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분간 이어진 주주총회서 고성난무
30일 KT 주주총회는 고성이 난무하는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38분간 이어졌다. 의장으로 나선 황창규 전 KT 회장을 두고 중간중간 "물러가라" "감옥가라" 등 험한 말이 터져 나왔다. 황 전 회장은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 주총에서 수차례 "조용히 하세요" "정숙하세요" 등 말로 장내 분위기를 정돈하려 했다.
이날 대표이사에 선임된 구현모 사장은 "취임하기 전부터 그만두라는 얘기를 듣는 대표는 처음일 것"이라며 인사말을 시작했다. 그는 "작년 12월 대표이사 최종 후보에 선정된 이후 3개월간 회사 내·외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만나 대화를 나눴다"며 "KT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대표이사 선임안건에 대한 의견에서 한 주주는 "업무상 횡령 등 범죄 혐의가 있는 이는 대표이사가 될 수 없도록 정관을 개정해야 한다"며 "구 대표는 핵심 불법행위를 황 전 회장과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4분 가까이 발언을 이어가다 마이크가 꺼진 유일한 주주였다.
경찰은 작년 1월 황 전 회장과 구 대표를 포함해 당시 KT 전·현직 임원 7명의 정치자금법·업무상 횡령 혐의 등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황 전 회장은 이에 대해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이라 답변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검찰은 기소 여부에 대한 판단을 아직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발언권을 얻은 주주 여러명은 "주가를 띄워달라"고 직간접적으로 요구했다. 구 대표는 "KT 임직원 모두는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최우선을 두겠다"며 "핵심사업을 고객 중심으로 전환해 한 단계 더 도약시키면서 금융, 유통, 부동산, 보안, 광고 등 성장성 높은 KT그룹 사업에 역량을 모을 것이라고 했다.
KT 주가는 2010년 1월 5만1700원을 기록한 이후 10년간 하향세를 보여왔다. 주총이 열린 30일 주가는 1만9700원으로 마무리됐다.
KT는 이날 기존 정관의 '대표이사 회장' 직함을 '대표이사'로 바꿨다. 한 주주는 "회장 직함은 보통 재벌 오너에게 쓰는 표현"이라며 "오너가 없는 KT에는 바뀐 제도가 더 맞는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표현만 바꿀게 아니라 새로 선출된 대표이사가 책임경영을 무겁게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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