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이 주주총회에서 진땀을 흘렸다. 이들은 18일 오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두 시간 가량 열린 제51기 정기 주총에서 주주들의 날카로운 질문 공세에 시달렸다. 스마트폰 사업을 맡는 IT모바일(IM) 부문에 질책성 질문이 주로 쏟아졌다.
한 주주는 "고등학교 1학년생이 된 자녀가 애플 아이폰을 쓰고 싶어하지만, 주주로서 삼성 갤럭시를 강제로 사줬다"면서 "그러나 무선 이어폰은 애플 에어팟을 쓰겠다고 하더라, 애플을 고집하는 것처럼 삼성 제품을 사야겠다는 아이덴티티를 부여할 방안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고동진 IM부문 사장은 "경쟁사에서 배울 점은 배워야 한다"고 인정하면서도 "20대 소비자로부터 갤럭시 호응도가 올라가고 있다"고 답했다.
또 다른 주주는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에 소음제거 기능을 도입할 생각이 있는지 말해달라"고 재차 아픈 곳을 찔렀다. 애플이 최근 출시한 에어팟 프로에는 소음제거 기능이 들어가 있다. 삼성도 이를 따라할 계획이 있는지를 물은 것이다. 고 사장은 "그 기능은 호불호가 갈린다, 현재 신중하게 판단하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질문이 나왔을 때 고 사장은 "굉장히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과거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선전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현지 제품에 밀려 점유율이 1% 남짓이다. 고 사장은 "지난해 말 현지 유통이나 영업 등 대부분 기능을 현지화 조직으로 완전 개편했다"면서 "조직 개편과 리더십 변경을 통해 조직 효율 향상, 이익을 낼 수 있는 기반 마련했고 차별화한 모델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 늘리겠다"고 했다.
최근 출시한 갤럭시S20 국내 출시판에 퀄컴 스냅드래곤을 탑재된 사실도 거론됐다. 마이크를 잡은 주주는 "성능 떨어지는 엑시노스를 고집하는 이유와 개선 방향은 무엇인가"라고 따지듯 물었다. 고 사장은 "자사(시스템LSI사업부) 제품이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경쟁 논리를 바탕으로 칩셋을 선택하고 있다"고 답했다. 업계에 따르면 신형 갤럭시S20에 탑재된 신형 퀄컴 스냅드래곤은 경쟁 제품인 신형 엑시노스 대비 성능이 수십%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사업을 맡고 있는 김기남 부회장은 무표정한 얼굴로 '경쟁 논리'라고 답하는 고 사장 말을 듣고 있었다.
삼성에 적대적 사고를 가진 것으로 보이는 주주도 마이크를 들었다. 자신이 삼성해고 노동자 고공농성공대위 소속이라고 밝힌 주주는 "삼성의 노동 탄압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는 등의 주장을 긴 시간 늘어놨다. 사측은 주주 질문 도중 마이크를 껐다. 마이크가 꺼진 상태에서도 이 주주는 "들어달라"고 고성을 내뱉었다. 김기남 부회장은 "주총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 부탁한다"고 했다.
"노조 문제가 삼성 진로에 방해가 될 것 같다,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말해달라"는 질문에 김 부회장은 "적법한 노조 행위는 보장한다"면서 "전향적으로 건전한 노사 문화가 형성되도록 더욱 노력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17일 노조 와해 혐의로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사장)과 강경훈 부사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자 다음날 입장문을 내 사과한 바 있다.
"배당금이 적다"는 질문에 김 부회장은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면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개년 동안 프리캐시플로(순현금수지) 50% 재원으로 매년 9조6000억원 배당을 분기별로 실시하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