겨냥한 게 BOE였기 때문에 BOE에 대한 견제. 그런 방법을 동원한 것인데. BOE가 이렇게 전면전으로 나온다면 삼성디스플레이도 전면전으로 나설 수 있는 명분은 생긴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애플한테도 ‘BOE가 먼저 걸었어요’라고 하면서 그럴 수도 있고. 정치적인 영향도 있는 겁니까?
“그렇게 보는 해석도 있습니다. 최근에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 가까워진 모습을 많이 연출하고 있는데.”
-일본하고도 그렇죠.
“중국 정부가 BOE를 통해서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자, 삼성반도체를 상대로 대리전 성격으로 진행한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이게 확전이 된다. 완전히 갈라서서 거래가 끊긴다면 누가 손해를 보는 겁니까? BOE입니까? 삼성입니까?
“그렇게 극단적으로 갈 가능성은, 한번 생각을 해봐야 하는 게 만약에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송 같은 경우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이 별로 없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고. 제일 큰 영향은 중국에서 판매되는 아이폰입니다. 아이폰 OLED인데. 여기에 BOE가 제대로 하고(공급하고) 있는 게 없기 때문에 LTPS TFT 모델에도 BOE가 많은 물량을 못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LTPO 모델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하고 있는데. 이 물량에 대해서 만약에 소송을 걸었다면 소장을 안봐서 모르겠지만, 애플 비즈니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애플에서 가만히 안 있을 겁니다. 삼성디스플레이 쪽을 BOE가 견제하고 싶겠지만 애플에서 BOE한테 ‘그럼 잘 만들든지’ ‘니네가 못 만드니까 삼성디스플레이 패널을 쓰는 건데 이걸 소송을 제기하면 우리는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 이렇게 얘기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극단적으로 전개되지는 않을 수 있고.”
-근데 디스플레이 패널도 중국으로 많이 간 것이, 저희도 몇 번 그전에 유비리서치 이충훈 대표님 영상을 통해서 전해 드렸지만 결국은 무기화를 할 수 있다. OLED TV 패널로 빨리 가지 않으면 국내 세트 업체들이 중국에서 저렇게 나와서 물량 가지고 자꾸 못살게 굴 수 있는 개연성도 보이거든요.
“그런 개연성도 있고. OLED 재료업체 같은 경우에도 원재료가 중국에서만 나오는게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걸 인도로 다변화해보려 하는데. 품질이라든지 이런거에서 아직까지 중국 재료에 못 미치기 때문에 불안 요소가 있고. 만약에 말씀하신 것처럼 중국 정부에서 특정 재료가 한국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차단한다면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에도 큰 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벼랑 끝 전술은 서로에게 좋지 않은 것 같은데. 아무튼 BOE가 삼성을 상대로 소송을 건 것에 대해서 삼성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우리가 또 지켜봐야 되겠네요. 조만간 삼성의 대응이 나올 수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발표하지는 않겠지만 물 밑으로 ‘우리도 걸어’ 해서 미국이든 어디든 걸고 애플한테도 상황에 대해서 설명하고. 그렇게 하면 그것도 밝혀내면 기사네요.
“미국이나 이런데서 대응을 할 수도 있겠지만.”
-LG랑 공동으로 해도 괜찮을 거 같은데. 하긴 우리가 뭐 기업 경영을 그렇게 정치적으로 보기는...
“그리고 LG디스플레이 자회사도 BOE를 상대로 특허 침해를 경고한 게 이미 있습니다. Global OLED Technology 거기서 이미 BOE 특허 침해 경고, 소송을 제기한 건 아니고.”
-거기는 뭐 하는 회사인데요?
“GOT라는 회산데. 특허 자산 관리하는 회사입니다.”
-NPE(Non-Practicing Entity)군요?
“성격은 그렇다고 봐야 하고. BOE한테 특허 침해 경고했기 때문에. 그래서 BOE로서는 이 LG디스플레이 특허 침해 경고도 해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저희가 예전에, 여기 댓글 창에도 ‘현대 하이디스를 넘기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런 얘기들이 있는데. 사실 디스플레이 쪽 LCD는 다 넘어갔기 때문에 OLED 쪽에서는 격차를 벌려 나가거나 쫓아오는 것을 막을 수 있게 앞에 칸막이를 치거나 해서 잘해야 할 텐데. OLED까지도 다 쫓아오기 시작하면 되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얘기하실 거 다 했습니까?
“다 말씀드렸습니다.”
-잠깐만 쉬다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