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업계가 전기차(EV) 1회 충전거리를 늘리기 위해 배터리 팩 부품수를 줄이고 있다. 핵심 원재료인 양극재 종류 다변화도 추진한다. 원가를 낮춰 전기차 보급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5일 LG화학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얼티엄(Ultium)'에 배터리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얼티엄은 배터리 팩에 적용되는 각종 배선과 금속 프레임의 수를 줄인 것이 특징이다. 기존 배터리 팩과 비교해 각종 와이어링 하니스나 버스바(Bus Bar)와 같은 배선을 최대 80% 가량 줄였다.
전기차 배터리는 일정 단위로 묶어서 사용한다. 배터리 모듈은 배터리 셀을 연결하기 위한 와이어링 하니스, 버스바, 각종 커넥터,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BMS) 등이 포함된다. 각 부품을 프레임에 넣어 배터리 셀을 외부 충격과 진동 등으로부터 보호한다. 배터리 모듈을 여러 개 엮어 만든 것이 배터리 팩이다. 최종적으로 전기차 등에 탑재된다. 부품수를 줄이면 그만큼 원가가 낮아진다. 무게도 가벼워 연비 향상에 도움을 준다.
중국 CATL와 BYD도 모듈을 없앤 배터리 팩 설계를 선보인 바 있다. CATL은 셀투팩(CTP:Cell To Pack), BYD는 블레이드 배터리라 부른다. CTP를 이용하면 배터리 팩 대비 배터리 셀 비율(P/C)을 0.8까지 높일 수 있다. 현재 C/P 비율은 0.67이다. 에너지 밀도도 배터리 셀당 215와트시(Wh)/㎏에서 265Wh/㎏으로 높아진다. 이 정도면 전기차 주행거리를 100㎞ 가까이 늘릴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LG화학은 니켈 함량 92%에 소량의 알루미늄을 더한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양극재도 사용한다. 오는 2022년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양극재는 배터리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핵심소재다. 이 가운데 코발트는 양극재를 만들기 위한 원료 광물이다. 채굴량이 적어 가격이 비싸다. 코발트를 덜 쓰면 배터리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NEF(BNEF)는 배터리 팩 가격이 킬로와트시(kWh)당 100달러 이하여야 전기차 보급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현재 전기차 가격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육박한다. 폭스바겐, 아우디, 포드, GM, 도요타 등 주요 완성차 업체가 플랫폼 공용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도 배터리 가격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