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반도체 식각장비 업체 에이피티씨(APTC)가 기존 대비 성능을 대폭 높인 신형 폴리실리콘 식각장비 '레오(LEO) WH' 상용화에 성공했다. 폴리실리콘 외 메탈 레이어를 식각할 수 있는 '나르도(NARDO)M' 장비서도 첫 매출이 발생한다. 주력 상품이 식각 장비 한 종류에서 세 종류로 늘어남에 따라 회사 매출 역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에이피티씨는 최근 레오WH와 나르도M 장비 성능 평가를 마치고 SK하이닉스 메모리 생산 공장에 공급을 성사시켰다고 밝혔다. 에이피티씨는 지난 21일 SK하이닉스와 410억원 규모 반도체 제조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회사 매출액의 69.19%에 해당하는 규모다. 기존 식각 장비 레오 NK-IC에 더해 레오WH와 나르도M 장비가 이 계약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레오WH는 폴리실리콘 식각장비다. 기존 폴리실리콘 식각장비인 레오 NK-IC 대비 정밀도와 신뢰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받았다. 웨이퍼 고정장치인 정전척(ESC)을 기존 4존에서 18존으로 세밀화했다. 에이피티씨는 레오WH가 해외 경쟁사인 램리서치 폴리실리콘 식각장비 제품군과 동등 수준 성능을 낸다고 강조했다. WH는 최우형 에이피티씨 대표 이름 알파벳 머리 글자를 딴 것이다. 레오WH는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에 들어갔다. D램 생산 라인에도 넣기 위해 현재 성능 평가 중이다.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을 인수하고, 에이피티씨가 고성능 폴리실리콘 식각 장비 공급을 성사시킴에 따라 향후 적잖은 공급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메탈 식각장비 나르도M도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 장비는 SK하이닉스 D램 생산라인에 들어간다.
글로벌 식각장비 시장은 미국 램리서치와 어플라이드머트리얼즈 일본 도쿄일렉트론(TEL)이 장악하고 있다. 2019년 기존 이들 3개 기업이 식각 장비 시장에서 차지한 매출액 점유율은 80%가 넘는다. 에이피티씨는 램리서치, 어플라이드와 경쟁한다. TEL은 옥사이드 식각 장비만 다루고 있어서 현재 에이피티씨 직접 경쟁 상대는 아니다.
한 관계자는 "에이피티씨 고성능 식각 장비 상용화 및 국산화는 국내 메모리 생산 대기업 입장에선 해외 장비사와의 가격 협상, 사양 협상력으르 높이는 하나의 긍정 수단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선 올해 에이피티씨의 연간 매출액을 800억원대 중반으로 보고 있다. 예상대로 나온다면 전년 대비 40% 이상 매출이 성장하는 것이다. 내년 전망은 올해 대비 두 배 가까이 성장한 1500억원대로 보고 있다.
에이피티씨는 주요 고객사인 SK하이닉스 대상으로 공급을 늘려가는 한편 북미 지역 메모리 업체를 뚫기 위해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에도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면 본격 영업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에이피티씨는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를 제외하면 국내 중소업체로는 유일하게 식각장비를 다루고 있다. 식각장비는 기술 난도가 높아 이 시장에 진출한 업체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