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PFAS 환경규제로 쿨런트 공급망 위험 직면
업계, 대체재 개발 움직임 활발...HFO·CO2 등 물망
또다른 대체재 실리콘계 쿨런트는 올해 물량 다 소진
미국 3M의 '쿨런트' 생산중단 예고 이후 반도체 업계에서 쿨런트 대체재 찾기가 한창이다. 쿨런트는 반도체 식각공정에서 냉각수로 쓰이는 소재다. 전세계 공급량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3M은 유럽연합 등의 환경규제에 맞춰 2025년 쿨런트 생산을 중단키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이후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 및 협력사들도 신규 소재 발굴에 적극 나서는 중이다. 특히 특정 대체재의 경우 올해분 물량이 이미 전량 판매된 것으로 파악됐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소자업체 및 칠러 장비업체들은 쿨런트의 대체재를 찾기 위해 동서분주하고 있다.
쿨런트는 반도체 식각 공정에서 활용되는 냉각수다. 식각 공정에서 과도하게 열이 발생하는 경우 반도체 수율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이 때 칠러 장비에 쿨런트를 투입해 온도를 안정적으로 조절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소자업체들은 그동안 전세계 쿨런트의 80~90% 가량을 생산하는 미국 3M으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왔다.
문제는 기존 쿨런트의 주원료인 PFAS(과불화화합물)가 EU 등 주요국의 환경규제 타깃이 되고 있다는 게 있다. PFAS는 환경오염물질 및 유해화학물질로 알려져있다. 벨기에 정부는 지난해 상반기 환경 오염 우려로 현지에 있는 3M의 쿨런트 공장에 가동 중단을 명령하기도 했다.
3M은 공장 재가동에 나섰으나, 결국 지난해 말 "2025년 말까지 PFAS 생산을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후에도 EU·미국 등도 PFAS에 대한 규제안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업계에선 이런 추세를 감안할 때 PFAS 기반의 쿨런트 사용이 중장기적으로는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3M의 쿨런트 공장 가동 중단 소식이 나온 뒤, 2위 업체인 벨기에 솔베이나 중국 업체로 쿨런트 주문이 급하게 몰렸다"며 "다만 이들 업체의 쿨런트도 (3M과) 원재료는 동일하고, 공급량도 한정적이기 때문에 대체재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업계가 주목하는 대체재는 HFO(하이드로플루오르올레핀), CO2(이산화탄소) 등이다. 에프에스티, GST, 유니셈 등 국내 칠러 장비업체들도 이들 물질을 유력한 대체 후보로 보고, 관련 기술 개발을 검토 중이다. 다만 HFO는 기존 쿨런트 대비 가격이 비싸고, CO2는 고온 환경에서 안정성이 낮아진다는 게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실리콘계 오일 쿨런트가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다. 실리콘계 쿨런트는 다른 대체재와 달리 비휘발성이어서, 오염 가능성이 적고 사용 수명이 길다. 적용 가능한 저온·고온의 폭도 넓다. 현재 솔베이, 독일 후버 등이 실리콘계 쿨런트를 개발 및 공급하는 등 어느 정도 상용화도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실리콘계 쿨런트를 연구실 및 일부 양산 라인에 적용하는 중이다.
이에 따라 3M의 쿨런트 생산 가동 중단 발표 이후 실리콘계 쿨런트 수요는 급증하는 추세다. 솔베이 등 일부 업체의 경우 연초부터 실리콘계 쿨런트 물량 전량을 판매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실리콘계 오일 쿨런트도 양산 확대를 위해서는 여러 도전과제들이 있다. 대형 장비 적용이 쉽지 않고, 온도 변화 속도가 느린 것이 대표적인 단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실리콘계 쿨런트를 적극 사들이면서 올해 물량이 이미 동이 났다"며 "실리콘계 쿨런트가 가진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테스트도 주요 반도체 업체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디일렉=장경윤 기자 [email protected]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자동차전장·ICT부품 분야 전문미디어 디일렉》
저작권자 ©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디일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