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화학 임원 출신이신 덕산일렉테라의 김우연 고문님 모시고 배터리 전해액 관련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전해액과 전해질이 혼용되어 쓰이는 것 같은데 어떻게 다른 것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전해액이 상위 개념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전해질은 전해액에 들어가는 하나의 원재료입니다. 전해질과 각종 첨가제 그리고 용매, 이 세 가지를 섞은 후 여과 및 정제 과정을 거쳐서 나오는 완제품이 전해액입니다. 배터리 회사의 주액 공정에서 사용하는 제품이죠.”- 배터리 업황이 나쁜 것은 아닌데 기존보다 성장률이 둔화하다 보니 많은 기업의 주가가 좋지 않습니다. 그 와중에도 엔캠 같은 전해액 제조 기업은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양극재, 음극재 제조사들이 주목을 받았다면 이제야 전해액 제조사들이 관심을 끌고 있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주식에 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전해액의 중요성이 부각되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해액이 배터리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동안 배터리 소재로 주목받았던 건 주로 양극재였죠. NCM 삼원계 배터리의 양극재가 처음엔 622, 그 다음엔 811, 911, 그리고 리튬인산철(LFP)까지 다양하게 변화해왔습니다. 하지만 배터리의 최종 성능이나 품질을 조절하는 것은 사실 전해액입니다. 배터리를 개발할 때 보면, 양산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검증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성능이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어요. 이럴 때 최종적으로 전해액 레시피를 조금 조절해서 원하는 품질을 맞추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양산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품질을 확보하게 됩니다. 전해액이 배터리 성능과 품질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배터리 양극재에서 622, 811, 911 같은 표현은 삼원계(NCM) 배터리의 양극재 조성 비율을 나타낸다. 삼원계 배터리는 니켈(Nickel), 코발트(Cobalt), 망간(Manganese)을 주요 구성 요소로 사용하며, 이 세 가지 원소의 비율을 통해 배터리의 특성을 조정한다. 예를 들어, NCM 811은 니켈(Nickel) 80%, 코발트(Cobalt) 10%, 망간(Manganese) 10%로 구성된 양극재를 의미한다.- 보통 배터리의 4대 핵심 소재를 얘기할 때 원가 비중이 낮은 전해액에 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전해액을 다시 보게 되는 특별한 계기가 있습니까?
“최근 전해액의 중요성이 더 강조되고 있습니다. 고객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전기차(EV) 배터리는 용도에 따라 저온 성능을 중시하는 경우도 있고, 고온 성능을 중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충전 시간이나 배터리 수명 역시 중요합니다. 배터리의 기본 성질은 양극재와 음극재에 의해 결정되지만, 이러한 성능을 더 좋게 하거나 낮게 하는 데는 전해액에 들어가는 첨가제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첨가제는 전체 배터리 소재의 1%도 되지 않는 아주 미미한 양이라고 들었는데 배터리 성능에 그렇게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까?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사실 1%는 넘습니다. 전해액은 배터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전해액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리튬이온의 이동 속도, 즉 이온 전도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전해액이 음극에서는 환원 반응을, 양극에서는 산화 반응을 일으키는데, 이 과정에서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한, 전해액은 배터리의 사용 온도 범위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보통 마이너스 20도에서 60도까지의 온도에서 작동할 수 있게 합니다. 하지만 고객의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더 넓은 온도 범위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 있습니다. 게다가 전해액은 가연성 물질이기 때문에 안전성도 매우 중요합니다. 결국, 전해액의 이온 전도도는 충전 속도, 사용 온도 범위, 안전성 등 배터리의 주요 성능 요소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신제품 개발 시 최종 단계에서는 전해액의 레시피를 조절하여 최적의 성능을 끌어내는 것이죠.”- 전해액에 들어가는 전해질은 육불화인산리튬이죠? 전해질은 주로 누가 만드나요?
“국내에서는 후성이라는 업체 이외에는 전해질 제조 업체가 없습니다. 후성도 생산물량이 많지 않습니다. 시장을 이끌고 가는 곳은 중국과 일본 기업들입니다. 중국에는 틴치(Tinci), DFD 같은 업체가 있고, 일본에서는 모리다, 스텔라 같은 기업들이 LIPF6(육불화인산리튬 ; 리튬염)을 만들고 있습니다. LIPF6가 불산을 사용하다 보니 위험하기도 하고 환경 문제도 있어서 국내에서는 활성화되지 못했죠. 솔브레인이라는 회사도 LIPF6를 생산하다가 중단했고 이제는 후성만 남았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면 용매나 첨가제는 국내에서 만들고 있습니까?
“첨가제는 현재 국내에서 대부분 생산되고 있으며, 개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주로 일본에서 수입했고, 일반적인 첨가제는 중국에서 수입했습니다. 그러나 첨가제는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라 국내 업체들이 많이 투자하고 있어서, 현재는 국내 생산 비중이 많이 늘어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첨가제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첨가제는 대부분 합성인데 난이도가 높고, 개발 단계에서 폭발이나 발화 같은 이슈가 많아 안정된 기업들은 첨가제 개발을 꺼리고 있습니다. 3~4년 전만 해도 의약품 회사들이 합성을 통해 2차 전지 첨가제 시장에 많이 뛰어들었지만, 현재는 좀 주춤한 상태입니다. 첨가제가 배터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더 많은 연구와 투자가 필요합니다. 이렇게 해야 한국 배터리 산업이 중국이나 일본과 경쟁할 때 주도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용매는 어떻습니까? 용매도 중요한 역할을 하나요?
“용매도 중요합니다. 그동안 국내에서 배터리를 생산할 때는 용매가 중요한지를 별로 몰랐었는데 미국에서 생산하려다 보니 문제가 된 것이죠. 미국에는 용매를 생산하는 업체가 작은 업체 한두 개밖에 없는데 용매는 대량으로 필요한 재료입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배터리 생산할 때 큰 이슈가 될 수 있습니다.”- 몇 개월 전쯤에 미국의 도요타 관련 기업과 미팅할 때, 배터리 4대 핵심 소재 중에 미국에서 가장 취약한 소재가 무엇인가 하고 물었더니 전해액을 꼽았습니다. 그러면 국내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고 전해액을 생산하겠다고 하는데 재료 조달이 어려운 것 아닙니까?
“이번에 IRA법의 FAOC 조항에서 전해질과 첨가제가 2년 유예되었습니다. 미국 내에서 생산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죠.” * FAOC는 "Foreign Entities of Concern"의 약자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과 관련된 용어로서, 전기차 배터리 및 핵심 원자재 공급망에서 특정 외국 기업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마련된 조항.- 미국에서 전해액은 만들지만, 원료는 미국 내에서 조달이 안 된다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용매도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최근 롯데케미칼에서 용매 사업에 뛰어들었고 미국에 있는 공장도 일부 개조해서 용매를 생산할 수 있게 한다고 들었습니다만, 생산량은 적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실제 용매 시장은 아직은 중국이 다 쥐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년을 유예했는데 과연 2년 만에 중국의 전해질, 용매, 첨가제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
“굉장히 중요하고 민감한 부분입니다. 용매와 첨가제는 어느 정도 대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리튬염이라고 하는 전해질은 상당히 어려운 부분으로 대두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전해질 사업을 하는 업체에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 그렇군요.
“2년 전에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에는 LIPF6를 생산할 기초 원재료들이 없습니다. 그래서 멕시코에서부터 캐나다까지 다 찾아봤지만 역시 없었습니다. 결국 리튬염 생산이 하나의 키가 되지 않겠는가 싶습니다. 한국의 석유화학 산업이 발달해 있으니 용매는 가능할 것 같고요, 첨가제도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와 있어서 괜찮을 것 같은데 리튬염이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덕산, 엔캠, 솔브레인 같은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 진출해 있는데 리튬염을 어디서 조달할 것인가로 어려움을 겪을 것 같습니다. 중국 외에 유럽이나 기타 지역은 어떻습니까?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작은 업체들은 있는데 우리에게 공급할 정도의 양은 없습니다. 유럽에는 없고 중국과 일본밖에 없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일본은 2019년도에 우리나라를 상대로 불산 수출을 규제해서 어려움을 겪은 경험도 있어서 일본 조달 비중을 높이는 것도 리스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한국에 있는 전해액 업체들이 상당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내재화까지 검토하는 업체들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약에 투자를 한다면 미국에 리튬염 공장을 짓는 것이 한국보다 낫습니까?
“리튬염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파우더 상태를 많이 썼고 최근에는 액상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파우더는 수명이나 운반에서 유리한 부분이 있고 액상은 몇가지 공정이 생략되어 있기 때문에 가격 측면에서 유리하지만 운반비가 많이 들어가는 단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운반비의 문제, 액상과 파우더의 선택 문제 등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국내에서 어느 정도 생산 물량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미국 진출도 병행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럽에서의 생산은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유럽은 SCM 자체가 상당히 복잡하고 각종 규제나 검사 등이 얽혀 있기 때문에 유럽에서 미국으로 공급하는 데 있어 실질적인 시간이나 비용은 한국에서 보내는 것과 별 차이가 없거나 더 비쌉니다. 오히려 리스크는 더 큰 편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의 생산을 말씀드린 것이고 또 당분간은 IRA에 해당되지 않는 일본 제품으로 대체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입니다.”- 미국에 진출한 전해액 업체들은 어떤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까?
“사실 배터리 업체가 생각하는 전해액 업체들의 위상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원가 비중이 낮다는 점도 있지만, 그보다는 중요한 첨가제 관련 특허를 배터리 업체들이 보유하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전해액 조성 레시피를 전해액 업체에서 결정해서 제공하면 배터리 업체에서 검토해서 채택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지금은 배터리 업체에서 전해액 조성을 다 결정해서 줍니다. 전해액 업체는 단순 블렌딩 업체가 돼버린 것이죠.”-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해액 업체들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은 좋은 첨가제를 계속 꾸준하게 만들어내야 하고 내재화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다음으로 대량으로 공급해야 하는 제품이어서 배터리 업체와 가까운 거리에서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어야 하겠죠. 위치가 중요한 이유는 전해액의 유효기간 때문입니다. 통상 3개월 정도로 얘기하는데 길어도 6개월입니다. 그 기간을 내에 배터리에 주입되지 않으면 여러 가지 품질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미리 많은 물량을 만들어 놓을 수도 없겠군요?
“그렇습니다. 또 전해액은 가연성 물질이기 때문에 물과 접촉하면 위험하고 특히 전해질이 수분과 접촉하면 황화수소가 발생합니다. 황화수소는 배터리 안에 있는 양극재를 괴롭히고 배터리 표면의 SEI층을 무너뜨려서 수명을 단축시키고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킵니다. 그래서 전해액 업체들은 탈수 공정을 거치면서 수분 관리를 철저히 해왔습니다. 다만 워낙 가격 경쟁이 심하다 보니 탈수 공정을 생략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배터리 품질 문제가 발생하면 어느 단계에서 잘못된 것인지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죠. 덕산은 미국 공장 증설 시 상당히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만, 안정된 품질의 제품 공급이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투자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탈수 공정을 추가했습니다.”- 배터리 업체에서 전해액 조성에 관여를 많이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완성차 기업들도 전해액의 어떤 특성 같은 것을 요구하나요?
“물론입니다. 전해액 사업을 운영하다 보면 통상 4대 원재료 또는 6대 원재료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배터리 업체가 그런 원재료들을 변경하려면 자동차 업체로부터 변경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배터리 업체들이 전해액 업체를 바꾸지 못합니다.”- 완성차 업체에서 특정 첨가제의 사용을 요구하거나 특정 전해액 업체를 지정하거나 하는 경우는 없습니까?
“제가 아는 범위에서는 없습니다. 오히려 배터리 업체에서 특정 첨가제 사용의 우수성을 소구하지 자동차 업체가 먼저 요구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해액 업체의 타깃은 배터리 업체이지 자동차 업체는 아니군요. 배터리 업체와의 협업이나 제품을 얼마나 싸게 잘 만드는가가 관건이겠네요?
“그렇죠. 그것이 핵심 요소이고 그 다음이 품질 관리입니다. 전해액 관련 사고도 사실은 배터리 제조 공정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그렇군요. 북미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보다는 훨씬 유리한 상황이죠?
“IRA 법이 유지되는 한 우리 기업들이 절대 유리합니다.”- 미국 정부나 기업 입장에서도 한국의 전해액 업체 이외에는 대안이 없는 것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일본 업체들도 자기들 고객사들에게 공급하기도 부족한 상황이라 미국의 배터리 공장에 공급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죠.”- 미국이나 유럽에 진출한 국내 전해액 기업들이 상당히 많은데 어떤 부분에 신경을 써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요?
“제가 보기에는, 비용이 들어가더라도 품질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국내에서처럼 빠르게 대처하기 어려워 원격으로 관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품질 관리가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경험 많은 생산 엔지니어들이 필요하고, 미국 직원들이 잘 따를 수 있도록 명확한 운영 매뉴얼을 만들어야 합니다. 전해액을 과거에는 작은 500리터 탱크에 담아 납품했지만, 지금은 2만 리터 정도 되는 큰 탱크로리로 납품하기 때문에 품질 관리를 소홀히 해서 문제가 발생하면 엄청난 손해를 입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전해액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 것이라고 예상하십니까?
“전해액 업체들이 생존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수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먼저, 배터리 공장과 가까운 위치에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모기업이나 배터리 업체와 협력하여 시장트렌드에 맞고 전기자동차들이 원하는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특수 첨가제를 개발하고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핵심 요소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