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발행·판매·상장까지 불과 5개월 '속전속결'
문어발식 확대로 감당할 영역만 늘어
영역 확장보다 '사업효율화' 고민해야
구체적 내역 공개해 불신을 불식시키는 노력 필요
넷마블의 손자회사 MARBLEX.Corp는 설립된 직후 코인 '마브렉스'를 발행해 파트너 회사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이후 거래소 상장 등을 통해 많은 시세차익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파트너 회사들이 대부분 넷마블 자회사 등 깊은 연관이 있는 곳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넷마블이 버진 아일랜드에 설립한 손자회사 MARBLEX.Corp는 2022년 매출이 78억원이다. 이 회사는 넷마블의 싱가포르 자회사에서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2년 1월 26일 설립됐다. 설립 후 블록체인 코인 '마브렉스'를 발행하고 파트너 회사들에게 코인 '마브렉스'를 판매했다. 마브렉스 측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판매 수량은 7000만개이다. 단순 계산하면 7000만개를 판매해 78억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개당 약 100원이다. 마브렉스는 2022년 11월에 '킹 오브 파이터스 아레나'를 서비스하기 시작했으나 사실상 2022년은 코인 '마브렉스'를 판매한 매출이 거의 전부와 다름없다. 그리고 코인 '마브렉스'를 매수한 파트너 회사들은 넷마블과 지분 관련있는 업체가 다수다.
마브렉스의 파트너 회사는 넷마블 넥서스와 넷마블 네오, 넷마블 몬스터, 넷마블 일본, 넷마블 태국, 카밤 등 넷마블 자회사 뿐 아니라 여기에 방시혁 의장의 하이브까지 포함돼 있다. 이 외에 바이낸스체인, 오아시스, 니어, 클래이튼 등 국내외 유명 블록체인 회사들이 리스트에 함께 올라 있으나 소수다. 마브렉스 측이 구체적으로 어떤 회사에 코인을 얼마나 판매했는지 불분명하다. 그러나 100원의 가치로 배포한 것으로 보인다. 매출이 78억원이고 7000만개를 판매했다고 공식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후 코인 '마브렉스'는 빗썸으로 2022년 5월 4일 약 70000원에 상장됐다. 100원이 70000원으로 된 것이다. 여러 회사가 개당 100원으로 7000만개를 매수했다면 총 자산이 4조 9000억원으로 늘어난 셈이다. 이 과정은 6개월도 채 걸리지 않았다. 속전속결이다.
그나마 마브렉스 측은 초기에 판매한 코인 '마브렉스'가 곧바로 시장으로 나오지 않도록 '제한(락)'을 걸어 놓았다. 회사에서 밝힌 '해제 일정'은 2023년 3월부터 2026년 2월까지 매주 풀리도록 설정 해 놓고 있다. 파트너 회사가 마음대로 코인 '마브렉스'를 매도할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까지 시중으로 풀린 파트너의 수량은 약 2250만개(22,499,999)이다. 이 기간동안 코인 '마브렉스'의 시세는 1800원에서 800원 사이를 오갔다. 개당 평균 시세를 약 1300원으로 보면, 선판매 당시 '마브렉스'를 매수한 파트너 회사는 100원으로 1200원의 차익을 누릴 수 있다. 만약 10억원를 투자했다면 110억원의 수익을 남길 수 있는 것이다.
또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일종의 자사주 형태로 '팀'이라는 이름하에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원들은 코인을 배분받는다. 마브렉스에도 팀으로 배정된 코인이 존재한다. 공식적으로 밝힌 팀의 물량은 정확히 1500만개이다. 당초 1억개를 배분받았으나 소각 계획에 따라 8500만개를 지웠다. 이 또한 '제한(락)'을 설정해 2023년 4월부터 2026년 4월까지 순차적으로 해제된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까지 시중으로 풀린 팀의 물량은 대략 350만개(3,461,538)이다. 마찬가지로 1300원으로 셈하면 현금 가치로 45억원이다. 마브렉스의 일원으로 받은 코인은 개인 자산이다. 이를 처분하고 말고는 개인의 몫이나, 투자자와 거래소 이용자들의 입장에서 코인 '마브렉스'의 가치는 최대 -99% 하락한 상태다.
한 코인 투자자는 "사업이 본격 시작되기 전에 사전판매 형식으로 코인을 판매하는 일은 일반적이나 파트너로 등록된 회사들이 넷마블 자회사, 계열사 등이면 꺼림칙한 게 사실"이라며 "해당 물량은 시장으로 계속 풀릴텐데 넷마블 측에서 조금 더 투명한 내역을 공개하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으면 좋을 듯"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마브렉스 측은 흥행작 '모두의 마블 2'를 블록체인 버전으로 출시했으며 해외 유명 블록체인 회사인 바이낸스 체인과 앱토스 등과 생태계 확장을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현재 게임 외 일종의 금융 서비스인 디파이(De-Fi)와 NFT 등으로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향후 일정계획에도 '스텔라 판타지', 'RF 온라인' 등 게임과 함께 클레이튼과 협력하는 '게임파이 플랫폼'으로 영역을 늘릴 계획이다. 디파이 분야는 '스테이킹'과 '워프', '스왑', '스테이션' 등 세부적으로 구분해 운영되고 있으며, NFT 또한 단순 판매에 그치지 않고 'NFT 마켓플레이스'와 'NFT 스테이킹', 'NFT 스왑', 'NFT 에어드롭' 등으로 나눠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인플레이션 등 이슈를 벗어나기 위해 디파이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엮어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하며 "하지만 플랫폼으로 계속 발전하면 내실보다 감당해야 할 분야만 지나치게 넓어질 수 있기 때문에 확장보다 깊이로 전환해 사업효율화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덧붙여 "일반 투자자들도 코인 사전판매에 참여하면 많은 시세차익이 가능한 것을 안다"며 "넷마블이 제 식구 챙기기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내역을 구체적으로 공개해 불신을 불식시키는 일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