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추천 침해감정인 후보 4명 중 3명 거절
모두 거부하면 다시 후보 선정 절차 밟아야
채취 샘플 물성 변하면 LG화학에 불리할지도
LG화학과 이녹스첨단소재가 진행 중인 특허 소송이 침해 감정인 선정 문제로 공회전하고 있다. 양측이 합의한 침해 감정인 후보 4명 중 3명이 이미 거절 의사를 밝혔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이녹스첨단소재가 벌이고 있는 특허 침해 소송에서 침해 감정인을 두 달째 정하지 못하고 있다. 특허권자인 LG화학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봉지재 특허를 이녹스첨단소재가 무단 사용했다는 입장이다.
특허 소송에서 침해 감정인은 실험을 통해 특허 침해 의심 물품의 화학 성질을 도출하는 역할을 맡는다. 감정인이 실험 결과를 내놓으면 법원 재판부가 특허 침해 여부를 판단한다. 분쟁 당사자가 직접 실험하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조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법원은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감정인을 선정한다.
LG화학과 이녹스첨단소재는 지난 8월 마지막주 침해 감정인 선정 일정에 동의했다. 한 달 뒤 LG화학이 제출한 침해 감정인 후보 8명 중 이녹스첨단소재가 동의한 4명에게 침해 감정을 제안했다. 하지만 3명이 이달 초순 거절 의사를 밝혔다. 보름이 지나도록 답하지 않고 있는 나머지 1명도 침해 감정을 거절하면 양측은 또 다시 침해 감정인 선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소송이 지연되면 LG화학에 불리할 수 있다. OLED 봉지재 관련 샘플 물질의 화학 성질이 시간이 지나면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화학제품 관련 특허소송은 침해 감정인 선정 등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라며 "샘플 물성만 놓고 본다면 소송 지연은 LG화학에 불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LG화학 측도 법원에서 "물질 물성이 변할 수 있다"며 침해 감정인 선정을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반면 이녹스첨단소재는 방어적이다. 침해 감정인 후보로 거론되는 한국고분자학회 소속 구성원 등이 LG화학의 연구과제를 수행했다는 등의 이유를 제시하며 감정인 후보를 제출하지는 않았다. 감정인 선정이 지연되던 지난달 변론기일에서도 "감정인 선정 외에 감정방법 등 일부가 협의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감정절차에 시간을 너무 허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LG화학은 지난 3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이녹스첨단소재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은 이녹스첨단소재가 자신들의 특허를 무단 사용해 고객사인 LG디스플레이에 OLED 패널용 봉지 필름을 납품했다는 입장이다. 봉지 필름은 OLED 패널에서 빛을 내는 유기물질에 산소나 수분이 침투해 발광특성이 사라지는 현상을 막는다. 이 필름은 원래 LG화학이 단독 공급했지만 이녹스첨단소재가 같은 제품을 낮은 가격에 공급하면서 LG화학 점유율이 크게 줄었다. 소송 이유도 매출 축소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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