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린데 2025년부터 제논, 크립톤 국내 생산
한때 희귀했지만 앞으로 국내 생산 비중 높아질 듯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때 없어서 못 구했던 국내 반도체용 특수가스가 관련 업체들의 연이은 공격적인 투자로 향후 경쟁이 심화될 조짐이 보인다. 지금까지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국 등에 대한 희귀가스 의존도가 높았다. 하지만 일부 국내 업체 국산화 성공, 글로벌 기업의 한국 진출, 수요 기업이 해외 기업과 합작사 추진 등으로 국내 생산 비중이 급속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수입에 의존했던 국내 반도체 희귀가스 시장을 둘러싸고 주요 업체들이 국내 생산을 추진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반도체에 들어가는 네온, 제논, 크립톤 등 희귀가스는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었다. 공급 의존도가 높았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에서 전쟁이 발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원하는 특수가스를 제때 공급받지 못했다. 특수가스 중 하나로 노광공정에 들어가는 네온가스의 경우 이전 대비 20배 이상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반도체 공장 가동률이 하락하면서 가격은 정상화 되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서도 특수가스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국내서 희귀가스를 생산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우선 일부 업체 국산화 성공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티이엠씨다. 티이엠씨는 포스코와 손잡고 철강 공장을 통한 네온 추출에 성공했다. 티이엠씨는 네온가스에 이어 디보란 합성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올해 6월에는 제논과 크립톤도 본격적으로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두 번째는 글로벌 기업의 한국 시장 진출이다. 초고순도 산업용 가스 글로벌 1위 기업인 린데는 한국에 공장을 짓고 본격적으로 희귀가스를 생산할 계획이다. 지난 1월 초 린데코리아는 경기도 및 평택시와 손잡고 ‘반도체 희귀가스 국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투자 양해 각서(MOU)’를 체결했다.
미국 코네티컷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린데는 세계 최대 산업용 가스 생산 기업이다. 지금은 평택현곡에 위치한 ‘외국인투자기업 임대전용산업단지’에 수소와 아르곤, 질소 등 산업용 가스 생산 시설을 운영 중이다. MOU에 따라 린데는 2031년까지 1500억원을 투입해 현재 운영 중인 시설 옆 약 1만3000㎡ 부지에 생산시설을 연차적으로 추가 설립할 계획이다.
추가 시설은 2025년 3월부터 가동하며 크립톤과 제논 등 반도체 희귀가스를 중점 생산할 계획이다. 그동안 린데코리아는 린데 해외 법인에서 생산한 희귀가스를 국내로 들여와 고객사에 공급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반도체 희귀가스 공급망이 불안해졌고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강력한 요구로 국내에도 생산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린데는 향후 국내 반도체 희귀가스 공급량의 절반을 직접 이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SK그룹은 글로벌 주요 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해 희귀가스 공급난을 타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SK머티리얼즈의 자회사 SK머티리얼즈 에어플러스는 미국 산업 가스 재활용 기업 아렌시비아와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SK머티리얼즈 에어플러스가 합작회사 마케팅과 운영을 맡는다. 아렌시비아는 공정과 설계를 담당한다. 공정에서 배출되는 가스를 분석해 필요한 희귀가스만 추출하는 방식으로 재활용한다.
SK머티리얼즈 관계자는 “희귀가스는 공기에 아주 조금 있어 양산하기 어렵고 몇몇 나라에서만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지정학적 위협을 받으면 원하는 시기에 공급받기 어렵다”며 “합작사가 희귀가스를 포집·정제·재투입하는 공정을 완성하면 수입에 크게 의존했던 희귀가스를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일렉=강승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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