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카바이드(SiC) 링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일본 도카이카본의 국내 자회사 도카이카본코리아(Tokai Carbon Korea : 티씨케이)가 생산량을 대폭 늘리고 있다. 낸드플래시 생산 확대에 따라 SiC 링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고객사가 다변화를 추진하는 중인데다 경쟁 업체도 속속 생겨나고 있어 지금의 독점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가 업계 관심사다.
1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카이카본 자회사 티씨케이가 안성 신공장 가동으로 올해 중반기 SiC 링 생산량이 2019년 대비 50% 늘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티씨케이는 지난 2018년에 363억원을 투입, 안성 본사 옆에 신공장을 짓는다고 공시한 바 있다. 공장은 작년 상반기에 완공됐다. 티씨케이 관계자는 "작년 중반기부터 생산 가동을 시작했으나 구체 생산용량이나 계획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티씨케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SiC 제품 생산량은 연간 5만3000매 수준이다. 50% 확대된다면 2만6500매 가량이 추가 생산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 확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SiC 링은 반도체 식각 장비 챔버 내에서 웨이퍼를 고정하는 역할을 한다. 웨이퍼보다 조금 큰 크기로 둘레를 감싸는 소모성 부품이다. SiC는 기존 실리콘(Si)이나 쿼츠 대비 플라즈마 내성이 1.5배에서 2배 강한 특성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공정 횟수가 늘고 있는 식각 챔버 내에 SiC 링 등이 주로 탑재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식각 공정으로 칩에 깊숙하게 구멍(Hole)을 뚫어야 하는 3D 낸드플래시 생산분야가 주요 수요처"라면서 "포커스 링의 경우 마모되면 식각이 제대로 되지 않는 이른바 '데드존'이 생기기 때문에 3D 낸드 생산 시 SiC 제품을 안 쓸 수가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티씨케이는 SiC 분야에서 링 등 챔버 내 소모성 제품 업계 점유율이 80%를 상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독점이다. 이 때문에 영업이익률도 30% 중반대로 높다.
국내 대형 고객사 삼성전자는 조달처 다변화를 통한 원가절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SiC 링 생산에 성공한 디에스테크노를 주요 협력사로 등록했다. 마모 제품 교체 용도로 보인다. 또 다른 국내 코스닥 상장사 케이엔제이를 통해서도 조달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케이엔제이는 SiC 제품을 만들어 SKC솔믹스, 월덱스, 금강쿼츠 등으로 판매하는 사업 구조를 지속해왔으나, 후처리 역량을 갖추고 직접 SiC 링을 생산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머티리얼즈 역시 2대 주주사 도쿄일렉트론 장비용 SiC 링을 상용화하고 일부 양산하고 있다.
티씨케이는 특허 소송으로 강력한 방어 전략을 펼치고 있다. 2019년 디에스테크노를 상대로 특허 침해금지 소송을 걸었다.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 소송으로 대량 도입 계획을 일단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티씨케이는 와이엠씨 자회사 와이컴을 상대로도 송사를 벌이고 있다. 와이컴은 마모된 SiC 링 위에 또 다시 코팅을 하는 방식으로 재생 사업을 벌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와 후발주자들이 티씨케이를 견제하거나 캐치업에 나서고 있다"면서 "티씨케이가 시장을 얼마나 잘 수성할 지가 앞으로의 관심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