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원가 절감 위해 SiC 반도체 75% 감축 파워트레인 적용 선언
SiC 반도체 축소 시 성능 저하 필연, 저가 모델에만 도입될 것
테슬라 SiC 반도체 축소 선언에 울프스피드, 온세미, ST 등 주가 하락
글로벌 전력반도체 업계가 테슬라 발(發) 악재를 맞았다. 최근 테슬라가 ‘저가형 전기차’ 출시를 위해 생산 비용 절감에 나서고, 특히 탄화규소(SiC) 반도체 사용량을 최고 75%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자 관련 SiC 반도체 기업 주가가 급락했다. 다만, 테슬라의 원가절감 계획이 실현될 가능성에 대해선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테슬라는 지난 1일(현지시간)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생산 비용을 낮추기 위해 SiC 반도체 사용량을 75%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SiC 반도체는 Si(규소) 반도체보다 고온, 고전압 등 극한 환경에서 안정성이 높고, 전력 효율과 충전 속도가 빨라 차세대 전력 반도체로 각광받고 있다.
콜린 캠벨 테슬라 파워트레인 엔지니어링 총괄은 “성능과 효율을 유지하면서 차세대 파워트레인에 SiC 반도체를 75%가량 감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SiC 반도체 축소 방안을 밝히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전력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의 구체적인 SiC 반도체 축소 계획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SiC 반도체를 축소하겠다는 것은 기존 Si 반도체 탑재를 늘리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라며 “만약 테슬라의 계획이 Si 반도체 탑재를 늘리는 것이라면 테슬라가 공언한 ‘성능’과 ‘효율’ 유지는 불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이날 공개한 차세대 파워 트레인이 기존의 고부가 모델 S, 3, X, Y가 아닌 추후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저가형 전기차 ‘모델 2’에 탑재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격이 높은 SiC 반도체 탑재율을 낮춰 비용을 대폭 절감하기 위해서다. 통상적으로 차량용 반도체에 사용되는 6인치 SiC 웨이퍼는 8인치 Si 웨이퍼에 비해 10배가량 가격이 비싸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인베스터 데이에서 생산 비용 절감을 위해 SiC 반도체를 줄이겠다고 발표했지만, SiC 및 질화갈륨(GaN) 등 화합물 반도체 산업은 매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리며 “최근 현대차와 GM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SiC 반도체 도입을 늘리고 있으며, 수요 대응을 위해 전력 반도체 기업들은 반도체 CAPA(생산능력) 확충에 나선 상황”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차량용 SiC 반도체 시장은 2022년 10억 달러(1조 3030억원)에서 2026년 40억 달러(5조 212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지난 2일(현지시간) 테슬라의 SiC 반도체 탑재 축소 선언 이후 울프스피드(-6.98%), 온세미컨덕터(-1.98%),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2.54%) 등 전력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