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 코아시아의 자회사 코아시아세미코리아가 캐나다 인공지능(AI) 신경망처리장치(NPU) 스타트업 텐스토렌트와 설계 용역 계약을 맺고 8월부터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텐스토렌트는 애플, AMD, 테슬라 등에서 근무하며 고성능 시스템온칩(SoC) 개발을 주도한 짐 켈러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삼성전자가 투자한 회사로 국내서도 잘 알려져 있다.
코아시아에 따르면 텐스토렌트의 해당 개발 프로젝트명은 '퀘이사(Quasar, 우주서 가장 밝은 단일 천체)'로 지어졌다. 생산은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활용한다. 게이트올어라운드(GAA) 방식 3나노가 아닌, 핀펫(FinFET) 게이트 공정 4나노를 활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낮은 수율의 GAA 3나노 대신 비교적 안정 수율을 확보한 핀펫 4나노를 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프로젝트는 반도체 설계 디자인하우스 업계에서 말하는 턴키 계약이 아닌 용역 계약인 것으로 파악됐다. 턴키 수주는 완성 웨이퍼를 파운드리로부터 구매해 일정 이익을 붙여 최종 고객사에 파는 형태다. 제품 수명이 다 할 때까지 매출을 일으킬 수 있다. 용역 계약은 개발비용을 두 세 차례에 거쳐 받고 끝내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턴키 계약보다 적다. 다만 비교적 명성이 높은 고객사 제품을 만들어봤다는 점에서 코아시아세미코리아의 세간 평가가 높아질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NPU 설계 앞단을 텐스토렌트가 해서 보내면 코아시아세미코리아가 회로 배치, 배선(P&R)과 검증, 마스크 제작 등 뒷단을 맡아서 삼성 파운드리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업계에선 이번 용역 계약 금액이 수백억원대인 것으로 추정한다. 코아시아세미코리아는 내년 중반기경 텐스토렌트 프로젝트 개발품을 테이프-아웃(Tape-out)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테이프-아웃은 설계를 마치고 파운드리 회사로 설계 도면이 전달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텐스토렌트가 코아시아세미코리아와 함께 개발하는 NPU는 AI 추론에 최적화된 완성품 형태로 나올 것으로 전해졌다. 값비싼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신 GDDR7을 메인 메모리로 활용하는 형태로 설계가 이뤄질 예정이다.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장악하고 있는 학습 추론용 인프라 AI 카드 시장에서 추론 시장을 저렴한 가격과 비교적 높은 성능으로 뺏어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코시아아세미, 텐스토렌트 업고 모회사보다 높은 기업가치 평가
한편 코아시아는 올 상반기 복잡하게 얽힌 코아시아세미코리아의 지분 구조를 정리했다. 업계에선 외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던 것으로 이해한다. 코아시아세미코리아는 해외 법인 'COASIA SEMI SINGAPORE PTE. LTD.'의 100% 자회사였다. 'COASIA SEMI SINGAPORE PTE. LTD.'의 지분 100%를 코아시아세미코리아가 86억원에 사들이고, 코아시아는 코아시아세미코리아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104억원을 투입, 회사 지분 100%를 가져왔다.
지배구조 개편 후 지난 7월 대만의 성방 인베스트먼트(Sheng Bang Investment Corporation)가 전환우선주(CPS)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코아시아세미코리아에 405억원을 투자했다. 성방 인베스트먼트는 대만 디자인하우스 업체이자 삼성전자 파운드리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사인 패러데이 테크놀로지의 100% 투자 자회사다. 이 투자 당시 주당 단가는 9만원, 회사의 전체 포스트 밸류(투자금이 들어온 후의 기업가치)는 당시 모회사 코아시아 시총보다 높은 2500억원 수준이었다.
지난 9월 2일에는 7월 대비 소폭 기업가치를 올려 주당 10만원에 192억원을 조달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했다. 역시 CPS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을 택했다. 유암코노틱반도체제1호사모투자합자회사가 인수했다.
코아시아세미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액 49억원과 7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자본총계도 -283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업계 관계자는 "코아시아세미코리아가 작년 말부터 텐스토렌트 수주 기대감을 계기로 지배구조를 재정비하고, 모회사 코아시아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 받아 외부 자금도 수백억원 끌어왔다"면서 "이번 텐스토렌트 계약건보단 현재 공을 들이고 있는 미국 AI 칩 업체와의 대규모 턴키 계약을 성사시켜야만 해당 기업가치가 합당하다는 평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아시아세미코리아는 북미 대규모 AI 칩 고객사 일감을 따오기 위해 현재 경쟁사와 경합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