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일부 제품에 자체 모뎀 칩 적용 가능성도
애플이 인텔의 스마트폰 모뎀 칩 사업부를 인수한다. 이르면 2021년 일부 아이폰 제품에 자체 모뎀 칩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퀄컴 의존도를 낮추려는 애플 행보가 본격화했다.
애플은 25일(현지시간) 자체 뉴스룸을 통해 인텔 스마트폰 모뎀 칩 사업부를 10억달러(약 1조18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텔 사업부 직원 2200여명, 특허와 장비 모두 인수한다. 단 인텔은 PC와 사물인터넷(IoT) 기기, 자율주행차처럼 스마트폰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 모뎀 기술은 애플에 넘기지 않았다.
애플이 인텔 사업부를 인수하면 애플의 무선 기술 특허는 1만7000여건으로 늘어난다. 특허도 표준 프로토콜부터 모뎀 아키텍처까지 다양하다. 로이터는 애플이 퀄컴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모뎀 칩을 만들기 위해 인텔 사업부를 인수했다고 평가했다. 애플의 주요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화웨이는 이미 모뎀 칩 개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애플이 2020년 5G 아이폰에는 퀄컴 모뎀을 사용하겠지만, 2021년 일부 아이폰에는 자체 5G 모뎀 칩 적용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애플이 2022~2023년에나 자체 모뎀 칩 개발 역량을 보유할 것으로 예상해왔는데, 시점이 1년가량 앞당겨질 수 있다. 인텔은 지난 4월 5G 모뎀 칩 사업을 포기한다고 밝히기 전에는 2020년까지 5G 모뎀 칩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소식통은 애플이 아이폰을 판매하는 모든 국가와 네트워크에서 원활하게 작동하는 모뎀을 바라기 때문에 기술을 확보해도, 퀄컴 칩 대체는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봤다. 반도체 업계 한 베테랑은 애플이 보급형 및 구형 아이폰에 자체 칩을 공급할 수 있는 단계에 진입해도 플래그십 제품에는 퀄컴 칩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애플은 퀄컴과 6년간 지속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지난 4월 체결했기 때문에, 칩 공급 역시 6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애플이 이번 인수로 확보한 무선 기술 특허 1만7000여건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애플이 앞으로 5G 아이폰을 판매하려면 주요 5G 특허권자인 노키아와 에릭슨, 화웨이, 퀄컴 등과 협상을 해야 한다. 애플은 퀄컴과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지만, 나머지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는지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무선 기술 특허 포트폴리오가 라이선스 계약에서 주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퀄컴의 아시아 라이선스 사업부에서 일했던 에릭 로빈슨 특허변호사는 "애플의 특허는 향후 라이선스 협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은 이제껏 모뎀 칩을 외부에 의존해왔다. 애플은 최근 2년여간 세계 각국에서 퀄컴의 특허 라이선스 관행을 문제 삼으면서 퀄컴과 분쟁을 이어왔지만, 결국 5G 모뎀 칩 공급을 위해 지난 4월 합의 종결했다. 당시 애플과 퀄컴의 특허 협상 발표 몇 시간 뒤, 인텔은 5G 모뎀 칩 개발을 포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오랫동안 기술 내재화를 바란다고 밝혀왔다. 시장에선 이를 '쿡 독트린'이라고 부른다. 앞서 2009년 팀 쿡 CEO는 "애플은 스스로 만드는 제품에 필요한 주요 기술을 보유·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미 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이 애플이 자체 모뎀 칩 개발에 나섰다고 보도했지만, 애플은 공식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인수에 대해 애플 하드웨어 기술 수석부사장 조니 스라우지(Johny Srouji)는 "인텔의 많은 숙련 엔지니어가 애플에 합류해 기쁘다"고 밝혔다. 인텔 밥 스완 CEO는 "인텔은 네트워크 사업자, 통신장비 제조업체,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 등 고객사 수요에 맞는 5G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의 인텔 사업부 인수는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애플이 지난 2014년 음향기기업체 비츠 일렉트로닉스를 32억달러에 사들인 것이 최대다. 이번 인수는 경쟁 당국 승인 등을 받고 올해 4분기에 완료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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