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퀄컴에 내린 특허 라이선스 관행 시정명령이 일부 취소됐다. 퀄컴은 고객사 단말 판매금액에 비례해 로열티를 받는 관행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는 4일 오전 퀄컴 3사(퀄컴 인코포레이티드, 퀄컴 테크놀로지 인코포레이티드, 퀄컴 CDMA 테크놀로지 아시아퍼시픽 PTE LTD)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 패소판결을 내렸다. 공정위가 내린 1조원대 과징금과 시정명령이 대부분 적법하지만, 라이선스 로열티 관련 시정명령은 위법하다는 판단이다. 휴대폰 업체에 끼워팔기식 계약을 요구하거나 실시료 등을 받은 부분도 인정되지 않았다.
퀄컴은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의 핵심 가치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SEP에는 이동통신방식인 CDMA, WCDMA, 롱텀에볼루션(LTE) 등과 관련된 특허가 포함되어 있다. 퀄컴은 그동안 칩을 공급받은 휴대폰 제조사로부터 순판매가격의 일정 비율로 라이선스 로열티를 받아왔다. 서울고법은 라이선스 로열티를 받은 것이 불이익 거래를 강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퀄컴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도 유사한 판결을 받았다. 지난 5월 미국 연방지방법원은 퀄컴의 관행이 독점금지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FTC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퀄컴은 항소심이 끝날 때까지 특허 라이선스 관행 시정명령 집행을 유예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지난 8월 제9 연방순회항소법원은 "퀄컴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에게 특허 로열티를 부과한 관행이 독점금지법 위반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며 퀄컴이 신청한 가처분 신청 일부를 받아들였다.
이와 같은 결정이 나오자 반독점 및 특허법 전문가 그룹이 퀄컴을 지지하는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라이선스 계약을 맺지 않으면 칩을 제공할 수 없다는 정책이 반독점 법을 위배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2016년 퀄컴이 이동통신용 모뎀칩 공급과 특허권을 연계해 시장지배적지위를 남용했다고 판단하고 1조300억원 과징금과 비즈니스 모델 시정명령을 내렸다. 퀄컴은 이에 반발해 시정명령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공정거래 소송은 고등법원에서 1심, 대법원에서 2심을 진행하는 2심제로 진행된다. 이날 판결은 사법부가 내놓은 첫 판단이다.
퀄컴은 법원이 공정위 시정명령 중 일부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긍정 평가하면서도 상고 방침을 밝혔다. 돈 로젠버그 퀄컴 총괄 부사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우리는 공정위 시정명령 일부를 받아들인 이번 법원 판결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즉각 대법원에 상고할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