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상승 지속시, 동박업계 수익성 악화 우려
골드만삭스 "내년에도 구리 공급부족, 가격 더 오를 수도"
전기차 수요 둔화에 지난 1분기 실적 부진을 겪은 동박 업계에 또 악재가 닥쳤다. 동박의 원재료인 구리 가격이 역대급으로 올라서다. 구리 가격은 한달 사이 12% 오르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장기적으로 구리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경우 구리의 공급 부족 상황과 겹쳐 동박업계의 수익성에 부담이 더해질 전망이다.
23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구리 가격은 5월 초 톤당 9765달러에서 약 12% 상승한 1만889달러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다. 연초 대비로는 30%가량 가격이 폭등했다.
구리 가격이 급등하는 건 인공지능(AI) 등 데이터센터 열풍에 따른 전력 수요가 급증한 탓이다. 전세계적으로 전력망 확충이 지속되는 움직임이 구리 값을 밀어올리는 추세다.
구리값 급등은 구리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배터리 동박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구리는 배터리 업계에서도 사용되는 중요한 원재료 중 하나다. 구리 값이 지속해서 올라갈 경우 동박 업계들은 지지부진한 전기차 수요에 이어 원재료 가격 상승까지 이중고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동박 사업을 하는 기업은 SK넥실리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솔루스첨단소재, 케이잼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케이잼을 제외한 기업들은 원재료를 외부에서 구입해 동박을 생산하기 때문에 원재료 가격에 따른 리스크가 발생한다. 케이잼은 고려아연을 통해 구리를 자체적으로 수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판가를 고려해 결정한 원재료 구입 가격이 일정 기간 결정되어 있어 당장은 구리 가격 상승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구리 값이 안정화되지 않을 경우에는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향후 배터리 가격이 낮아질수록 이를 구성하는 소재·부품 등의 가격도 함께 낮아지는데 구리 값이 안정화되지 않을 경우 동박 업체들은 원재료 구입비에 대한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영향이 크지 않겠지만 구리 값이 지속적으로 오르면 원재료를 구입해서 제품을 팔 때 수익성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구리 공급부족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24년 45만5000톤, 2025년 46만7000톤가량의 구리 공급이 부족하다며 향후 1년 내 구리 가격이 1만20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디일렉=이민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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