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원가는 낮추고, 에너지밀도는 높였다"...태성, 국내 최초 복합동박 장비 공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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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원가는 낮추고, 에너지밀도는 높였다"...태성, 국내 최초 복합동박 장비 공개하다
청주=이민조 기자
승인 2024.05.2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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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복합동박용 롤투롤 도금장비 시연회
국내외 최초 복합동박장비 관련 특허 출원
복합동박, 기존 동박 대비 원가절감·인장강도 측면서 우수
“우리가 제작한 장비의 장점은 복합동박을 균일한 장폭으로 얇게 도금할 수 있다는 겁니다. 장폭을 유지할 때 구김과 찢김 현상이 발생하면 바로 불량인데 특별한 고정장치 없이 이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죠.”
지난 27일 충북 청주의 도금 테스트 공장에서 태성이 개발한 복합동박용 롤투롤 도금장비 시연회가 열렸다. 시설 내부의 계단을 따라 올라가자 높이 1.8m, 폭 4.6m, 길이 27m의 복합동박 롤투롤 도금장비가 한눈에 들어왔다. 장비의 가장 안쪽에서 투입된 반제품이 6개의 도금 과정과 건조를 거쳐 복합동박 제품으로 완성된다. 겉으로 보기엔 일반 동박과 다를 바 없지만 원가 절감 효과와 배터리 에너지밀도를 높여준다는 게 이 장비의 특징이다.
이 장비는 태성이 직접 자체 기술로 개발한 장비다. 기존에 일반 동박을 얇게 펴는 롤투롤 장비는 있었지만, 복합동박을 롤투롤 방식으로 도금하는 장비는 태성이 국내 최초로 만들었다.
복합동박은 PET, PP 등 산업용 필름 위에 얇은 박을 씌운 것이다. 4.5µm 두께의 필름 앞뒤로 1µm 씩 동을 입혀 총 6.5µm의 얇은 두께를 자랑한다. 현재 동박 기업들이 생산하는 동박은 동만을 사용한 얇은 박막이다. 일반 동박의 표준 두께는 8µm, 프리미엄 제품 두께는 6.5µm이다.
태성은 이런 일반 동박보다 가공이 어려운 복합동박을 6.5µm 두께로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태성 장비를 통해 나온 복합동박은 직접 만져보면 바람에 휘날릴만큼 매우 얇았다. 이남영 태성 부사장은 “완전히 동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내부 필름이 사용돼 일반 동박보다 이론적으로 50% 더 가볍다”며 “가벼운 만큼 음극 비중을 높여 배터리 에너지밀도와 주행거리를 60%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리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어 원가 절감 효과도 있다.
내부 필름 덕에 일반 동박 대비 인장강도도 뛰어나다. 이 부사장은 “이렇게 늘려도 찢어지지도 않고 구멍도 안난다”며 “음극재 코팅 과정에서 강한 힘으로 누르는 과정이 있는데 일반 동박은 찢어지지만 필름 타입이라 복합동박은 찢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는 2~3년전부터 복합동박에 대한 수요가 시작됐다. 제품 개발은 이미 완료됐지만 양산 단계에 미치지 못했다. 중국 업체들이 생산한 복합동박이 생산성과 수율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한 탓이다. 그들이 개발한 복합동박 장비에는 균일한 장폭을 유지시켜주는 크래핑 장치가 적용되는데 이로 인한 화재와 불량 발생 빈도가 높다는 단점이 있다. 더군다나 장폭도 짧다. 동박의 경우 생산할 때 장폭의 길이는 넓을수록 생산성이 높아진다.
중국 글로벌 배터리 C사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태성을 찾았다. 회사는 중국 장비사들이 경험한 크래핑, 불량 문제를 보완해 장비를 개발했다. 1달에 최대 4대의 복합동박 롤투롤도금장비를 만들 수 있다. 장비 한대당 가격은 400만달러로 예상된다. 김종학 태성 대표이사는 “개발한 장비는 최대 1380m 장폭의 복합동박을 생산할 수 있고 수율은 98% 이상”이라며 “관련한 특허를 전세계에 출원한 상태”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현재 고객사로는 중국과 일본 기업이 논의되고 있다. 중국의 배터리 기업 C사는 당장이라도 계약을 하고 싶어하지만 회사는 기술유출 문제로 인해 고민이 깊다. 김종학 대표는 “중국 시장이 복합동박에 대한 시장 규모도 크고 성장 속도도 빠르지만 기술 유출이 심각하지 않은지 고민이 있다”며 “일본 배터리 기업과도 6월 미팅을 앞두고 긍정적으로 논의 중으로 이르면 연내 관련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중국 절상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복합동박에 대한 전세계 수요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214%로 증가해 2025년 48억6200만m²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복합동박 시장은 아직 개화하지 않았다. 김종학 대표는 “중국에서는 국가의 지원을 바탕으로 선행개발이 이뤄졌고 품질이 완전하지 않아도 양산하려는 추세지만 국내는 복합동박에 대한 인프라가 없어 관심을 보이고 품질을 테스트하는 정도”라며 “가격과 수명 측면에서 장점이 뛰어나기 때문에 내년 하반기부터는 국내에서 복합동박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태성은 장비 사업에 그치지 않고 사업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김종학 대표는 “처음 배터리 사업에 진출한다고 했을 때 ‘PCB 장비하는 사람이 왜 배터리까지 하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우리는 장비를 만드는 사람이고 배터리 산업에 대한 성장성이 높기 때문에 빨리 시장에 진입하는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장비만 생각했지만 복합동박 장비로 좋은 수익을 얻게 되면 경쟁력을 위해 향후 소재 사업도 함께 하려고 방향성을 잡았다”고 포부를 밝혔다.
디일렉=이민조 기자 [email protected]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전장·ICT·게임·콘텐츠 전문미디어 디일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