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후방 산업계 훈풍
지난해 11월 뉴욕 증시에 상장한 미국 신생 전기차 업체 리비안이 배터리 연구‧개발(R&D)용 파일럿 생산 라인을 한국에 마련한다. 최근 리비안 고위 관계자들이 방한해 파일럿 라인을 마련할 공장 부지를 둘러본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이곳에선 미국에서 진행할 자체 배터리 생산 라인 구축을 위한 각종 테스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파일럿 라인이 마련될 지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관련 인력과 배터리 장비, 설비를 손쉽게 조달할 수 있는 지역이 최우선으로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리비안에 장비를 공급하기로 계약한 업체들의 의견도 참고할 수 있다.
그간 리비안은 존슨 마크(Johnson Mark) 생산담당 수석 엔지니어, 빅터 프라자바티(Victor Prajapati) 셀 엔지니어 디렉터, 박기태 시니어 엔지니어 등 주요 임원들이 수시로 방한해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장비, 설비 등의 기반을 마련했다. 2030년 이전까지 10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국내 배터리 후방 산업계 낙수효과가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리비안은 삼원계 양극재를 사용한 각형 배터리를 미국서 만들 계획"이라며 "협력사들과 배터리 설계, 생산과 관련한 논의를 꾸준히 진행했고 한국 후방 산업계와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것이 배터리 생산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리비안은 지난 2009년 설립됐다. 아마존, 포드 등으로부터 80억달러(약 9조20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한때 폭스바겐을 제치고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완성차 업계 3위에 올랐다가 올해 들어 주가가 급락‧급등을 거듭해 부침을 겪고 있다. 국내 파일럿 라인 마련으로 자체 배터리 생산에 속도를 내고 전기차 생산 목표를 조기 달성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리비안뿐 아니라 노스볼트, ACC(Automotive Cell Company), 프레위르, 브리티시볼트, 베르코어, 빈패스트 등 신흥 배터리 업체들이 방한에 협력사들을 발굴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국 업체들 위주로 생산 라인을 구축하면 배터리 양산 계획을 앞당길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와 협력한 경험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다른 국가 업체들과 연계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됐다. 유럽도 배터리 후방 산업계가 있으나 생산량이 적고 가격이 비싸다. 중국은 CATL, BYD, 궈쉬안 등 자국 업체들 대응에 여력이 없고 실력이 한국만 못하다. 노스볼트가 중국 선도지능의 배터리 장비를 사용했다가 고전한 경험이 있다. 일본은 해외 진출에 관심이 있는 업체가 제한적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 유럽 등 현지 배터리‧완성차 업체 대응을 위해 해외에 진출하는 국내 협력사들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