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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삼성디스플레이만 잘 나간 이유
[발행인 칼럼] 삼성디스플레이만 잘 나간 이유
  • 장지영 발행인
  • 승인 2023.11.08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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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선 낭중지추(囊中之錐) 리더십' 새삼 주목
불황에 진짜 실력이 나온다. 수능 문제가 어려우면 상위권 변별력이 커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인플레이션과 소비 절벽, 2개의 전쟁까지 ‘악재 쓰나미’가 밀려오면서 옥석이 가려지고 있다. 한국 전자업계의 3분기 실적은 부진했다. 간판인 반도체는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댔다. 지난해 전성기를 구가하던 소재·부품기업들도 줄줄이 ‘어닝쇼크’에 빠졌다. 잘 나가던 배터리 업계마저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날개가 꺾였다. 반면에 미국 기업은 달랐다. 엔비디아가 실적 신기록을 이어가는 가운데 인텔, 퀄컴, AMD 등도 시장 예상치를 넘어섰다. 이들 덕분에 미국은 불황을 모른다. 세계 각국이 저성장으로 신음하는 와중에도 3분기 경제성장률이 4.9%에 달했다. 미국이 왜 세계 최강국인지, 불황의 화마가 닥치고 나서야 알 것 같다. 그런데 한국에도 군계일학이 있었다. 바로 삼성디스플레이다. 삼성전자 실적 발표에 포함돼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3분기 1조9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역대 최고 영업이익 1조9800억원과 맞먹는다. 증권가에서는 4분기는 더 좋아 2조원대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내다본다. 업황이 좋았던 것도 아니다.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은 코로나 특수 이후 추락했다. TV, 휴대폰, PC 등의 판매 부진으로 LG디스플레이, BOE 등 경쟁사들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국내외를 통틀어 호실적을 기록한 곳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나홀로 질주’에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의 ‘낭중지추(囊中之錐) 리더십’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최 사장은 그간 내실을 추구하는 스타일이었다. 언론 노출도 거의 없었다. 묵묵히 숫자로 말해왔을 뿐이다. 실제로 그가 사령탑을 맡은 2021년 이후 실적은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2020년 2조2000억원이던 연간 영업이익(연결기준)은 2021년 4조5000억원, 2022년 6조원으로 2년 만에 무려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6조원에 근접해 지난해와 유사한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실적 신기록은 불황에도 거침없다. CES 2022 삼성디스플레이 전시관.
마법 같은 실적은 최 사장의 결단력에서 비롯됐다는 게 회사 안팎의 평가다. 최 사장은 취임 후 ‘LCD 완전 철수’를 밀어붙였다. 당장 매출 급감의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힘든 결정이었다. LCD 패널 수급을 우려한 삼성 TV사업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그렇지만 초격차 기술 중심으로 회사 체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지론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레드오션으로 변한 TV용 LCD를 털어내고 프리미엄 중소형 OLED로 빠르게 전환한 전략이 적중했다. 3분기 발군의 실적은 이를 증명해준다. 최 사장은 8세대 OLED 투자, 미국 OLED 기업 이매진 인수 등 굵직굵직한 의사결정에서도 특유의 결단력을 보여줬다. 경쟁사가 멈칫하는 사이에 한발 앞서 미래 투자를 강행했다. 이매진 인수는 내년부터 본격화하는 혼합현실(XR) 디스플레이 시장을, 8세대 OLED는 2년 뒤 IT용 OLED 시장을 위한 포석이다. 내년 초 3년의 임기가 끝나는 최 사장이 연임하거나, 다른 사람이 바통을 이어받더라도 지속 성장할 시나리오는 이미 완성된 셈이다. 성공한 기업은 대부분 닮아있다. 미래를 읽는 힘, 과감한 결단력, 빠른 실행력 등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반대로 그렇지 않은 기업은 이들 가운데 무엇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위기에 빛난 기업이나 리더는 그저 부러움과 시기의 대상이 아니다. 이보다 좋은 벤치마킹 대상도 없다. 그 비법을 체득해야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내년 이맘때쯤에는 제2의 삼성디스플레이, 제2의 최주선을 더 많이 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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