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쟁점특허 14건 모두에 무효심판 청구...1건 손상
무효심판 진행 중인 특허 10건도 손상 가능성...3건은 기각
'삼성전자 특허팀 1세대 출신' 김승만씨도 삼성전자에 소송
친정인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한 전직 삼성전자 특허센터장 측 특허 1건의 청구항 절반 이상이 무효가 됐다. 특허소송에 사용된 특허 14건 중 1건에 대한 1차적 판단이지만, 소송을 제기했던 원고 측에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비슷한 시기 시작된 나머지 특허무효심판에 대한 결정도 차례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허분쟁에서 특허 일부가 손상되는 일은 흔하지만, 전직 삼성전자 특허센터장은 현재 소송 참가자 자격을 박탈당한 상태다. 전직 임원이 제기한 소송이어서 삼성전자는 물론, 회사 내 입지가 위축된 특허팀 입장에서도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되고 있다. 소송에서 패소하는 측은 막대한 비용을 물어야 할 가능성이 크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특허심판원(PTAB)은 삼성전자 등이 시너지IP(Synergy IP)와 스테이튼 테키야(Staton Techiya)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무효심판(IPR)에서 '상시 헤드웨어 레코딩 시스템'(특허번호 8,111,839) 특허에 대해 청구항 절반 이상이 무효라는 결정(심결)을 내렸다. 해당 특허를 구성하는 청구항 23개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번 심결로 무효가 됐다. 이번 무효심판에서 살아남은 청구항을 통해 특허권자인 스테이튼 테키야 등은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침해를 주장할 수 있지만, 전략 변화는 불가피하다.
이번에 결론이 나온 특허무효심판은 앞서 안승호 전 삼성전자 특허센터장(부사장)이 설립한 시너지IP와, 특허권자인 스테이튼 테키야 등이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아메리카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소송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진행된 분쟁이다.
시너지IP 등은 지난 2021년 11월과 2022년 2월 삼성전자 등을 상대로 미국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무선이어폰 등에 사용된 기술이 자신들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2021년 11월 제기된 소송에 사용된 특허는 10건, 2022년 2월 시작된 소송에 사용된 특허는 4건이다. 삼성전자는 이들 특허 14건 모두에 대해 무효심판을 제기했고, 이 가운데 1건에 대한 결정이 이번에 나왔다.
삼성전자가 시너지IP 등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무효심판 14건 중 20일 결론이 나온 1건을 제외한 나머지 13건 중 무효심판이 시작(개시)된 사건은 10건, 기각된 사건은 3건이다. 일반적으로 미국 특허심판원에서 무효심판은 여러 청구항 중 적어도 하나에 대해 '무효 주장이 받아들여질 합리적 가능성'이 인정될 때 무효심판 절차가 시작된다. 업계에선 '무효심판이 개시되면 특허 청구항 일부가 무효화될 가능성은 51% 이상'이라고 평가한다.
이 기준에 맞춰보면 시너지IP 등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특허 14건 중 1건의 청구항 중 절반 이상이 무효가 됐고, 10건은 어떤 형태로든 손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온전히 시너지IP 등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특허는 3건이다. 이번에 결론이 나온 무효심판과 비슷한 시점에 시작된 무효심판이 여러 건이어서 앞으로 무효심판 결론이 차례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허심판원에서 나온 결론에 대해 시너지IP 등은 연방항소법원(CAFC)에 소송(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미국 특허법(AIA) 개정 후 특허심판원 권한이 강화됐고, 법원에서도 특허심판원 결정을 존중하는 경향이 늘어났기 때문에 큰 폭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삼성전자 특허팀은 특허센터장 등 전직 임직원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하면서 크게 위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물론, 특허팀도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됐다. 이 때문에 이번 특허소송에서 패소하는 측은 금전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승호 전 부사장 등은 삼성전자 내부 정보를 알 수 있었다는 이유로 지난해 11월 소송 참가자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와 별도로, 삼성전자 특허팀 1세대 직원 출신인 김승만씨도 삼성전자를 상대로 미국에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김승만씨는 지난해 9월과 지난 4월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아메리카를 상대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진행 중이다.
김승만씨는 지난 1980년대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삼성전자 특허팀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업계에선 김씨를 삼성전자 특허팀 1세대로 분류한다. 국내에 특허에 대한 인식이 자리잡기 이전인 1980년대 초반부터 대기업에서 특허 실무를 했던 이들이 특허업계에서 1세대로 분류된다. 삼성전자 재직 시절 김씨는 일본 업체를 상대로 한 특허분쟁 업무를 수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퇴직 후 김씨는 2000년 전후 미국으로 건너간 뒤 현지에서 특허를 출원(신청)하고 등록했다. 김씨 거주지는 미국 버지니아주다. 그는 삼성전자를 상대로 국내에서도 이미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한 뒤 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승호 전 부사장은 국내에 특허에 대한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부터 특허 업무를 본격 수행했다. 삼성전자 특허팀 1.5세대 인물로 분류할 수 있다. 안 전 부사장과 김씨가 특허소송을 제기한 미국 텍사스동부연방법원은 특허권자에게 친화적인 판결이 나오기로 유명한 법원이다. 특허관리전문기업(NPE)이 가장 선호하는 법원이다.
디일렉=이기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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