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로, 소재사업부문 11월1일자로 물적 분할 후 매각
매각가는 소재사업부문+메카로에너지 합해 1.1억유로
머크 한국 자회사인 바슘머트리얼즈코리아가 인수주체
올해 4분기 중 인수거래 마무리 예정
글로벌 전자소재기업 독일 머크(Merck)가 국내 반도체 부품·소재 업체인 메카로의 프리커서(전구체) 사업을 전격 인수한다. 인수 방식은 메카로가 오는 11월 프리커서를 생산하는 소재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한 뒤, 신설법인 지분 전량을 머크의 한국 내 자회사인 바슘머트리얼즈코리아가 인수하는 구조다. 총 매각가는 1462억원이다.
독일 머크와 메카로는 17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프리커서 사업부문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체결과 동시에 메카로는 프리커서 사업 물적 분할 및 매각계획을 공시했다. 메카로 측은 공시를 통해 "회사 재무구조 개선 및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핵심역량에 집중하기 위해 (프리커서 사업)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메카로가 이번에 매각하는 사업부는 '프리커서'를 개발·생산하는 소재사업 부문이다. 프리커서는 화학 반응으로 특정 물질이 되기 전 단계의 용매 물질로 전구체(前驅體)로도 불린다. D램 공정에서 기판 위에 금속 박막과 배선을 만들 때 사용되는 화학물질이다.
이번 매각을 위해 메카로는 오는 11월1일자로 프리커서 사업을 담당하는 소재사업 부문을 단순 물적분할해 '엠케미칼'(가칭)이란 신설 법인을 만들기로 했다. 이후 해당 신설법인 지분 전량은 독일 머크의 한국 내 자회사인 바슘머트리얼즈코리아가 인수할 예정이다.
인수가는 물적 분할되는 엠케미칼에 자회사 메카로에너지를 합쳐 총 1억1000만유로(약 1462억원)다. 인수대금 지급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바슘머트리얼즈코리아는 선불 계약금으로 7500만유로(약 997억원)를 현금으로 지급한다. 여기에 메카로에너지 이전 대가 132억9660만원도 추가된다. 이어 2023년 말까지 하이K 프리커서 매출 목표 달성 여하에 따라 3500만유로를 조건부로 지급한다.
독일 머크의 일렉트로닉스 부문 카이 베크만 CEO는 이날 본계약 체결 이후 "메카로의 화학비즈니스를 인수함으로써, 머크는 박막 포트폴리오의 핵심 세그먼트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머크가 한국에서 레벨업 투자를 실행하는데 있어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카로가 프리커서 사업을 매각하는 건 지속적인 수익성 하락 때문이다. 프리커서 사업은 2019년까지 메카로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주력 수익원이었다. 메카로는 고유전율(하이-K) 특성 지르코늄(Zr)계 프리커서를 생산해, SK하이닉스 등에 공급해왔다. 그러나 주요 고객사인 SK하이닉스가 관련 공정 노드를 바꾸면서 메카로 대신 유피케미칼을 프로커서 공급업체로 선정한 이후 매출이 급격히 줄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메카로 전체 매출에서 프리커서가 차지하는 비중은 34.32%(매출액 144억5000만원)로 줄어든 상태다.
이에 따라 메카로는 그동안 내부적으로 프리커서 사업 매각을 타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메카로의 화학사업부 매각에 린데, 인테그리스 등 글로벌 소재기업들도 관심을 가졌다"며 "하지만 인수가격을 가장 많이 써 낸 머크가 최종 인수자로 결정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메카로 측은 프리커서 사업 매각 방침에 대해 주요 고객사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이미 통보를 마친 상태"라고 덧붙였다.
메카로 프리커서 사업을 인수하는 머크는 독일의 전자소재 그룹이다. 머크는 2014년 글로벌 소재기업인 AZ일렉트로닉머티리얼즈를 인수했고, 2019년에는 반도체용 가스·전구체 등을 생산하는 미국 소재기업 바슘머트리얼즈도 사들이는 등 반도체용 소재 사업을 강화해왔다.
이번에 메카로 프리커서 사업 인수를 통해 머크는 한국 내 사업을 대폭 확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앞서 머크는 지난해 10월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분야에 2025년까지 6억유로(약 8200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