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찾아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차세대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시제품을 살펴봤다. QD 디스플레이는 이 부회장이 지속 챙겨온 신(新) 개발 프로젝트다. 현재 파일럿 생산 중이다. 양산을 위해 라인을 재조정하고 있다.
QD 디스플레이는 빛이나 전류를 받으면 빛을 내는 초미세 반도체 입자인 QD 물질을 핵심 재료로 이용한다. 보다 풍부하고 정확하게 색을 구현할 수 있다. 유연한 구조로 폴더블 등 디자인 혁신도 가능하다.
이날 삼성은 "경쟁 심화로 인한 공급과잉 및 패널가격 하락에 대처하기 위해 차세대 QD 디스플레이 사업화로 시장을 선도해 나간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이 말한 '경쟁 심화'는 중국 패널 기업의 액정표시장치(LCD) 시장 장악을 의미하는 것이다. BOE 등 중국 패널 업체는 이미 국내 업체를 누르고 대형 LCD 시장 선두 업체로 올라섰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CD는 미래가 없다고 판단, 생산라인을 정리하는 중이다.
QD 디스플레이는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과제를 안겨준 프로젝트로 업계에선 유명하다. 이 부회장은 2018년 초 출소 직후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찾아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 재검토 지시를 내렸었다. LCD를 접고 QD 디스플레이로 방향을 잡는 과정에서 수차례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 방문해 개발 방향을 지시했다(관련기사 "대형 OLED 준비 차질없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특명, 이재용 부회장, 14일 삼성디스플레이 재차 방문… 대형 QD OLED 심층 점검). 당시 경쟁사 LG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차세대 대형 TV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데 삼성은 그간 뭘 했느냐는 질책성 발언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예상치 못한 변수로 힘들겠지만 잠시도 멈추면 안 된다. 신중하되 과감하게 기존의 틀을 넘어서자. 위기 이후를 내다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흔들림 없이 도전을 이어가자"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룹 총수가 직접 지시를 내린 프로젝트인 만큼 삼성디스플레이 최고경영진과 현업 관계자 모두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삼성은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의 구도를 바꾸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불안감에 QD OLED, QNED 등 다채로운 기술 개발 로드맵도 상정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장비 재료 업계 관계자는 "총수가 크게 관심을 갖는 프로젝트인 만큼 후방 산업계도 수혜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은 그러나 이날 이 부회장의 방문 이유가 QD 디스플레이 때문이라고 특정하진 않았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아산사업장을 찾은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진 가운데 당장의 위기 극복과 병행해 기업인 본연의 임무인 미래사업 준비에도 만전을 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는 이 부회장 외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곽진오 디스플레이연구소장, 신재호 경영지원실장 등 주요 경영진이 모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