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제도 도입 후 150개 기업 상장
초격차 기술 특례 도입…제도 홍보 확대
재도전 기업, 신속심사 적용
주관사, 상장사 부실화 책임 부여…기업, 공시 의무 강화
정부가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개편했다. 상장 조건을 완화했다. 주관사 책임을 강화했다. 공시를 구체화했다. 업계는 일단 환영 일색이다. 기술기업 자금 조달 편의 제고와 투자 시장 활성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27일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 방안’을 확정했다. ▲금융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한국바이오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자본시장연구원이 민관 합동 관계 기관 회의를 가졌다.
이세훈 금융위 사무처장은 “최근 글로벌 긴축 기조와 경기 둔화 상황에서 혁신기업 상장 활성화를 통해 모험자본 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지켜낼 수 있도록 민관 합동으로 대책을 마련했다”라며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자본시장 투자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옥석’을 가려낼 수 있는 선별 기능을 강화하고 상장 주관사의 책임성도 제고하는 조치를 포함했다”고 말했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지난 2005년 도입됐다. ▲기술 혁신성 ▲기업 성장성을 인정받고 자기자본 10억원 이상 또는 시가총액 90억원 이상이면 상장예비심사 신청을 허용하는 제도다. 지난 7월까지 150개사가 기술특례상장을 했다. 이들의 시가총액 합산액은 26조3000억원이다. 상장 1년 후 공모가 대비 평균 수익률은 40.7%다.
‘상장 신청→ 심사→ 사후관리’ 3단계 과정에서 14개 개선 과제를 도출했다.
상장 신청 단계에서는 ‘초격차 기술 특례’를 신설했다. 첨단 전략기술 분야 기업 중 성장 잠재력을 검증한 기업 대상이다. 단수 기술평가(1개 기술평가)를 허용한다. ▲‘국가전략기술육성법’의 국가전략기술(우주항공·인공지능·양자 등 12개 분야 50개 기술)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의 국가첨단전략기술(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바이오 4개 분야 17개 기술) 기업이어야 한다. 또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 및 최근 5년 동안 투자 유치 금액이 100억원이 넘어야 한다. 기업 확대와 투자자 보호를 모두 고려했다.
초격차 기술 특례 대상 기업은 중견기업이 최대 출자자여도 기술특례상장 신청이 가능하다. 중소기업(연구)-중견기업(사업화) 협력 모델(오픈이노베이션)을 감안했다. 대신 중견기업 출자 비율은 50% 미만이어야 한다. 중견기업이 자체 사업을 물적분할해 상장하는 등 꼼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기술특례상장 제도 자체를 체계화·합리화한다. 유형별 심사 항목 통일성 미비 등 현장에서 제도 이해가 쉽지 않다는 불만이 컸다. 심사 구조를 ▲기술력 있는 기업 타깃 ‘혁신기술 트랙’ ▲사업모델이 차별적인 기업 타깃 ‘사업모델 트랙’으로 단순화했다. 트랙에 맞는 기관이 심사한다. 거래소의 ‘찾아가는 기술특례상장 설명회’는 분기별 개최로 정기화했다.
심사 단계는 애로 해소에 초점을 맞췄다. 표준기술평가모델을 고도화했다. 기술성이나 사업성 이외 사유로 고배를 마신 기업에게는 재도전 과정을 줄여준다. ‘신속심사제도’를 적용한다. 기술평가 부담을 완화하고 심사 기간을 단축한다. 45일이 걸리던 시간을 30일로 줄인다. 거래소 상장예비심사와 금감원 증권신고서 심사에서 중복 요소 정보 공유를 진행한다. 기업공개(IPO) 절차가 빨라질 전망이다.
기업 기술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 구성을 수정한다. 거래소 상장위원회는 위원 9인 중 기술 전문가를 최소 2명 이상 확보할 방침이다. 기술 전문가는 과기정통부 국가연구자정보시스템(NRI)과 연계한다. 국책연구기관 기관평가지표에 ‘거래소 기술특례상장 기술평가 참여 실적’ 등을 추가한다.
사후 관리는 투자자 보호가 핵심이다. 주관사에 책임을 묻는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상장 2년 안에 부실화할 경우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는 다음 기술특례상장 때 6개월 기한 주식매도청구권(풋백옵션)을 부과한다. 인수 주식 보호예수기간은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렸다. 공모가 투명성 확보를 위해 사전수요조사 및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등을 도입한다. 주관사별 기술특례상장 기록과 성과를 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KIND)을 통해 공개한다. 기술특례상장 기업도 영업실적 공시 등 공시 의무를 부과한다.
이 사무처장은 “14개 과제 후속 조치를 연내 완료할 예정”이라며 “시행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면서 필요한 사항은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벤처기업협회 ▲한국여성벤처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환영했다.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번 대책은 첨단 분야 회수 시장을 활성화함으로써 모험투자 시장 활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민간 투자 확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또 “이번 기회를 통해 첨단기술분야 및 벤처기업의 동반 성장을 기대하며 벤처기업이 적시적기에 자본을 공급받고 혁신성장을 할 수 있도록 ▲벤처생태계 순환시스템 구축을 위한 다양한 회수지원 ▲민간자금의 모험자본시장 유입을 위한 제도개선 등의 노력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디일렉=윤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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