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 공정 일부 적용해 ‘잘 깨지는’ 유리 특성 극복
국내 인쇄회로기판(PCB) 자동화 설비 전문 기업 태성이 유리기판 식각(에칭)·전처리 장비를 개발했다.
태성은 지난 1일 경기도 안산시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장점이 많은 유리기판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상황에서, 고객사의 요청으로 개발한 장비"라며 "구리와 티타늄을 에칭할 수 있고, 전처리도 가능하며 유리기판의 취약점으로 꼽히는 균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유리기판은 고성능 컴퓨팅, 통신 장비의 발전으로 주목 받는다. 기존 PCB와 달리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을 내부에 실장할 수 있어 PCB 위 MLCC가 차지하던 공간에 반도체 칩을 더 올릴 수 있다. 실리콘 인터포저 없이 바로 반도체 칩과 연결되어 최종 패키징된 기판의 두께는 기존의 75%로 얇아진다.
미세 회로를 그리기 좋고, 회로 왜곡 발생률도 줄어들고, 전력 소모량 또한 감소해 ‘꿈의 기판’으로 불리지만 쉽게 깨지는 약점을 극복해야 한다.
태성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정 일부를 접목해 문제를 해결했다. 회사는 “비접촉 방식의 단순 구동 방식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날 태성이 소개한 장비는 길이 16m, 높이 2.5m, 폭4m의 규모다. 지그(jig) 위에 올려진 유리기판이 순차적으로 16m 길이의 기계 안을 옮겨가며 공정이 진행된다. 지그는 장비 내부에서 유리기판을 올리는 도구다. 특수 탄성소재로 구성된 태성의 지그는 유리와의 접촉면이 최소화됐고, 기판 처짐이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됐다. 기판 처짐은 유리 기판에 균열이 가는 이유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PCB 장비에서 지그는 선별적으로 사용된다.
장비 곳곳에서 자체적으로 균열을 모니터하기도 한다. 태성은 “장비에 들어오기 전 진행된 공정들에서 발생한 균열인지, 장비 내부에서 발생한 균열인지 등 발생 지점을 모니터한다"며 "장비 내부에서 발생한 균열이라면 파손된 기판은 즉각 탱크로 옮겨진다“고 말했다. 카세트 사이 간격을 조정해 기판들 사이를 벌릴 수도 있는데 이 또한 균열을 막기 위함이다. 카세트는 공정을 대기 중인 기판들의 ‘집합소’와 같다.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는 웨이퍼 카세트의 간격은 조정할 수 없다.
정전기와 미립자 또한 신경썼다. 유리에 전기가 통하는 수많은 구멍(TGV)을 뚫어야 하는 상황에서 아주 조그마한 먼지조차 치명적이다. 태성은 “PCB 장비와 달리 약품이 드나드는 통로를 최소화시켜 전공정 반도체 수준의 장비”라고 말했다.
태성은 현재의 생산설비로 한 달에 14대 이 장비를 생산할 수 있다. 장비는 대당 30억원이다.
김종학 태성 대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업체들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빠르면 연내 수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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