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AI 반도체 개발 수요 늘면서 단가 급등
전세계적인 챗GPT 열풍에 블랭크마스크 제조기업 에스앤에스텍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포토마스크 원재료가 되는 블랭크마스크 수출 물량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 열풍에 따라 신제품 개발에 꼭 필요한 포토마스크 수요가 늘어나면서 블랭크마스크 역시 '귀하신 몸'이 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새로운 팹리스 기업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AI 반도체에 눈독 들이면서 미들엔드급 이상 블랭크마스크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에스앤에스텍이 유일하게 블랭크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블랭크마스크 수출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20% 증가했다. 특히 중국 수출은 금액 기준으로 전년동기 대비 50%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하이엔드 제품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판매 단가 역시 크게 올랐다.
블랭크마스크는 반도체 집적회로 패턴이 노광 되기 전 마스크를 가리킨다. 석영(쿼츠) 유리 기판에 금속막과 레지스트(감광액)을 도포해서 만드는 블랭크마스크는 반도체 노광공정에 사용되는 포토마스크 핵심 재료다. 노광공정이란 빛을 이용해 실리콘 웨이퍼에 전자회로를 새기는 공정을 말한다.
필름 사진에 비유하면 촬영 전 필름이 블랭크마스크, 촬영 후 형상이 전사된 필름을 포토마스크라고 보면 된다. 블랭크마스크 시장은 일본 호야·울코트·아사히글라스 등이 과점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에스앤에스텍이 블랭크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다.
블랭크마스크는 ‘위상 반전막’이라는 투광막 유무에 따라 BIM 블랭크마스크(Binary Mask)와 PSM 블랭크마스크(Phase Shifter mask)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PSM 블랭크 마스크에 포함된 위상 반전막은 노광기의 빛을 투과하는 막으로써 노광기 빛의 강도를 감쇠시키는 역할을 한다. 고집적화된 반도체 장치에서는 더욱 미세한 패턴이 요구되는데 빛의 강도가 너무 높으면 미세한 회로를 새기기 어렵다. 최근 반도체 공정에서는 주로 PSM 블랭크마스크를 사용해 고해상도에 미세한 회로패턴을 만든다. 즉, PSM 블랭크마스크가 보다 고품질 제품이다.
반도체 경기 침체에도 블랭크마스크 수출 규모가 늘어난 이유는 분명하다. 중국 팹리스 숫자가 급격히 늘면서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블랭크마스크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중국반도체산업협회(CSIA)가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내 팹리스 업체의 수는 지난해 말 기준 3243개로 집계됐다. 불과 1년 만에 약 1000개 가까이 늘어난 숫자다. 이들 중 상당수는 AI 관련 칩을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중국 업체들은 AI 반도체 개발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AI 관련 특허도 미국에 이어 2번째로 많으며 엔비디아에 대적할 만한 기업은 중국에서 나올 가능성이 제기될 만큼 AI칩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블랭크마스크 역시 로우엔드 제품에서 벗어나 미들엔드급 이상 제품을 찾는 경우가 늘면서 국내 수출 물량 역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블랭크마스크 수출 물량 증가와 함께 에스앤에스텍 실적 역시 고공행진 중이다. 에스앤에스텍 지난해 매출은 1233억원, 영업이익은 15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4.8%, 영업이익은 24.5% 증가했다.
한편 에스앤에스텍은 블랭크마스크 수출 증가와 함께 올해 신사업인 EUV(극자외선) 펠리클 및 블랭크마스크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가 생길 전망이다. 몇 년 전부터 에스앤에스텍은 삼성전자의 투자를 받아 EUV용 블랭크마스크, 펠리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는 이르면 올 상반기부터 에스앤에스텍이 투과율 90%가 넘는 EUV 펠리클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내다본다. EUV 블랭크마스크 역시 올해 2~3분기 샘플 제품을 고객사에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상용화가 예상되는 시점은 2024년이다.
디일렉=강승태 기자 [email protected]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전자부품 분야 전문미디어 디일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