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관 도레이첨단소재 회장 포스텍 강연
주인의식·연구개발 강조...필름가공 시장 선점
“공장 화장실을 호텔신라 수준으로 만들었다.”
이영관 도레이첨단소재 회장의 말이다. 이 회장은 13일 경북 포항 포스텍에서 열린 ‘도레이첨단소재의 성공 스토리’ 강연에서 “1990년대 구미 공장을 지을 때 화장실을 호텔신라 수준으로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공장의 평당 건설비인 150만원의 다섯 배인 평당 750만원이 화장실 건설에 필요했지만 이 회장은 결정을 바꾸지 않았다. ‘주인의식’을 알려주고 싶었다.
화장실을 호텔 수준으로 꾸미자 놀라운 변화가 왔다. 회사에서 지저분하거나 너저분한 곳이 사라졌다. 이 회장은 “당시만 해도 어딜 가든 화장실은 지저분했다. 하지만 화장실이 깨끗해지니까 직원의 정리정돈이 생활화됐다”면서 “제품 품질이 좋아지고 불량도 나오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고객사에선 “다른 업체 원사(실)로 옷감을 짜면 700m 정도 되면 끊어지는데, 도레이첨단소재 원사는 1000m가 돼도 끊어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도레이첨단소재 제품이 경쟁사 제품보다 5~10% 비쌌지만 더 잘 팔렸다. 품질 때문이다.
연구개발(R&D)은 도레이의 DNA다. 1926년 설립한 일본 도레이는 기술연구소가 9개 있다. R&D 인력은 4000명, 연간 R&D 투자액은 8000억원 수준이다. 덕분에 도레이의 세계 1위 사업은 21개다. 폴리에스터 필름, 폴리에스터 면혼직물, 탄소섬유복합재료가 대표적이다. 폴리페닐렌 설파이드(PPS:Poly Phenylene Sulfide) 필름처럼 도레이만 하는 사업도 7개다. 한국 도레이첨단소재는 서울과 구미 2곳에 연구소를 설치했다. 올해 11월에는 서울 마곡에 3200평 규모 R&D 센터를 건립한다.
도레이첨단소재는 R&D 확대와 함께 사업 분야를 넓혔다. 1999년 설립 당시에는 폴리에스터 필름 원단만 만들었지만, 2000년대 중반 필름 가공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TV 디스플레이가 브라운관에서 평판 디스플레이로 바뀌면서 필름 가공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2005~2013년 생산라인을 9개 증설하는 등 신속한 대처로 시장 선점에 성공했다.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이형필름, 편광 이형필름의 시장점유율이 각각 70%, 60%다.
현재 사업 포트폴리오는 탄소섬유, 필터, 수지케미컬, 신사업 등이다. 이 회장은 “회사 설립 초기에는 필름과 섬유만 만드는 화학섬유기업이었지만, 지금은 첨단소재기업”이라고 강조한다. 같은 기간 회사 손익도 380억원 적자(1999년)에서 1710억원 흑자(2017년)로 바뀌었다. 2017년 매출은 2조3000억원이다.
도레이첨단소재 등 7개 재료회사를 포함한 한국 도레이 그룹은 탄소섬유복합재료사업 등 중점사업에 2017~2020년 1조원을 투자해 매출 5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회장은 1973년 삼성 그룹 제일합섬 입사 후 계속 같은 곳에서 근무했다. 회사 이름만 삼성에서 새한, 도레이 등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1999년 도레이첨단소재 사장에 취임한 뒤 올해까지 20년째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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