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년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신규 이미지 논란
'마비노기' 캐릭터 활용...남성 혐오 상징 '손가락' 의혹
과거 일러스트 이미지 재활용...이용자들 '스스로 이슈 생성'
내부 검수·검증 시스템 개선해야
넥슨 게임에 남성을 혐오하는 엄지와 집게 손가락 형태의 이미지가 다시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넥슨은 지난해에도 비슷한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이용자들은 '이 정도면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쏟아냈다. 넥슨 검증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높다.
지난 30일 넥슨은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게임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타이틀 화면을 새롭게 교체했다. 신규 이미지는 넥슨 대표 게임들의 주요 캐릭터를 하나의 이미지로 모아 편집한 것이다. 이 가운데 게임 '마비노기'의 캐릭터(NPC)가 말썽이었다.
로나 리사크라는 이름의 캐릭터가 왼손을 옆으로 들고 엄지와 집게 손가락을 벌리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국내에서 '남성 혐오'로 인정되는 손가락 모양과 흡사하다. 문제의 왼손은 30주년 기념 이미지에서 다른 캐릭터에 의해 다소 가려 있으나 이를 의심한 한 이용자가 원본 일러스트레이션을 찾아 커뮤니티에 알리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중이다. 한 이용자는 "2005년에 제작된 이미지고 원래 캐릭터가 무기를 왼손으로 들기 때문에 손가락 모양이 자연스러워 (남성 혐오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고 말했다. 해당 이미지는 무기를 손에서 제외한 탓에 손의 모습이 이상하게 보일 수 있으나 의도적으로 그린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에 반해 다른 이용자는 "자세히 볼 필요도 없이 '남성 혐오'의 손가락이고 과거에 그린 그림이라 괜찮다는 식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다른 캐릭터도 많은데 굳이 논란이 예상되는 이미지를 사용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용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원인은 넥슨에 있다. 넥슨은 지난해 하반기 게임업계를 강타한 '남성 혐오'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그래픽 하청업체 스튜디오 뿌리에서 공급받은 이미지가 대상이었고 넥슨은 '몰랐다' '의도하지 않았다'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이후 의혹은 사실로 밝혀졌다. 확대 해석이라며 인정하지 않았던 게임 이용자들은 뒷통수를 맞은 모양새가 됐다. 넥슨이 작업 당사자는 아니나 게임 서비스와 운영에 있어 책임을 회피할 수 없었다. 넥슨은 깊이 사과하며 자사의 모든 게임과 이미지를 전수 조사하는 등 한바탕 큰 소동이 발생했다. 넥슨은 향후 동일한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엄격한 검증 과정을 거치겠다고 단단히 약속한 후에 마무리가 됐다. 그런데 또 '남성 혐오' 손가락이 불거져 나온 것이다.
게임 그래픽 부문에 종사하는 현직 관계자는 "지난 4월에 출시된 하이브IM의 '별이되어라2'에서도 '남성 혐오' 손가락이 있었다"며 "한장의 이미지조차 실무자와 팀장, 실장, 본부장, 대표까지 확인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몰랐다가 아니라 이 정도는 괜찮겠지하는 생각이 일을 키운다"며 "사람의 감각보다 확실한 기준을 세워 검증하는 게 좋다"고 전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달 초 '카트라이더'에서 유사 논란이 잠깐 있었고 넥슨에서 곧바로 이미지를 수정·삭제해 소리없이 지나간 것으로 안다"며 "30주년 기념 이미지라면 더욱 신경써서 작업했을 것인데 논란의 여지를 스스로 만든다. 관련 콘텐츠가 어떤 (결정) 과정을 거쳐 외부로 공개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넥슨의 문제는 검수 프로세스"라고 덧붙였다.
넥슨은 서비스 게임이 수십 종에 이르고 각각 게임들의 이미지를 수작업으로 하나씩 살펴 보기 힘들 수 있으나 매출이 약 4조원에 육박하는 게임사의 모습이 아쉬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넥슨은 "우리 사회의 긍정적 가치를 훼손하는 모든 혐오와 차별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이용자분들의 의견에 귀기울이고 면밀히 살펴 대응하겠으며, 앞으로 보다 면밀히 검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