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거버넌스구축TF 외부 전문가, 정부 및 여당 관련 경력 다수
주주별 추천인 비공개…관치 우려 ‘여전’
KT가 네 번째 새 최고경영자(CEO) 선임 작업을 본격화했다. 첫 단추인 ‘뉴거버넌스구축 태스크포스(TF)’ 구성을 마쳤다. 그런데 벌써부터 우려가 나온다.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다. KT는 어느 주주가 어떤 인물을 추천했는지 비공개했다. TF 선임 인사 다수가 현 정부 또는 여당과 연관이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과연 KT 새 CEO 선출 과정이 정부의 입김을 피할 수 있을지 새로 뽑힌 CEO가 다음 정부 출범 이후에도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17일 KT는 뉴거버넌스구축TF 명단을 발표했다.
KT가 밝힌 위원(가나다순)과 약력은 ▲김준기(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한국공기업학회 회장) ▲선우석호(홍익대 명예교수, 전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조명현(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 ▲주형환(세종대 석좌교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알리시아 오가와(미국 컬럼비아대 국제관계대학원 조교수/유럽기업지배구조연구소(ECGI) 및 기업지배구조협회(Society for Corporate Governance) 정회원, 전 국제기업지배구조네트워크(ICGN) 활동) 이다.
지분율 1% 이상 주주 중 7개 주주가 총 9명의 후보를 추천했다. KT 이사회는 이들 중 ▲지배구조 분야 전문성 ▲TF 구성의 다양성 ▲사회적 명망 ▲이사회 역할에 대한 이해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에 대한 전문성 등을 고려해 5명을 추렸다.
▲정부 ▲학계 ▲기업 ▲해외 등 KT가 공개한 5명의 면면은 기준과 부합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경력을 좀 더 살펴보면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김준기 교수는 2014년 여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경제혁신특별위원회 공기업개혁분과에 합류했다. 2015년 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국회예산정책처장을 역임했다.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회장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임명했다.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에 몸 담은 바 있다.
2021년 5월부터는 한국토지공사 LH혁신위원회 위원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만든 ‘서울비전2030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다. 2022년 3월 호텔신라 사외이사로 취임했다. 안건 찬성률은 100%다.
선우석호 교수는 이명박 정부 때 뉴라이트 활동을 했다는 의혹이 있다. 2009년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교수들’이 낸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점이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당시 성명서는 국정 쇄신 여론에 뉴라이트 계열 교수가 반발한 것으로 읽혔다.
2018년 KB금융지주 사외이사 선임 때는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같은 경기고 출신이라는 점에서 코드인사 의혹을 샀다. 당시 KB금융지주는 지금의 KT처럼 CEO 선임을 두고 지배구조 문제가 불거진 상태였다. 선우 교수는 사외이사 취임 직후인 2018년 5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사외이사 후보 추천 프로세스 개선안에 반대한 것 외에는 재임 기간 내내 모든 안건에 찬성했다. 개선안은 모든 위원회 위원이 추가 검토를 요구했던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100% 찬성이다.
조명현 교수는 지난 1월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KT 등 소유분산기업 CEO 연임에 문제를 들췄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회의에서 소유분산기업 CEO 선출 방식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강조했다.
그는 선우 교수와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감독혁신TF에서 함께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경제정책을 설계했다. 증권거래소 시장감시위원 등을 역임했다. 2016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 취임 당시 낙하산 논란이 있었던 이유다. SK브로드밴드 롯데건설 등에서 사외이사로 일했다. 현재는 대한항공 현대글로비스 등에서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지난 1월에는 SM엔터테인먼트 임시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주형환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서 녹색성장위원회 기획단장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실 경제금융비서관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거쳤다. 호텔신라 현대미포조선 등에서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오가와 교수의 경우 컬럼비아대 홈페이지 약력을 보면 정식 조교수는 아니다. 겸임 조교수(Assistant Adjunct Professor)다. 일본 경제 및 비즈니스센터의 일본 기업지배구조 프로젝트 책임자다. 본업은 현재 일본 미사키캐피탈펀드와 닛폰액티브밸류펀드 이사다. 세계 금융위기를 불러온 리만브라더스에서도 일했다. 2006년까지 리만브라더스에서 글로벌 주식 리서치 제품 관리를 담당했다.
외부 전문가 경력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KT 새 CEO 선임 과정이 작년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3차례 무산했기 때문이다. 전임 구현모 대표는 연임을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구 전 대표는 공모로 전환한 선출 절차에도 응모했지만 끝까지 가지 못했다. 후보도 대표도 중도 사퇴했다. 공모에서 뽑힌 KT 대표 후보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윤경림 사장은 정기주주총회 직전 후보에서 물러났다.
이 과정에서 ▲정부 ▲여당 ▲최대주주 국민연금 등이 직간접적으로 이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와 여당이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해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팽배했다. KT 역대 CEO의 진퇴 과정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실었다. 2대주주 현대차그룹의 행보는 경영권 개입 논란까지 불렀다. 3대주주 신한은행의 태도도 주목을 받았다.
KT는 “일부 주주 주주의 요청으로 주주별 추천인 명단은 공개할 수 없다”라며 “7개 주주가 총 9명을 추천했다”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뉴거버넌스구축TF는 이들과 KT 안상돈 법무실장 및 김영진 재무실장으로 구성했다. 안 실장은 법률 검토 김 실장은 주주와 소통 등의 역할이다. 지배구조 개편안은 외부 전문가가 만든다. 이를 기반으로 사외이사와 대표이사 선출을 실시한다.
KT는 “지배구조 개선안에 대해서는 이사회와 별도 협의 과정은 없고 지배구조 개선안은 TF 구성원 중심으로 만들어진다”라며 “현 이사회는 TF 개선안을 반영해 이사 선임 절차 운영, 규정 개정 등을 진행한다”라고 설명했다.
디일렉=윤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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