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수입에 의존했던 분야 잇따라 국산화 성공 주목
통상적으로 국내 팹리스 기업은 시스템반도체라고 불리는 비메모리에 주력했다. 최근 들어 메모리 분야를 기반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국내 팹리스가 여럿 등장해 주목된다. 직접적으로 메모리 반도체를 설계하는 기업이 좋은 실적을 내는가 하면, 메모리에 탑재돼 성능 향상을 이끌어내는 시스템반도체를 다루는 곳도 있다. 이들은 세계 메모리 업계를 주도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과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팹리스 중 메모리 분야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메모리 기반 국내 팹리스의 형태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직접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제품을 설계하진 않지만 메모리에 탑재되는 관련 솔루션을 설계해 성공하는 기업이다.
한국은 자타공인 메모리 강국이다. 하지만 모든 관련된 기술이 국산화된 것은 아니다. 메모리 분야에도 시스템반도체가 탑재되며 이 중 상당수는 지금까지 수입에 의존했다. 하지만 디에이아이오(TheAio)와 원세미콘 등은 메모리 기반 솔루션을 제공해 의미 있는 결과를 내고 있다.
TheAio는 낸드플래시 컨트롤러 설계를 전문으로 한다. 낸드 자체는 메모리 반도체다. 하지만 컨트롤러는 중앙처리장치(CPU) 등으로부터 명령어를 받은 뒤 낸드를 제어해 데이터를 읽고 쓰는 기능을 하는 시스템반도체다. 즉, 낸드와 CPU를 연결해주는 장치가 바로 컨트롤러다. 최근 TheAio는 국내 대형 메모리 반도체 업체 품질인증(퀄리피케이션)을 통과하며 본격적인 제품 양산에 들어갔다.
글로벌 낸드 컨트롤러 시장은 약 1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중 메모리 업체들이 직접 개발하는 컨트롤러를 제외하더라도 시장 규모는 수조원에 이를 정도로 상당하다. 이 중 대만 SMI와 파이슨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절반 이상인데 국내 업체가 국산화에 성공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원세미콘은 서버용 D램에 들어가는 필수 부품 RCD(레지스터 클럭 드라이버) 개발을 주력으로 한다. RCD는 D램과 중앙처리장치(CPU) 사이에 위치해 CPU에서 나오는 명령과 신호 등을 재분배하는 반도체다. D램 여러 개가 모이는 서버용 D램 모듈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며 D램과 CPU 간 고속 신호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해 말 DDR4 서버용 D램 RCD 개발 및 양산에 성공한 원세미콘은 DDR5 규격 RCD 개발을 완료하고 부품인증 테스트를 받고 있다. 이르면 하반기 DDR5 RCD 양산이 기대된다. 현재 약 7000~8000억원 규모 RCD 시장은 중국 몬타지, 일본 르네사스, 미국 램버스 3개 기업이 과점하고 있는 구도다. 원세미콘의 등장은 RCD 시장 재편은 물론 메모리 관련 솔루션의 국산화란 점에서 국내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다른 형태로는 직접적으로 메모리 제품을 설계하는 기업이다. 상장사로 2000년 설립한 국내 팹리스 1세대 제주반도체가 대표적이다.
제주반도체는 멀티칩패키지(MCP)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MCP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다양한 메모리반도체를 하나의 패키지 안에 통합한 제품이다. 제주반도체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할 만큼 주력 분야다. 이 외에도 D램, 낸드플래시는 물론 임베디드메모리 등을 설계하고 있다.
2020년부터 제주반도체는 차량용 메모리 분야로 사업 분야를 확대했다. 최근에는 유럽에 본사를 둔 글로벌 자동차 전장업체 협력사로 등록했다. 제주반도체는 꾸준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2021년 연결 기준 매출 1933억원, 영업이익 20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매출 1343억원, 영업이익 29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증가폭은 둔화됐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크게 좋아졌다.
한국팹리스산업협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내 팹리스는 일반적인 로직이나 전력 관련 솔루션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했다”며 “메모리 기반 팹리스 성공 사례가 늘어나는 것은 다양한 형태의 팹리스가 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반적인 생태계 조성에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디일렉=강승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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