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이후 매출 늘었지만 지난해 상승세 꺾여
국내 최대 장비기업 세메스의 지난해 실적이 급락했다. 지난 2021년 국내 단일 장비업체로는 처음으로 '연매출 3조원' 시대를 열었으나, 1년 만에 2조원대로 다시 내려앉았다. 당기순이익은 1년 새 30%가까이 줄었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황 부진의 결과로 풀이된다.
16일 삼성전자의 주주총회 소집공고 공시에 따르면 주요 종속회사 중 세메스의 지난해 연매출은 2조8892억원, 당기순이익은 1857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실적이다. 2021년(별도 재무제표 기준)과 비교하면 매출은 7.6%(3조1280억원→2조8892억원), 당기순이익은 29.7%(2643억원→1857억원) 각각 감소했다.
세메스는 국내 최대 규모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로 삼성전자 자회사다. 삼성전자가 지분 91.5%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세메스의 삼성전자 매출 비중은 약 76% 수준이다.
세메스는 식각·포토·세정 등 반도체 전공정 장비를 생산해 삼성전자에 납품하고 있다. 이 가운데 주력은 식각장비다. 식각장비는 웨이퍼 상 불필요한 물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세메스 전체 매출의 약 30%를 차지한다.
2015년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 중 처음으로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던 세메스는 이후 꾸준히 성장하며 2017년(2조329억원) 연매출 2조원을 넘어섰다. 2018년과 2019년 매출이 급감했지만 2020년 다시 2조원을 돌파(2조2075억원)했다. 그리고 2021년에는 국내 반도체 장비기업 중 처음으로 연매출 3조원 시대를 열었다.
2019년 이후 지속적으로 매출을 늘려왔던 세메스였지만 지난해 성장세가 다시 멈췄다. 매출 감소는 물론 당기순이익마저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초만 해도 세메스는 삼성전의 반도체 투자가 늘어나는 추세와 맞물려 매출이 전년(2021년) 대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2020년 이후 삼성전자는 지속적으로 반도체 시설투자 규모를 크게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연간 반도체 시설투자 규모는 2019년 22조6000억원, 2020년 32조9000억원, 2021년 43조6000억원, 2022년 47조9000억원으로 매년 큰 폭으로 늘었다.
그럼에도 세메스의 지난해 매출이 감소했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지난해 세메스 매출을 시기별로 살펴보면 독특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반도체 업황이 좋았던 상반기 매출은 급감한 반면 하반기에는 오히려 반등했다는 점이다.
반도체 호황이 지속됐던 지난해 상반기 세메스 매출은 1조4702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8750억원) 대비 약 20% 급감했다. 오히려 업황이 나빠진 하반기 세메스 매출은 약 1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약 1조2600억원)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2021년 반도체 장비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5%였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반도체 장비 비중은 65.5%로 10% 포인트 가까이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반도체 장비를 중심으로 매출 감소가 컸던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세메스 반도체 장비 수주총액은 2조807억원 규모다. 전년 동기(1조9630억원)보다 오히려 소폭 늘었다. 지난해 2분기 1조781억원 상당의 대규모 수주가 발생했고 3분기에도 2737억원 신규 수주를 따냈다.
이와 관련, 장비업체는 완성된 장비를 공장 내에 설치해야만 ‘회계상 매출’로 인식된다. 즉, 삼성전자 평택 P3 공장 내 장비구축 일정이 다소 지연되면서 지난해 상반기 세메스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난해 2분기부터 수주 물량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삼성전자 설비투자가 예정대로 진행이 된다면 세메스 역시 올해 상반기 실적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디일렉=강승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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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경영은 기대 할 수가 없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