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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 칼럼] 통신시장 왜곡하는 조령모개(朝令暮改) 정책
[전문기자 칼럼] 통신시장 왜곡하는 조령모개(朝令暮改) 정책
  • 윤상호 기자
  • 승인 2024.03.19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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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 시장 불확실성 가중
전환지원금, 시장 경쟁 왜곡…업계·소비자 혼란
‘조령모개(朝令暮改)’. 아침에 내린 명령을 저녁에 고친다는 뜻이다. 중국 전한시대 상소문에서 유래했다. 정책의 일관성 없음을 비판할 때 주로 사용한다. 역대 정부는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민생 문제 해결 과제 중 하나로 꼽아왔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은 다르지만 방향은 유사했다. ▲요금 및 서비스 경쟁 활성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 등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제정한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유통법)’이 대표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알뜰폰(MVNO, 이동전화재판매)을 통한 요금 경쟁 ▲자급제 등 통신사 주도 단말기 유통 해체 등이 문재인 정부 때까지 이어졌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는 제4 이동통신사를 활용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3사 체제 개편도 추진했지만 정상적 사업 진행이 가능한 기업이 나서지 않아 실현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 역시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주창한다. 경쟁을 통한 목적 달성도 같다. 그런데 수단이 이상하다. 무엇인가를 내놓을수록 불확실성만 커진다. 업계도 소비자도 혼란스럽다. 전환지원금이 대표적이다. 통신사를 옮기는 사람에게 지원금을 더 주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 1월 단말기유통법 폐지를 선언했다. ‘경쟁을 시장에 맡기기 위해서’라고 했다. 법안 폐지는 국회 소관이기 때문에 우선 폐지에 준하는 효과를 내려고 시행령과 고시를 제·개정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전환지원금이다. 지원금은 본질적으로 약정을 걸고 높은 요금제를 쓰는 만큼 통신사가 단말기 구매 부담 일부를 덜어주는 장치다. 총소유비용(TCO) 측면에서 보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조삼모사(朝三暮四)’다. 단말기 지원금을 매개로 한 경쟁은 요금 및 서비스 경쟁 약화와 유통 질서 문란을 야기한다. 통신사와 단말기를 자주 바꾸는 사람에게 지급하는 비용은 그렇지 않은 다수의 소비자에게서 나온다. 이용자 차별 우려가 있다. 단말기유통법 이전 시장이 그랬다.
정부는 앞에서는 자율이라며 뒤에서는 통신사와 제조사 등을 떼민다. 정부 입장에서는 당장 마케팅비를 조금 더 쓰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하지만 기업은 경영 전략 전반을 손봐야 하는 사안이다.  정부 의도대로 단말기유통법이 폐지돼도 문제다. 이 경우 전환지원금은 근거가 없어진다. 전환지원금을 받고 통신사를 옮긴 이들이 또 통신사를 옮기고 싶을 때 약정과 위약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가 남는다. 올라간 지원금에 맞춰진 소비자 눈높이를 어떻게 만족시켜야 할지도 기업의 몫이다. 정부 부처끼리도 엇박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방통위 가이드라인을 따른 것이 담합이라고 조사 중이다. 이러면 방통위가 저러면 공정위에게 걸린다. 더구나 통신은 규제 산업이다.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시늉은 해야 한다. 기업의 재원은 한정적이다. 정부가 언제 어떤 요구를 할지 예상이 되지 않으면 이를 감안해 보수적 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다. 진정한 자율 경쟁은 위축된다. 정책은 장기적 안목에서 산업과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제시해야 한다. 이런 점이 보이지 않으니 단말기유통법 폐지가 선거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디일렉=윤상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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