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본사 이전을 시작한다. 현재 영풍 측과 함께 사용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에서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빌딩으로 독립한다. 이달 22일 켐코, 한국전구체주식회사 등 계열사를 시작으로 29일 본사 인력이 이동한다. 8월 1일 창립 50주년 이전까지 영풍과의 물리적인 분리 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최윤범 회장의 '뉴고려아연'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창립 50주년 행사를 오는 31일 진행한다. 배터리 소재를 포함한 '트로이카 드라이브' 3대 신사업(신재생 에너지‧그린수소, 자원순환)을 형상화한 브랜드 이미지(BI)를 전면에 내세운다. 더 이상 영풍 로고는 사용하지 않는다. 새로운 기업 이미지(CI)나 비전선포 등은 발표되지 않는다.
영풍과의 경영권 분쟁 이전부터 고려아연은 핵심 사업을 통합해왔다. 트로이카 드라이브 사업의 한축을 맡은 켐코(KEMCO), LG화학과의 전구체 합작사 한국전구체주식회사(KPC)를 영풍빌딩으로 이전시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배터리 소재 사업 통합 사무실 운용은 최윤범 회장의 강력한 요구 때문이었다.
켐코가 수입에 의존하던 배터리 양극재 원료인 황산니켈을 국내서 생산하고 있음에도 사업의 중요성에 비해 모회사와의 시너지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당시 최 회장은 경영진 회의에서 "고려아연과 핵심 사업의 정보 공유가 정확히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번 사옥 이전도 같은 맥락에서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 영풍은 비철금속 제련을 비롯해 건식용융 방식의 폐배터리 재활용 등 고려아연과 엇비슷한 시기에 사업을 추진했다. 고려아연 입장에서 될성부른 사업을 영풍이 베낀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한 지붕 두 살림'에서 벗어나면 이런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갈라서기는 지난달 서린상사 경영권이 바뀌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서린상사는 양 사 비철금속 해외유통을 담당하기 위해 1984년 설립됐다. 영풍과 고려아연 동업의 상징으로 불렸다. 지분은 고려아연 측이 66.7%, 영풍 측이 33.3%를 가지고 있었으나, 경영은 영풍 측이 맡았다. 그러다 지난달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 측 사내이사가 8명 선임되며 경영권을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의 홀로서기가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신사업에서 확실한 성과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터리 산업 성장세가 주춤하고 캐시카우인 비철금속 제련사업의 수익성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게 요지다. 신재생 에너지나 그린수소, 자원 재활용도 당장 실적을 내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디일렉=이수환 전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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