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올 하반기 감소세…내년 전망도 어두워
"시제품 생산 위한 투자 난항…실질적 지원책도 부족해"
국내 팹리스 업계가 최근 급격히 얼어붙은 벤처투자 환경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칩 설계 및 시제품 생산에 적잖은 투자액이 필요함에도, 마땅한 투자처가 확보되지 않은 업체들이 여럿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소 팹리스 업체들은 투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운 시장 상황으로 인해 회사 성장 전략에 난항을 겪고 있다.
시제품 생산을 앞둔 한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 대표는 "올해 팹리스 업계에 대한 투자 흐름이 좋지 않아 원래 계획했던 모태펀드 결성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창업 초기에는 금융기관으로부터 1,2억원 정도는 별 문제없이 지원받을 수 있으나, 그 이후 시제품을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매출을 올려야 하는 중간 단계의 팹리스에 대한 투자는 씨가 말랐다"고 토로했다.
모태펀드는 정부가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한국벤처투자에 출자하는 펀드다. 한국벤처투자에서 벤처캐피털(VC)에 자금을 출자하면, VC가 민간자금 등을 추가로 모집해 자펀드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칩 설계에 막대한 투자비용이 필요한 팹리스 입장에서는 매우 유용한 자금이다.
그러나 모태펀드를 비롯한 벤처투자 규모는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해 올해 하반기부터 감소하는 추세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벤처투자 규모는 1조252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0.1% 감소했다. 특히 1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한 기업은 22개사로 전년동기 43개사에 비해 크게 줄었다.
내년 벤처투자에 대한 전망도 어두운 상황이다. 한국벤처투자가 지난 7월 국내 VC 업계 종사자 68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내년 투자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47.5%로 가장 높았다.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전망은 32.0%, 확대는 20.5%로 가장 낮았다.
국내 디자인하우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팹리스 투자와 관련해 VC 및 투자기관을 만나보면 올해 투자를 멈춘 곳들이 많고, 내년에는 전반적으로 투자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미 매출 기반이 갖춰져 IPO를 준비하는 안정적인 기업이나, 전문적인 판단 없이 AI 등 특정 유망 분야에만 투자가 편중된 것도 문제"라고 밝혔다.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조성을 위한 다수의 프로젝트 역시 실효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력 양성 등 장기적 관점에서의 지원책은 활발히 논의되고 있으나, 지금 당장의 칩 설계 및 시제품 제작을 위한 지원은 부족하다는 게 주된 평가다.
또다른 국내 팹리스 업체 대표는 "투자금이나 기술보증기금의 보증, 소프트웨어 툴 지원 등 실질적인 대책을 놓고 보자면 어느 것도 제대로 마련된 것이 없다"며 "팹리스 업체가 포함된 대형 반도체 펀드가 조성되기도 했지만, 총 10년의 기간 중 이제 3년차에 접어들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지 않은 분위기"라고 꼬집었다.
디일렉=장경윤 기자 [email protected]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전자부품 분야 전문미디어 디일렉》
저작권자 ©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디일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