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훈 LGD 전무, 25일 열린 한국지식재산협회 컨퍼런스서 주장
"특허는 공개된 기술...정부의 특허 매각·라이선스 승인 실익 의문"
"특정국에 특허 소유권이 이전되는 것은 또다른 문제로 접근해야"
민경현 SK하이닉스 부사장 "美반도체법은 특허 이전 막지 않는다"
국가핵심기술 수출과 관련해서 정부가 진행하는 특허 매각·라이선스 계약 승인 절차의 실익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공개된 기술인 특허 매각·라이선스 계약은 기술 유출과는 성격이 다르고, 일반적으로 한번에 많은 물량이 거래되는 특허 모두에 대해 정부 검토·승인을 받는 것은 큰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국가핵심기술은 △8세대급(2200x2500mm) 이상 박막트랜지스터(TFT)-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설계‧공정‧제조(모듈조립공정기술 제외)‧구동기술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패널 설계·공정·제조(모듈조립공정기술 제외)‧구동기술 등 2건이다. 국가핵심기술을 수출하려면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에 신고해야 한다.
25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2023 한국지식재산협회(KINPA) 컨퍼런스'에서 오정훈 LG디스플레이 IP 담당 전무는 "국가핵심기술 수출과 관련해서 해외로 특허 매각이나 특정 유형 라이선스를 진행하려면 산업통상자원부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국가핵심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하지만, 다량의 특허를 대상으로 거래하는데 해당 특허 전체를 검토하고 승인받는 절차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고 밝혔다.
오정훈 전무는 "특허는 공개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기술 유출과는 관점이 다르다"며 "공개된 특허의 (매각·라이선스 계약) 승인 절차를 밟는 것이 실익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오 전무는 "특정 국가에 특허가 넘어가는 등의 문제는 또 다른 문제"라며 "승인 절차에 대해 다시 한번 (정부가) 고민을 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부에 요청한 사안"이란 말도 덧붙였다.
오 전무는 한국지식재산협회 컨퍼런스의 '한국 IP 생태계 진단 및 발전방향 모색'이란 주제 토론에서 '특허 친화적인(Pro-Patent) 환경 구현을 위해 정책 당국에 제안하고 싶은 내용이 있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사회를 맡은 민경현 한국지식재산협회 회장(SK하이닉스 특허담당 부사장)은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국가핵심기술을 수출하는 경우에는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제도가 있는데, 국가핵심기술에 특허가 포함돼야 하느냐, 아니냐에 대한 논란도 있다"고 설명했다.
민경현 회장은 "오정훈 전무 주장은 '특허가 공개된 기술이기 때문에 (특허 매각·라이선스 계약과) 기술 탈취와는 무관하다는 이야기"라면서도 "(특허) 소유권 주체가 외국으로 넘어가는 것은 기술 유출로 봐야 한다는 관점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고민해야 할 영역"이라고 밝혔다.
민 회장은 직접 경험한 미국 반도체지원법(CHIPS Act) 관련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미국 반도체지원법에는 반도체 공장 설립 보조금을 받은 (기업의) 경우 미국이 지정하는 특정국 내의 생산능력 확장과 (특정국에 대한) 기술 이전을 제한하는 내용이 있다"며 "법안 초안이 나왔을 때는 기술 이전 제한 등의 기술에 특허가 포함됐지만, 이후 이해당사자 의견을 받은 뒤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민 회장은 "(이해당사자 의견 수렴 과정에서) 저희 회사(SK하이닉스)와 여러 회사들이 '기술 이전을 막는 것에 특허 (거래)를 (포함해서) 막으면 안 된다, 특허 매각·라이선스 계약은 기술 탈취와는 상관없다'는 의견을 제출했다"며 "최종적으로 테크놀러지 디피니션(Technology Definition)에서 특허는 빠졌다"고 밝혔다.
25일 열린 한국지식재산협회 컨퍼런스에는 민경현 회장과 백만기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장, 이정환 리인터내셔널 고문, 오정훈 LG디스플레이 전무 등이 참석했다.
디일렉=이기종 기자 [email protected]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자동차전장·ICT부품 분야 전문미디어 디일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